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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7일 오전 10시 35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에 대해 "서로의 진심이 통했고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뒤 안 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에 대해 "서로의 진심이 통했고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뒤 안 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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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돌풍'이 '박근혜 대세론'을 뒤흔들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1:1로 맞붙을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뉴시스-모노리서치 여론조사(전국 19세 이상 남녀 1108명 대상 RDD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94포인트)에 따르면 야권단일후보로 나선 안철수 원장이 42.4%, 박 전 대표가 40.5%를 얻었다.

같은 날 리얼미터 조사(전국 19살 이상 남녀 700명 대상 가구전화 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7%포인트)에서도 두 사람이 양자대결을 펼칠 경우 안 원장은 43.2%, 박 전 대표는 40.6%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표와 최근 급부상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야권 단일 후보로 1:1로 맞설 경우에는 박 전 대표가 45.1%로 37.5%를 기록한 문 이사장을 앞섰다.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박 전 대표를 앞선 후보가 나타난 것은 처음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는데, 오차범위 안이지만 정치권에는 충격적인 결과"라며 "안 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주자로 급부상해 유권자들의 관심도 대선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안 원장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가 50%에 이르는 등 고공 행진하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지를 선언하면서 불출마할 것이 말이 나도는 시점부터, 그의 정치적 위상이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됐었다. 그러나 여론조사결과는 이같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지지율 1위 후보가 물러나는 건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아냐"

7월과 8월 '안철수·박경철의 청춘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와 그에게 정치참여를 권하기도 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원순-안철수' 단일화 전날인 5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출마하지 않고 박원순을 지지하고 물러나면 두 배로 승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화끈한' 경선 승복을 통해 대선후보로서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만들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비교했다.

"안 원장이 물러나는 것은 (박 전 대표처럼) 패배해서가 아니라 지지율 1위를 가지고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 정치 풍토에서 1위를 달리는 지지율을 가지고 물러나는 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4선 의원으로 오랜 정치경험을 갖고 있는 김 전 수석은 "내년 총선에서 새로운 제3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깃발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전 수석은 아직까지는 안 원장을 대선후보급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에서는 범야권의 대선후보가 늘어났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중진은 "현 지지도로 보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포함시켜도 상당한 지지도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고, 한 재선 의원은 "내년 대선판도에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통큰 양보'를 한 안 원장은 시간을 끌지도 않았다. 출마설이 나온 지 6일 만에, 그리고 박 상임이사를 만난 당일로 결단을 내렸다. 이런 경우 보통 며칠 시간을 끌며 주목도를 높이는 행태를 보여온 우리 정치권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안 원장의 불출마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쿨하네, IT전문가답게 요즘 감각에 맞다"고 평가하면서 "경선 승복의 대명사인 박(근혜) 전 대표가 구시대로 보일 것 같지 않느냐"고 물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안철수 대선주자론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더욱이 그는 부산출신 아니냐"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안 원장이 서울시장으로 들어가 버리면 제일 좋아할 인물은 박 전 대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안철수는 박원순과는 달리 강남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를 흔들 수 있는 카드"라며 "진보쪽에는 확실한 채권을 갖게 된 그가 내년 대선까지 무당파 행보를 끌어가면서 '총선과 대선의 와일드카드'가 된다면 '박근혜대세론'에 큰 위협이 될 것"이고 말했다.

"안철수가 총·대선 와일드카드 된다면?"... 친박 "인기투표성, 일시적인 것"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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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가 실제 정치에 뛰어들 의사가 있는지는 명확지 않다. 그는 후보단일화 기자회견에서 "박원순 상임이사를 사실상 지지하는 것이냐",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맡을 계획이냐"는 질문에 "(서울대 교수라는) 국가공무원 신분"이라며 답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게 된 배경의 하나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다시 하게 만든) 한나라당이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는 점을 꼽고, 자신의 위상을 야권연대의 틀 안에 놓았으며, '출마고심-후보단일화'라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했다. 이번에는 박 상임이사와의 관계, 가족들의 반대, 서울대와의 신의 등등의 이유로 뜻을 접었지만 정치의 문은 활짝 열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안 원장의 생각과는 달리 법적으로도 그는 직접적인 정치활동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하거나 정당에 가입할 수 없지만 대학 총장이나 교수는 가능하다.

친박 쪽은 안 원장의 대선주자 지지도조사 결과에 대해 "안 원장이 아무 것도 검증된 게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일시적인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안 원장이 아무것도 검증된 게 없기 때문에 지금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며 "국민들이 기존 정치권에 실망이 큰 상태에서 안 원장이 나타나니까 기대를 하는 상황인데, 일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의 등장으로 박 전 대표도 구세대로 비쳐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통령은 안정감과 신뢰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기투표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내년 대선에서 안 원장이 박 전 대표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데 대해서는 "그 키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고 본다"며 "안 원장이 아직은 좌파의 냄새를 풍기지 않고 있으니까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우파쪽에서도 지지가 있지만 좌파에서 모셔다가 후보로 내세우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의원도 "이번 조사들은 인기투표성"이며 "기업체와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과 국가운영은 비교할 수 없이 큰 차이가 있고, 정치권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대선후보급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철수#박원순#박근혜 대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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