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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 이순
대체로 인간은 주변에 있는 자극이나 유혹에 약한 편이다. 그것이 특히 맛난 먹거리나 흥미로운 볼거리인 경우엔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다. 인간은 서로 필요나 욕구에 따라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다른 공동체를 공격하기도 한다. 인간이라는 객체와 공동체 질서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펼치는 경우도 있다.

자극과 욕구에 민감한 인간은 장기적으론 자신의 인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무감각적으로 반복하기도 한다. 평소 습관이 악화되어 중독이 심화 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고칼로리 음식이나 정크푸드, 성적 욕망, TV프로그램 등에 몰입되는 경우다.

1930년대 네덜란드 생물학자 니코 틴버겐은 동물 연구를 통해 인간 실험자가 만든 진품을 모방한 모조품에 반응하는 동물 행태를 연구했다. 실험 대상 동물들은 진품보다는 인간이 만든 모조품에 더 애착을 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모조품 실험이 아닐지라도 동물 세계에서는 인간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이 목격되기도 했다.

뻐꾸기는 항상 자신의 알을 숙주 새 둥지에 낳는다. 뻐꾸기 알은 숙주 새 알보다 크기가 더 크고 색깔도 다른 경우가 있지만 오히려 이 알은 숙주 새 어미가 더 애착을 가지고 부화해 힘쓴다. 자신의 알인 진품보다는 뻐꾸기 알인 가짜에 속아넘어가는 숙주 새의 행태는 생물학자에겐 좋은 연구 대상이 된다.

노벨상을 수상한 니코 틴버겐은 동물 연구를 통해 인간이 만든 모조품에 더 큰 자극을 받거나 뻐꾸기 알을 품는 숙주 새의 행태를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21세기에 들어 하버드대 의과대학 진화심리학 교수인 디어드리 배릿은 이 초정상 자극을 인간의 진화심리학에 적용해 동물에 못지않은 초정상 자극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와 행태를 분석했다.

그녀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끝없는 전쟁과 현대적인 질병, 성적 태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초정상 자극에 반응하는 인간의 행태와 동물들이 생태계에서 초정상 자극에 반응하는 것과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는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초정상 자극들과 이에 반응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한 책이다.

초정상 자극의 대표적인 표적, 성(性) 본능

인간이 반응하는 초정상 자극 중에 최고는 역시 성적 본능이다. 포르노그래피나 TV 속 광고모델,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 열풍, 패드를 댄 브라 등은 모두 '자연의 신호를 확대하려는' 시도들이다. 이것들은 종종 한쪽 성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런 현상은 '남녀의 서로 다른 본능을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들보다 더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것들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포르노그래피라는 초정상 자극에 강한 반응을 보인다. 반면 여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초정상 자극은 자신도 이상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고 충동하는 이미지와 충고들, 그리고 로맨스소설과 멜로드라마와 같은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매체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광고 속의 제품들이 실제로는 여성을 컴퓨터로 수정한 이미지들처럼 보이게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용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충고는 단지 '충분한 수면과 야채섭취, 운동이며 그 이상은 진화가 여성에게 각인시킨 건강의 그림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동물이나 인간은 공통적으로 귀여운 것에 강한 반응을 나타낸다. 약육강식이 일반적인 동물 세계에서도 포식자들은 배가 부른 경우엔 먹이사슬 내에 있는 동물의 새끼도 마치 자기 새끼마냥 품에 안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를 키운 늑대나 고릴라 사례도 있다. 양육본능을 자극하는 귀여움은 진화과정에서 우성인자에 가깝다.

유형성숙(幼形成熟,neoteny)은 유아기의 특징이 성년까지 남아 있는 현상을 말한다. 얼굴이 동안인 사람이나 작고 귀여운 애완동물이 인기를 모으는 이유가 된다. 저자는 '귀여움은 성(性)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상업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귀여움을 직간접적으로 내세우는 매체나 도구는 초정상 자극이 될 수 있다.

고칼로리 정크푸드, 그 끊기 힘든 유혹들

현대 인간의 본능은 1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렵채집을 하던 생활에 맞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은 높은 인구 밀도와 과학기술의 발달, 환경오염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그 본능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진화는 이런 급속한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채 이로 인해 현대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역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실수는 '농업'이라고 주장한다. 약 1만 년 전 한 곳에 정주하는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인간의 수명은 7년 정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현대는 의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수명도 회복되고 더 증가했지만 농업과 함께 나타난 여러 질병들은 여전히 감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패스트푸드 산업은 미각 분야의 초정상 자극을 완성시켰다고 분석한다. 또한 인류가 곡물을 도정하거나 정제해 먹으면서 식사의 질은 떨어뜨리면서 중독의 잠재성, 즉 초정상 자극은 강화시켰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곡물은 흰 밀가루나 흰 쌀, 옥수수 시럽 형태로 바꿔 먹는 대신에 섬유질, 정유, 비타민이 들어 있는 완전한 형태로 섭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칼로리, 고탄수화물, 저영양식단은 보통 18세에 마무리되었던 인간의 뇌 성숙을 19세나 20세로 미루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식습관은 사춘기가 빨라지는 등 조숙한 아이들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저자는 이젠 '성장호르몬, 에스트로겐, 과다칼로리를 우리의 식단과 환경에서 제거하고 성 충동과 뇌 성숙의 시기를 다시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바보상자 TV가 보여주는 초정상 자극들

인간에게는 동작이나 소리처럼 갑작스럽거나 새로운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기본적인 본능이 있다. 러시아 생물학자 이반 파블로프는 이 반사행동을 '정향(定向)반응'이라고 불렀다. 생후 6개월 무렵부터 아기들은 텔레비전을 켜면 이런 정향반응을 나타낸다고 한다.

대부분 드라마는 항상 편안한 충고를 해주는 부모와 완벽하고 씩씩한 청소년들을 보여준다. 늘씬한 미소년 소녀들이 화면을 채우기도 한다. 그들은 시청자들의 원초적인 욕구를 대신 채워주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 현실로 돌아오면 그것들은 단지 허상에 불과하다. 이것들은 대부분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삶'에 다음 주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성적 본능을 자극하거나 낭만, 친구, 가족의 유대라는 코드 없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대신 이국적인 여행이나 야생동물, 자동차추격전, 산악등정 등으로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본능을 초정상으로 자극한다. 연예는 사람들이 알고자 하고 흥미를 느낄만한 사건에 주목해 사회적 본능을 겨냥한 초정상 자극의 구실을 한다. 이는 중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동성 문화는 사람들이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는 문제들을 다룬다. 하지만 그 문제들과 맞서는 대신에 중독성 예술은 애초에 그 문제들을 야기했던 가치관과 내면의 압력을 재확인 하기만 한다. 중독성 예술은 문제를 잠깐 완화시킨다. 그 위안은 예술이 지속되는 동안만 지속되고 사람은 이전보다 더 곤궁해진 상태로 남는다"

초정상 자극인 선전선동에 놀아나는 의사종, 인간

동물행동학에서 '영역'이라는 말은 '한 동물이 동종의 다른 동물로부터 그리고 때로는 다른 종의 동물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방어하는 지리적 범위'를 말한다. 이 영역은 동물 심리 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정신분석가 에릭 에릭슨은 인간을 의사종(擬似種, pseudospecies)이라고 분석한다. '인간은 하나의 종인 동시에 부족에서부터 국가, 카스트에서부터 계급, 종교에서부터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들로 나뉘어 살아간다. 이 집단들은 구성원들에게 독특하고 우월한 인간 정체성을 강하게 심어준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의사종들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정체성을 제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다른 의사종에 속한 인간들을 비교하거나 때론 공격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민족적 또는 종교적 정체성은 항상 자신들이 우월하거나 선택받았다는 신화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에릭 에릭슨에 따르면, 각각 의사종들은 유년기와 자신들의 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키우고 타 집단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되풀이 하여 주입받기도 한다. 그는 "치명적인 무기, 도덕적 우선, 정체성의 조합에 사로 잡혀 사회적 동물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광포하게 다른 하위집단을 미친듯이 공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치지도자들은 이 본능에 맞춰 '게임'을 한다는 점이다. '적에 대한 망상을 유발하면 권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쟁이나 전쟁에 대한 위협은 국가라는 의사종의 정체성을 강화해주고 위기가 닥쳤을 때 합리적 평가보다는 본능을 일깨워 지도자를 따르게 한다. 또한 의사종들 사이의 경계를 강화하고 적을 위협하는 '초정상 선전선동'들은 사회적 위험을 크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초정상 자극에 대응하는 방법, '평소 평범한 것을 낯설어 보이게 하라'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어떤 활동에서도 그 활동이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관계나 정보, 운동에 기여하는가 아니면 초정상 자극을 소개하여 그것을 강탈하고 있는가를 의식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즉시 TV나 게임 혹은 웹사이트에서 '발을 빼고 자연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라'고 충고한다.

또한 초정상 자극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평범한 것을 낯설어 보이게 하라'는 윌리엄 제이스의 처방도 함께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TV뉴스도 정보를 얻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만일 정보가 필요하다면 그와 똑같은 내용을 '몸을 움직이면서' 신문에서 훨씬 빨리 읽을 수도 있고, 라디오에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습관처럼 대하는 고칼로리 정크푸드와 TV를 멀리하고 우울증 치료에도 좋은 운동을 시작하라는 충고는 단순하지만 초정상 자극을 피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초정상 자극들을 소개하고 그 자극에 유혹되는 인간 심리를 탐구한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지침서가 될 만하다. 읽는 동안 내내 흥미로웠던 내용들이 초정상 자극(?)으로 작용하는 책이지 싶은 느낌이다. 물론 이 초정상 자극은 긍정적인 자극임엔 틀림이 없겠지만.

덧붙이는 글 |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디어드리 배릿 지음. 김한영 옮김. 이순. 2011.07. 13800원)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디어드리 배릿 지음, 김한영 옮김, 이순(웅진)(2011)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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