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태근의〈성미산 마을 사람들〉
▲ 책겉그림 윤태근의〈성미산 마을 사람들〉
ⓒ 북노마드

관련사진보기

성미산, 그곳은 마포 도심 속에 있는 조그마한 산이다. 허나 세상에서 제일 큰 산일 것이다. 그 산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화기애애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까닭이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가 함께 한다. 어느 누구 하나 강제하는 이 없이, 그야말로 자발적이요, 한 마음이 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준다.

양평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다 그곳에 집을 장만하여 살고 있다는 윤태근씨. 그는 성미산 사람들에게 '오름'이로 불리는 이요, 이 책 〈성미산 마을 사람들〉을 직접 쓴 이다. 그의 아내는 '초록비'요, 그의 딸아이는 '산'이다. 성미산 사람들은 모두가 그렇게 별명을 부른다. 어른 이름도 아이들 이름도 모두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동등한 인격체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네 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부터 12년제 도심형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 '마포두레생협'과 '동네부엌'과 '작은나무'와 '성미산마을극장'과 '성미산밥상' 등이 성미산 마을의 대표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까닭이다. 아울러 '성미산 어린이 마을 합창당'과 '동네사진관'과 '성미산 풍물패' 같은 각종 동호회도 숨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 두드러진 내용이나 이 책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은 '성미산 어린이집'이다. 공동육아의 장인 그곳에서 '오름'이와 '초록비'의 딸인 '산'이 참된 자존감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홀로 외톨이였던 '산'이 그곳에 들어간 뒤부터 더불어 사는 맛을 느꼈던 것이다. 이른바 부모가 일터에서 늦게 오면 일찍 온 부모들이 서로 봐주고, 또 마실을 갈 때에도 시간이 남는 부모들이 다른 아이들까지 함께 데리고 가는 게 그것이다.

물론 그곳을 졸업하면 모두가 성미산 학교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들은 그곳을 택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일반 학교를 선호하기도 한다. 물론 요즘은 그곳이 인기가 있어서 그런지 줄을 서도 정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무엇이 그런 비결을 이끌어내고 있는 걸까?

"초록비와 오름은 1년을 고민한 끝에 산이를 성미산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초등학교까지 일제고사를 보는 등 아이들에게 무리한 선행 학습을 강요하는 것이 영 마뜩치 않았던 탓이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오늘부터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아직 설립인가도 나지 않고,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마을에 있는 12년제 성미산학교를 선택한 것이다."(75쪽)

〈다큐 3일〉이라는 TV프로그램에도 성미산 마을이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이후에 성미산 마을을 찾는 이들도 많고, 또 성미산 마을을 '꿈의 도시 공동체'나 '유토피아'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오름이는 결코 성미산이 별천지 같은 것이 아니고, 그저 다른 지역에 비해 잘 뭉치고 공통으로 원하는 것을 함께 찾는데 좀 더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상식과 의사소통이 조금 잘 이뤄진다는 뜻이다.

다만 안타까운 부분이 없지 않다. 지금 그 산 남쪽 기슭을 깎아 홍익재단의 학교가 줄줄이 들어설 요량인 까닭이다. 그 당시 시의회 의원들이 현장을 둘러봤어도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주민들은 원성을 자아낸다. 사실 그 산은 한국 내셔널트러스트 2009 시민공모전에서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서울시 교육청은 2010년 5월말에 성미산 개발 공사를 허가했다고 하니, 지금은 다른 농성으로 그 산을 지킬 계획이라고 한다.

2003년, 유수지와 아파트 공사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성미산. 그 둘레의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아 성미산을 지켜낸 이후부터 언론에서 그 마을을 '성미산마을'이라고 이름한 곳. 그래서 그런지 그곳 마을은 지도에도 표시돼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산마을에서 깊이 있게 울러 퍼지는 지금 당장의 행복한 삶을 이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기쁘기 그지 없다.


성미산마을 사람들 - 우리가 꿈꾸는 마을, 내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을

윤태근 지음, 북노마드(2011)


태그:#성미산 마을 사람들, #다큐 3일, #오름이와 초록비, #성미산 풍물패, #성미산 어린이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