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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철학> 표지
 <자기만의 철학> 표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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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너도 나도 철학을 한다고 하는 때가 있었다. 애어른 없이 철학타령을 하며 일명 '개똥철학'을 목에 핏대 세우며 떠벌이다 보면 은근 자신도 철학자가 된 양 어깨가 올라가곤 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 철학이란 것을 교양으로 배우면서 '이거 장난 아니네' 하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학문으로써 철학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먼 존재이다. 특히 중고교 시절에 철학은 '남의 이야기'다. 윤리나 다른 시간에 가끔 철학 비슷한 것만 나와도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한다. 무슨 논리를 따지고 사유를 논하고… 무슨 철학자가 이런저런 주장을 했고… 철학에 대한 맛을 보기도 전에 질리게 만든다.

그래도 니체, 칸트,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 철학자 몇 명의 이름과 "신은 죽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등 철학자들이 했다는 말도 몇 마디는 주워 담는 수확(?)도 얻었다. 그러나 철학은 여전히 다가가기 쉽지 않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떨까? 일반적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수능이라는 입시에 취한 아이들에게 철학에 대해 물으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하는 대답을 듣기 십상이다. 생각할 시간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생각', 아니 '사유'를 주업무로 하는 철학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나 약 올리냐?'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 당연히 재미 꽝이죠"

그래도 일단 물어보았다. 철학이란 것에 대한 반응을 떠보기 위해. 그러나 '역시나'였다. 상황은 대략 이랬다.

"애들아, 철학이 뭘까?"
"… 갑자기 웬 철학이에요?"
"그냥. 그럼 철학은 쉬운 걸까, 어려운 걸까?"
"에이~, 그런 걸 왜 물어요. 당연히 어렵죠."
"재미는?"
"당연히 재미 꽝이죠. 재미없는 이야기 그만 하고 수업이나 해요."

한 방 먹었다. 수업도 재미없지만 철학 타령은 더 재미없다. 그러니 재미는 없을지라도 입시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나 하자, 뭐 이런 말투다. 그래서 차선책을 택했다. 수능을 보지 않고 외국으로 연수를 떠나기로 한 아이를 불러 책, <자기만의 철학>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 읽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냥 편하게 얘기해줄래?"

내가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라 한 것은 선입견 없이 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서였다. 다음 날 일독한 후 아이의 반응은 이랬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가요. 한 번 더 읽고 말씀드릴게요."

아이는 순전히 나에게 책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두 번이나 읽었다. 그렇지만 반응은 비슷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 과학과 철학의 특징,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며, 철학과 종교의 차이, 그리고 철학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는 이야기, 철학을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점을 간단히 요약하여 들려주었지만 결론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돼요? 잘 이해가 안 가요.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 읽은 아이의 반응은 이랬다. 정말 그렇게 어려운 내용일까. 이젠 직접 읽고 판단하기로 했다.

어렵지만, 청소년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

일단 먼저 읽은 아이의 말처럼 이해가 안 되는 글은 아니다. 그건 아마 그 아이와 내가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의 차이점 때문일 거다.

사실 이 책은 목차만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 목차의 흐름대로 따라가면 과학과 철학, 종교와 철학을 나름대로 비교 분석하며 이해를 돕고자 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철학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고, 자기만의 철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만의 철학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와 씨름해야 하고, 많이 읽어야 하고, 당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여러 예를 통해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용된 말들이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어들의 등장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어렵다는 느낌을 갖게 할 수 있다. 철학의 단계를 설명하면서 잠재적 기하학이나 경험적 기하학, 연역적 기하학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책을 어렵게 느끼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자신에게 맞는 단계의 철학을' 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자기만의 철학>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는 측면에선 이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고 철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한 번쯤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단순히 철학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철학과 다른 학문인 과학이나 종교를 비교함으로써 철학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떻게 철학을 대하고 공부해야 하는 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철학은 산에 오르는 일과 같다고 했다. 산에 오르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힘들지만 정상에 오르면 주변의 풍경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듯이 철학 또한 공부하기 어렵지만 공부하다 보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돌아보기에 좋다는 측면에서 등산과 비교하곤 한다. 이는 저자의 '철학은 세계를 통째로 바라본다'는 말과 상통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학문으로서 철학은 하지 못할지라도 생활의 철학을 하면 어떨까. 저자의 말대로 남이 강요한 대로 따르거나 비판 없이 받아들인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는, 거기에 어떤 치열함을 가지고 임한다면 우리 모두 자기만의 철학을 하고, 가질 수 있다고. 그 길이 어렵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 * <자기만의 철학> 탁석산 씀, 창비 펴냄, 2011년 8월, 168쪽, 9500원
* 김현 기자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자기만의 철학

탁석산 지음, 창비(2011)


태그:#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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