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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의 돈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들이 곽 교육감을 에워싸면서 취재진과 한때 몸싸움이 벌이는 등 아수라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28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의 돈을 지원한 사실을 인정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들이 곽 교육감을 에워싸면서 취재진과 한때 몸싸움이 벌이는 등 아수라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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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계에 '2억 폭탄'이 터졌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2월부터 한두 달에 걸쳐 박명기 서울시교육감 후보(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건넨 것이 화근이었다.

'대가성이냐 아니냐'가 검찰 수사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 사퇴의 대가로 '박 후보가 7억 원을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고, '후보단일화와 무관하게 선의로 2억 원을 주었다'는 게 곽 교육감의 주장이다.

곽 교육감 "선의로 2억 지원", 그러나....

곽 교육감은 28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교육감직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선거는 공정성을 위해 대가성 뒷거래를 불허해야 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또 다른 생활의 시작이다. 그 분의 곤란한 형편을 영원히 외면할 수는 없었다"는 게 곽 교육감의 해명이었다. 후보 사퇴 대가나 매수가 아니라 '선의의 지원'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가성이 확인될 경우 곽 교육감은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미 29일 박 후보가 '7억을 받기로 했으며, 기존에 수령한 2억 또한 대가성이라고 자백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박 후보와 그의 핵심측근이 지난 해 7월부터 11월까지 작성한 곽 교육감에 대한 요구 자료를 검찰이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형편에서 수사망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선거 관련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곽 교육감과 박 후보 사이에 후보 사퇴 대가를 담은 문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시교육감이란 자리가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특수한 지위란 점에 비춰보면 더 그렇다. 고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배아무개 교사는 "100만 원을 받은 교장을 부패로 단속한 교육감이었는데, 이후에는 이런 모습을 과연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교장단체와 보수단체들은 이미 28일부터 곽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간 상태다. 한나라당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도 '조기 사퇴'

결국 곽 교육감이 '2억 원 지원'을 시인하자 시민단체와 야당 일각에서도 '조기 사퇴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6.2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감 평가활동을 벌여온 2010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좋은교사운동, 경실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9일 성명을 내어 곽 교육감에게 즉각 사퇴를 제안했다.

이 단체는 "일반 시민 중 상당수는 그 2억 원의 돈을 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한 대가성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곽 교육감이 교육감 직을 더 수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법원의 판결까지 기다리지 말고 시민들의 상식적인 판단을 따라 교육감 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래야 그동안 곽 교육감이 추진하고자 했던 교육혁신 사업들의 진정성이라도 인정을 받고,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이 일을 추진할 때 다시 동력을 살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 선거 운동에 참여한 시민단체 대표들도 28일부터 29일 새벽까지 마라톤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충격에 빠진 일부 대표들은 밤샘 논의에서 사퇴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진보신당 서울시당도 29일 오전 "검찰의 기획수사라 하더라도 사실이라면 버틸 명분이 없다"면서 "지금 이 시기야말로 곽 교육감이 서울교육을 위해 사퇴해야 하는 엄중한 시기"라는 성명을 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사실상 '곽 교육감의 조기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곽 교육감이 교육감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의 측근이 은행 거래를 통해 돈을 넣는 순간 '사퇴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서울교육혁신 작업은 어디로? 

곽 교육감이 조기 사퇴할 경우 10월 26일 예정된 재·보선에서 교육감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빈자리가 된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시교육감 자리에 대해서도 결전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교육계 부패척결과 함께 학생체벌금지, 무상급식, 혁신학교 추진 등 서울교육혁신 작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점이다.  이러한 개혁 작업은 일단 검찰 수사라는 장벽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는 형편.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좌초할 것인가'는 곽 교육감의 결단과 10.26 재·보선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중론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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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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