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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잡이는 이제 대놓고 벌이는 투기놀음이 된 것일까. 동해에서 직업적으로 고래를 30마리나 잡은 밀렵꾼들이 해양경찰에 붙잡히면서, 포경이 공공연한 고기잡이의 하나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간혹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팔린다는 얘기만 보도되곤 했을 뿐, 직업적 고래잡이가 성행하는 현장은 제대로 알려진 바 없었다. 때문에 시민들은 포항·울산 등의 시중에 유통되는 그 많은 고래고기는 어디서 난 것인지 의아해 왔다.

 

포획어구 포항해경에 압수된 고래잡이 어구. 작살은 작살촉과 작살대가 분리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포획어구포항해경에 압수된 고래잡이 어구. 작살은 작살촉과 작살대가 분리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 김상현

직업적 고래잡이 성행

 

포항해양경찰서는 8월 31일 경북 구간 동해에서 밍크고래 등을 직업적으로 잡아 팔아온 어선 10척을 붙잡아 울산 선적 Y호 선장 최모(44)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선원 57명을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주로 구룡포 동쪽 바다에서 최소 30마리의 고래를 불법 포획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값을 수협 위판가로 따지면 2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해경은 추산했다.

 

이들은 선박 간 연락에는 대포폰을 사용하고 금전거래 때는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등 지능적으로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경은 전했다.

 

하지만 해경은 범죄 규모가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이고 실제로는 훨씬 많은 고래가 살육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포항해경은 포항·울산 등 식당에서 팔리는 고래고기 자료를 채취해 고래연구소에 DNA 검사를 의뢰했다. 유통이 허가된 고래일 경우 DNA가 등록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경우 불법 포획물로 보고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 고래잡이 어선의 S선장은 취재기자에게 "전국적으로 고래잡이 배는 17, 18척 정도 된다"며 "이번 해경 수사로 너댓 척을 빼고는 모두 붙잡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래잡이 배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래잡이에 적합하게 개조돼 사용된다"면서 그런 배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고래잡이가 대놓고 하는 밀렵이 돼 있다고 전했다.

 

고래잡이 배 개조된 고래잡이 배. 배의 측면에 잡은 고래를 끌어올리기 쉽도록 분리할 수 있는 문을 달았다.
고래잡이 배개조된 고래잡이 배. 배의 측면에 잡은 고래를 끌어올리기 쉽도록 분리할 수 있는 문을 달았다. ⓒ 김상현

고래잡이 어떻게 행해지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취재한 결과, 고래잡이 배는 구조부터 일반 어선과 달랐다. 포수가 창을 안전하고 잘 던질 수 있도록 배의 앞머리에는 추가로 공간이 마련되고 철구조물 난간도 설치돼 있었다.

 

배를 운전하는 조타실 높이는 일반 어선보다 1m 정도 높았다. 그래야 고래 움직임을 관찰하기 좋다고 했다. 배의 오른편에는 곁문을 만들어 고래를 끌어올리기 편하게 변형돼 있었다. 잡은 고래의 해체가 쉽도록 배 앞쪽 공간도 많이 확보돼 있었다.

 

고래를 잡는 데는 고래를 찌르기 위한 작살, 고래를 배 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갈고리, 해체용 칼 등이 필수적이다. 고래잡이 경험이 있는 A씨(45)에 따르면 보통 고래잡이에는 배 2척이 조를 이뤄 한 척이 고래를 몰아 지치도록 하면 다른 한 척에서 작살을 던져 포획한다.

 

A씨는  "작살은 스테인리스스틸 재질이며 길이는 4~6m 정도"라고 했다. 이걸 포수가 고래의 급소에 던져 맞혀 잡는다는 것이다. 작살에는 촉이 끼워져 있으며, 촉은 고래 몸통에 박히고 작살대는 빼낼 수 있도록 돼 있다. 길이 7m 정도의 고래라면 급소에 명중시킬 경우 작살을 3~5회 던져 촉을 박히게 하면 잡을 수 있다. 작살 촉은 울산 철공소에서 주문 제작되며 가격은 개당 3만5000원이라고 했다. 출항 때는 보통 촉 15~20개를 준비한다고 했다.

 

A씨는 "고래가 도망갈 때는 지그재그로 시속 35~50㎞의 속도를 낸다. 그런 고래를 잡으려면 포수와 키잡이의 호흡이 중요하다. 배를 오래 탔다고 해서 누구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 고래고기 맛집 압수수색 포항해경이 인터넷 맛집으로 유명한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점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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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유통시키나

 

포획선은 고래를 잡으면 바로 배 위에서 해체, 20㎏ 단위로 포장해 부표에 매달아 바닷물 속에 던져둔다. 그러면 어선으로 위장한 운반선이 찾아 와 육상으로 옮긴다.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수법이다.

 

운반선은 주로 새벽 시간을 틈타 움직인다. 공개된 항구를 피해 소형 방파제 등에 배를 대 육상으로 내린다. 육상에는 화물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고래고기를 받아 울산 등의 고래고기 전문식당으로 옮겨 간다.

 

포획선과 식당을 연결해 주는 알선업자도 있다고 했다. A씨는 "한 번 작업하면 운반선과 알선업자는 400만~500만 원을 벌 수 있다" "불법 포획된 고래는 정상적인 위판가의 60~80%에 팔린다"고 전했다.

 

이번 해경 조사 결과, 인터넷 맛집으로 유명한 울산 남구 소재 고래고기식당도 이렇게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 5200만 원 어치를 받아 장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상당수 식당들이 불법 판매망과 상당기간 유착돼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 식당은 이 고래고기를 그물에 걸려 잡힌 고래고기와 섞어 팔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래잡이#포항해경#밍크고래#고래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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