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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투쟁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법원과 경찰이 주민들이 투쟁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24일 경찰은 강동균 마을회장을 포함해 5명을 연행한 뒤, 강 회장을 포함해 3명을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청, 국정원, 국군기무사령부 등의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공안대책협의회를 열기까지 했다.

 

강 회장의 구속 때문에 해군기지 투쟁이 구심을 잃고 흐지부지 마무리 되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27일 저녁 마을 의례회관에서 주민총회를 열고 "마을회장 유고 시 부회장 중 연장자가 회장의 직무를 대신한다"는 향약의 규정대로 고명진 부회장에게 회장의 직무를 위임했다.

 

마을 주민들 "끝까지 간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40여 명의 주민은 "모두가 끌려갈 때까지 투쟁에 임하겠다"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강정마을의 상황이 걱정이 되어 급히 서울에서 강정을 방문한 양윤모 전영화평론가협회장은 주민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보고 "이젠 싸우는 데 달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회장이 잡혀간 이후에도 주민들은 여느 때와 같이 촛불집회를 열고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마을의 평화를 노래했다. 거기에 맞춰 천주교 제주교구 소속 신부들도 27일부터 중덕해안에서 공사현장 정문으로 장소를 바꿔 24시간 기도와 미사를 드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29일 제주지방법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강정마을 주민들과 5개 단체를 상대로 낸 '공사방해금지 등에 대한 가처분'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37인과 생명평화결사, 제주참여환경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개척자들,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에 ▲신청인의 (해군기지 예정) 토지 및 공유수면에 대한 사용 및 점유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 5개 단체의 소속 회원, 사원 또는 구성원 등으로 하여금 이를 위반하게 해서는 안 되며 ▲ 명령을 위반한 피신청인들은 위반 행위 1회당 신청인에게 2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이 피신청인에게 금지한 사항은 ▲ 공유수면 침임 또는 입구 점거 ▲ 공사차량 등을 가로막거나 올라 타는 행위 ▲ 공사 예정지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그 유사한 방법으로 신청인의 점유를 방해하는 행위 ▲ 공유수면을 항해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다.

 

제주지방법원, '공사방해 1회당 2백만 원 지급' 결정

 

 

29일 서귀포경찰서는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가 경찰서 앞과 강정마을 일대에 신고한 집회에 대해 8월 31일부터 9월 15일까지 옥외집회를 금지한다는 통고서를 발부했다. 경찰이 강정마을 내에서 옥외집회를 금지한다고 밝힌 구역은 ▲ 중덕 삼거리 ▲ 코사마트사거리 ▲ 강정천운동장 ▲ 맷부리해안 ▲ 강정교주변 ▲ 강정포구 등이다. 이 구역들은 그동안 주민들이 해군기지투쟁과 관련하여 근거지로 삼았던 곳으로, 주민들의 손과 발을 묶어놓겠다는 경찰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와 범도민대책위원회는 반박 성명을 내고 법원의 결정을 비난했다. 이들은 법원의 결정이 "공안몰이에 나서는 최근 정국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정마을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29일 강연차 제주를 방문했다가 인터넷 언론 <제주의 소리> 기자와 만나 "뉴스를 통해 강동균 회장 구속 소식을 듣고 가슴이 답답했다"며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동 "마을회장 구속 소식에 가슴 답답"

 

 

29일 저녁에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시대여행단'이 주민들을 돕기 위해 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시대여행단'은 오후 10시경 마을에 도착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내륙에서 뜨겁게 보내다가 강정마을의 아픈 소식을 듣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왔다"며 "9월 6일까지 마을에 머물면서 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9월 3일에는 김포에서 제주로 '평화비행기'가 뜰 예정이고, 도내에서도 이날 평화버스가  강정마을을 방문한다. 이날 강정마을에서는 구럼비 일대를 중심으로 '놀자놀자 강정 놀자'라는 제목의 난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집회금지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라 9월 3일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이 모인 가운데,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가처분 결정이 나면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화비행기와 평화버스가 경찰서와 법원의 결정이 만든 장애물을 어떻게 넘을지 관심이 쏠린다.


#강정마을#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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