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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박...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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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산책길을 걷다보면 다른 식물보다 유독 많이 분포되어 땅을 차지하고 있는 덩굴 식물을 본다. 온통 그 덩굴식물로 뒤덮였다는 표현이 좋을 듯하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나무들을 타고 올라 숨을 조이기 시작해 온통 나무를 뒤덮어버려서 그 나무가 원래 무슨 나무인지 분간조차 못할 정도로 덩굴 잎으로 친친 감고 꼭대기까지 온통 뒤덮어버린 것을 종종 본다.

비가 오면 그나마 흐르는 개천 주변은 다른 식물들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 덩굴식물만 있는 것처럼 무섭게 뒤덮었고 전봇대, 나무 등 타고 올라갈 만한 곳만 있으면 발을 길게 뻗어 친친 감고 올라가선 모조리 뒤덮어버리는 무서운 생장력을 가진 식물을 보면서 나는 혀를 내두르곤 했다.

그 덩굴식물이 내 눈에 띄게 된 건 작년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남편 출근배웅을 매일 하던 나는 그때는 이쪽 길 건너편이 아닌 맞은편 파출소 앞에서 통근차를 탔었다. 조금 일찍 나가서 통근차가 오기를 기다리곤 했는데 우리가 서 있는 자리 바로 뒤엔 볼품없는 작은 화단이 있었고 몇 개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예의 그 덩굴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자라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무를 타고 오르고 올라 완전히 점령해버렸고 나중엔 무슨 나무인지 분간도 가지 않을 정도로 가시와 털이 있는 덩굴 잎과 줄기로 친친 감고 있어 결국 그 본래의 나무는 누렇게 색이 바래고 죽어갔다.

어디든지 무엇이든 타고 올라가 햇빛을 가리고 질식시켜 나무를 고사시키고 마는 가시박...
▲ 가시박 어디든지 무엇이든 타고 올라가 햇빛을 가리고 질식시켜 나무를 고사시키고 마는 가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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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무성한 덩굴식물은 거머리처럼 그 나무에 들러붙어 기생하고 있었고 아래 바닥 쪽에도 역시 길길이 발을 뻗어 온통 그 줄기와 잎으로 뒤덮어 길 쪽에까지 나온 것을 보았다. 그 무서운 생명력에 경악스러웠고 기가 질릴 정도였다. 다른 식물을 타고 올라가서 주인 행세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덩굴식물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나브로 아침저녁 산책을 하면서도 늘상 보는 덩굴 잎. 그것의 이름이 점점 더 궁금했다. 나무란 나무, 주변 풀과 덩굴들이 제대로 발을 뻗고 자라지 못하도록 온통 휘감고 점령하고 뒤덮어버리는 저 식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덩굴식물 이름은 안 것은 불과 며칠 전이었다. 여느 때처럼 산책길을 걷다가 마주친 이웃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그 식물의 정체를 알았다.

조금만 방심해도 뻗어 나가는 가시박...
▲ 가시박 조금만 방심해도 뻗어 나가는 가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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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덩굴잎 있지요?" 하고 손으로 가리켰다. 그것은 바로 내가 평소에 궁금해 했던 식물이었다. 며칠 전 뉴스에도 나왔는데 저것이 온통 뒤덮어서 다른 식물들을 다 고사시킨다면서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고 말했다. 잘됐다 싶어서 나는 그 식물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분은 이름은 모른다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한번 해보라고 했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식물계의 황소개구리, 그 이름은 '가시박'이었다. 가시박에 관련한 기사가 몇 개 떴다.

종합해 보니, 가시박은 1980년대 후반(혹은 90년대)에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오이, 호박에 접붙이기용 작물로 들여온 덩굴식물이었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며 주로 물가에서 자란다. 키는 4미터에서 8미터 이상 자라고 줄기엔 잔털이 많으며 덩굴손은 3-4개로 갈라지고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줄기에서 어긋나는 잎은 5-7갈래로 갈라지는 손바닥 모양을 하고 있다. 암수 한 그루로 6월부터 암꽃과 수꽃이 따로 꽃이 피며, 암꽃은 꽃대에서 두상꽃 차례로 연초록색이며 수꽃은 총상 꽃차례로 황백색이다. 꽃대에서 털이 밀생하여 3-10개가 뭉쳐 달리는 열매는 돋친 가시가 있다.

산과 들...온통 가시박으로 뒤덮고...
▲ 가시박 산과 들...온통 가시박으로 뒤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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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지 타고 올라간다...그것이 무엇이든...그악스러울 정도의 생명력...
▲ 가시박 어디든지 타고 올라간다...그것이 무엇이든...그악스러울 정도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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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박은 칙넝굴처럼 덩굴로 다른 식물을 타고 오른 뒤 그 무성한 잎으로 다른 식물을 뒤덮어 버려(80%이상) 식물을 고사시킨다. 또한 가시박은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해 다른 식물을 죽이는 강력한 화학물질을 분비해 가시박이 자라는 곳에서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시박의 줄기나 열매의 가시에 찔릴 경우 피부병을 유발시키기도 한단다. 번식력이 뛰어나서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가시박은 발육하기 적당한 시점까지 최고 60년까지 휴면상태로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 들여와 급속히 번진 가시박은 전국에 분포되어 말썽이 되고 있다.

이런 가시박을 완전히 퇴치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산천을 온통 뒤덮고 있는 가시박. 그것이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독을 뿜어대면서 기존의 토종 식물들을 고사시키며 점령해 가고 있다. 이미 지천에 가시박 세상이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두루두루 이웃하며 공생해야 하는 땅에 가시박 덩굴로 온통 뒤덮여 있는 산책로와 그 주변 일대를 보는 것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산책로뿐만 아니라 이웃 텃밭들 울타리에도 호박넝쿨 사이사이에도 담벼락에도 어디든지 뭔가 타고 오를 것을 찾아 발을 뻗어 친친 휘감고 그악스럽게 점령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날강도 같고 침략자 같다. 산과 들을 온통 점령군 가시박이 뒤덮어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고 있는 '가시박'. 어이 하오리이까.


태그:#가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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