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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코믹뮤직쇼 '판타스틱(Fanta-Stick)'은 2009년 4월 대한생명 63아트홀에서 개막한 후 3개월 만에 인터파크 넌버벌 퍼포먼스 부문에서 월간예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영화배우 송승헌이 '판타스틱'의 홍보대사를 자청하여 세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정동스타식스 영화관이었던 현재의 경향아트힐 2층에 판타스틱 상설공연관을 개설했고, 누적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난타' 배우출신이며 쇼 연출가인 지윤성씨는 일회성 쇼가 허무해 국악코믹뮤직쇼 '판타스틱'을 만들어 상설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 '판타스틱' 연출가 지윤성씨 '난타' 배우출신이며 쇼 연출가인 지윤성씨는 일회성 쇼가 허무해 국악코믹뮤직쇼 '판타스틱'을 만들어 상설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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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연을 위해 내려온 '판타스틱' 연출가인 지윤성(38, 해라 대표)씨를 8월 20일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영화배우 류승룡처럼 '난타' 출신 배우였고, 디즈니랜드의 '하이 서울 쇼케이스'와 말레이시아의 '한국의 맛과 멋' 등을 총연출하기도 했다. 그에게 '판타스틱'을 만든 동기를 물었는데 상당히 의외의 답이 날아 왔다. 

"2008년 6월에 50여 명의 공연단을 데리고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하이 서울 쇼케이스'를 하게 되었죠. 세계적인 무대에 총연출자로 서는 순간이니 정말 기뻤죠. 3일간 공연을 했는데, 마친 후에는 참석한 배우나 스태프들이 뿔뿔이 다 흩어졌죠.

이벤트 쇼를 위해 공연단을 꾸린 거니까 헤어지는 것이 당연한 건데 그날은 너무 허무한 거예요. 모래성 알잖아요, 쌓으면 무너지는. 이벤트 쇼가 모래성 같잖아요. 그래서 한 번 쇼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상설공연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회성 쇼를 연출하던 그에게 상설공연작품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이벤트 쇼같은 경우는 콘셉트가 정해져 있거든요. 올해 제가 K2 중국 모터쇼에서 기아자동차 연출을 맡았었는데, 그거는 차를 돋보이게 쇼를 하면 되거든요. 근데 극장공연은 주제를 자기 마음대로 정해서 만들어도 되지만 이게 더 힘든 거예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좋은 모티브가 없을까, 그렇게 4~5개월 정도 고민했어요."

"꿈 속에서 본 내용 다듬은 것이 판타스틱쇼"

'판타스틱' 공연 장면
 '판타스틱' 공연 장면
ⓒ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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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009년 1월 2일, 잠시 낮잠을 자다가 그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이거는 아무한테도 말한 적이 없어요. 꿈 속에 어떤 정비소가 보여요. 차들이 계속 들어오고 정비사들은 차를 수리한다고 바쁜데, 누군가가 정비를 하다가 막대기로 차를 탁 치는 거예요. 운전수는 자동차 문을 탁 닫고, 다른 쪽에서는 경적을 빵~하고 누르는데 어떤 리듬이 되는 거예요. 차츰 정비사들과 손님들이 어울려 쿵~딱 쿵꿍딱~ 하면서 타악리듬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걸 보던 제가 갑자기 하늘로 올라가는 거예요."

하늘에서 공중에 떠있는 여자귀신 다섯 명을 보았다.

"너무 생생해요. 제가 쫙~ 하고 하늘로 올라가는데 거기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귀신 다섯 명이 공중에 떠가지고 밑을 내려다 보면서 씩 하고 웃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 이게 뭐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걔네들 손에 가야금, 해금, 부채 등 국악기가 싹~ 하고 나타나는 거예요. 그러면서 잠이 딱 깼어요."

그는 급히 아이디어 회의를 소집했다. 정비소를 운영하는 타악가문과 정비소를 찾아 온 현악가문의 여자귀신이야기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다들 '별론데요' 그래요. 여자귀신들이 왜 타악가문을 찾아왔는지 물어봐요. 이유를 모르니 제가 말을 못했죠. 근데 누가 '자명고 어때요' 그러는 거예요. 태초에 하늘이 남자에게는 북을, 여자에게는 대금을 주었는데, 남자가 매일 북에 미쳐 사니까 여자가 남자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북을 찢어버린다. 여자는 남자의 버림을 받고 여자는 원귀가 되어 떠돌게 되고, 현대에 이르러 다시 남녀가 만나게 되는 그런 줄거리를 말하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바로 그거야!' 라고 했죠. 그렇게 해서 시작된게 '판타스틱'이에요."

'판타스틱' 공연 장면
 '판타스틱' 공연 장면
ⓒ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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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력이 다채롭다. 경희대학교에서 철학전공, 강변가요제 본선진출, 인디밴드생활 5년, 대학로에서 연극활동, '난타' 배우로 3년간 활동, 말레이시아 '한국의 맛과 멋' 총 연출, 디즈니랜드 '하이 서울 쇼케이스' 총 연출, K2 중국 모터쇼 연출, 신나는빵쇼 '제빵왕 김탁구' 프로듀서 등.

"제가 '난타' 에서 섹시한 주방장과 전직 무술대회챔피언 역할을 했는데, 영화 <활>에서 청나라 최정예부대의 대장 쥬신타역으로 나오는 류승룡 배우가 초기 '난타'에서 섹시가이역할을 맡았었죠. 바로 제 윗선배예요. 류승룡씨는 '난타' 공연이 처음 시작할 될 때 부터 배우로 활동했는데, 한 5년 정도 했어요. 난타 출신 배우로서 자랑스러운 분이죠." 

'판타스틱'도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 '난타' 처럼 무언극 형식이다.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없어야 됩니다. 언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인데, 저는 퓨전국악을 선택했어요. 홍콩배우 주성치의 '쿵푸허슬'에 보면 떠돌이 형제킬러 '심금을 울리는 가락'이 쿵푸고수들과 싸우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킬러들이 직접 싸우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싸우는 그런 식으로 국악기를 연주하면서 극중 상황을 그려내게 만들었어요. 남녀가 헤어지는 장면에서 대금을 띠르르~ 불면 관객들이 뭔말인지 알잖아요."

"저 시절에는 국악에 맞춰 춤추고 놀았을텐데..."

'판타스틱' 공연 장면
 '판타스틱' 공연 장면
ⓒ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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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영화 <쌍화점>의 김백찬씨가 음악작업에 참여했다.

"효과음 빼고 메인트랙만 12곡 정도 되는데 편곡 하나 빼고는 김백찬씨가 모두 창작했어요. 김백찬씨가 사극음악을 현대적으로 잘 만들잖아요. 국내에서 듣건 남미에서 듣건 누가 들어도 편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음악이 '월드' 뮤직인데, 저는 퓨전국악에서 그 가능성을 찾으려고 했어요." 
    
국악의 세계화, 많은 사람이 좋아해야 가능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국악이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우리음악을 세계화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계속 대중이 외면하게 만들면 안되잖아요. 대중이 외면하지 않아야 국악도 세계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좋아야 되지만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지루하면 재미없어요. 초중고학생, 가족들, 직장인들이 보고 깔깔깔 웃고 즐길 수 있는 무대, 흥미롭고 친근한 국악과 신나고 재미있는 공연에 중점을 두고 연출했어요." 

그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나이트클럽에서 국악에 맞춰 춤을 추면 어떨까.

"드라마 '황진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궁중이나 양반층의 음악보다 서민이나 기방음악, 남사당패의 전통연희가 훨씬 좋은 거예요. 소고치면서 상모 돌리고, 꽹과리 장구 치면서 함께 어울려 춤추는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막 좋아하잖아요. 저 시절에는 사람들이 국악에 맞춰 저렇게 춤추고 놀았는데 지금은 왜 안할까. 저는 나이트클럽에서 국악에 맞춰 춤을 춰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판타스틱' 공연 장면
 '판타스틱' 공연 장면
ⓒ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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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진출을 위해 올해 5~6월에 헐리웃의 유명한 쇼닥터 데이비드 작(David G.Zak)을 초청해 '판타스틱'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시카고의 전문예술감독이며 포세이돈, 노트르담의 꼽추 등을 제작했다. 시카고에서는 극장의 다양성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 제프 표창장을 받기도 하였다.

"오프닝에 타악팀 5명이 나와 관객들과 놀면서 공연이 시작되는 건데 이 분이 '이게 쇼이지 않냐. 오프닝 때 타악팀과 다른 단원들도 모두 나와서 쇼의 스케일을 보여줘라. 쇼라는 것은 재미도 있고 보기도 좋아야 되지만 그냥 이유 없는 스케일도 있다.' 그러는 거예요. 이런 시도가 어떤 반응을 가져올까 궁금했는데 관객들이 그런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세계적인 연출가와 작업을 같이 하면서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

"이 분이 국악은 이해 못해도 한국적인 정서를 세계에 통할 수 있는 틀로 많이 바꿔주었어요. 스토리전개도 남녀의 사랑과 헤어짐에 집중하게 만들고, 영상과 음악, 미학적인 부분들도 아주 세련되고 심플하게 정리해 줬죠.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우리 국악이 세계화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이런 연출가를 만난 것이 고맙고, 저도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나는 앞으로 뭐가 되지 고민하다 연출가의 길 택했죠"

'판타스틱' 공연 장면
 '판타스틱' 공연 장면
ⓒ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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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관객들의 관심과 지적에도 귀를 기울인다.

"어떤 관객이 '스모키화장에 묻힌 여자배우들의 표정이 무섭고 잘 안보인다. 자기가 보기는 귀신이 아니라 요정컨셉인데 너무 전설의 고향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는 거예요. 이 말에 충격을 받았죠. 관객들이 공연에서 보았던 귀신의 이미지는 장난끼 있고 귀엽다는 거죠. 극 안의 사람들은 이걸 못봐요. 귀신을 더 귀신처럼 보일려고 그러지 귀신이 귀신처럼 보이지 않아도 되는지 잘 몰라요. 분장팀을 불러서 매력적인 스타일로 바꾸니 관객들 반응이 더 좋은 거예요."

2009년 4월 25일부터 개막 이래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공연을 하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전보다 나아지는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작품을 업그레이드시키고 다듬어 왔다. 수입도 조금씩 늘어났고 배우와 스태프들의 호흡도 좋아졌다. 근데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났다.

"우리나라 넌버블 퍼포먼스계가 다같이 안고 있는 고민이 있어요. 한 공연을 계속 하다보면 배우들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저도 난타를 3년 넘게 하면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것은 재미있고 좋은데 '나는 앞으로 뭐가 되지, 최고의 난타 배우가 되는 건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최고의 난타 배우가 되는 것도 중요하고 뮤지컬 하는 것도 괜찮은데 저는 그런 작품을 만드는 재능이 더 있는 것 같아서 결국 연출가의 길을 택했죠."

'판타스틱' 공연 장면
 '판타스틱'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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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성씨를 간략히 소개하면
지윤성 ㈜해라 대표

∙ 경향아트힐 극장장(극장 6개관, 갤러리, 전시4관)
∙ 이벤트 쇼연출가.
∙ 신나는빵쇼 제빵왕 김탁구 프로듀서
∙ 뮤지컬 판타스틱 총 연출
2011 독일 i-max 한국관 쇼연출
2011 K2 중국 모터쇼 연출
2011 한화리조트 PO 총괄 감독
2010 일본 트레블마켓 초청공연 연출
2010 세계요트대회 개막식 초청공연 연출
2009 현대중공업 VIP 초청만찬 공연 총 연출
2008 디즈니랜드 하이 서울 쇼케이스 총 연출
2008 시애틀 '한국 법령제정의 날' 행사 총 연출
2008 말레이시아 '한국의 맛과 멋' 총 연출
2008 JATA 세계여행박람회 한국부스 공연 연출
2000~2003 Nanta 배우

'난타' 시절 자신이 심하게 앓았던 번민이기에 배우들의 앞날도 함께 걱정한다.

"저는 그래요, 배우들 중에 재능있는 사람은 류승룡 선배처럼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시키고 싶고, 연주나 노래 잘하는 배우들은 앨범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마음속에서 갖고만 있었던 꿈, 이것을 안하면 진짜 죽을 것 같은 것을 실현시켜 주고 싶고,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저도 제작자로서 그런 배우들 만나고 싶고, 그런 배우들을 찾아서 키우고 싶어요."

내년에 '판타스틱' OST를 제작하고 유럽무대로 진출할 계획이다. 정동스타식스 영화관이었던 현재의 경향아트힐을 임대해 '난타'팀(2층)과 한복디자이너 이효재씨(4층) 등과 연계하여 라이브공연 멀티플렉스관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에게 공연의 의미를 물었다.

"저는 공연이 종합선물세트라고 생각해요. 세계적인 쇼는 종합선물세트예요. 오페라유령을 보세요. 최고의 배우들, 멋진 셋트, 다양한 장르의 미술, 유령이 의자에서 사라지는 마술까지 사용하잖아요. 사람들이 그걸 보고 마술이라고 느끼지 않고 쇼의 일부라고 생각하잖아요. 사람들이 오페라유령을 봤지만 거기에는 모든 게 다 있어요. 저도 종합선물세트같은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판타스틱' 공연 장면
 '판타스틱' 공연 장면
ⓒ 판타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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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지윤성 연출가, #국악코믹뮤직쇼 판타스틱, #송승헌, #류승룡, #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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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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