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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시작된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은 1500일을 넘도록 계속되고 있습니다. 9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음악 다큐 <꿈의 공장>은 이러한 투쟁 과정을 담아냄과 동시에, 화려한 무대 뒤에 가려졌던 음악산업의 불편한 진실을 거침없이 드러낸 작품입니다. 영화의 개봉이 이 힘겨운 싸움에 작은 힘이 되길 바라며, 배급사 '시네마 달'이 [기타에게 자유를! 음악엔 혁명을!]이라는 타이틀로 연재기사를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영화 <꿈의 공장>의 한 장면.
영화 <꿈의 공장>의 한 장면. ⓒ 시네마달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거의 매주 콜트 콜텍 기타 노동조합의 소식을 메일로 받고 있다. 예전에 콜트 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와 함께 하는 문화노동자들의 일을 조금 도운 덕분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한 게 없다. 부평의 농성장에도 가지 않았고 수요문화제에도 가지 않았다. 그 이후로 한번도, 단 한번도 가지 않았다. 바빴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심했다. 그런 내가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을 보고 무슨 말을 한다는 게 가당한 일인지 모르겠다.

 

작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심사할 때 콜트 콜텍 기타 노동자들을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어 이야기를 꺼내보긴 했다.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를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어렵게 싸우고 있으니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수여했으면 한다고 제안했지만 호응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상자로라도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조차도 호응하는 이는 적었다.

 

대중음악이 단지 뮤지션과 팬, 산업 관계자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구성되는 것임에도 이를 이해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아니면 내가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게 콜트 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싸움은 남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연대하지도 않고 있는 어떤 마음의 빚 같은 것이다. 미안하고 안타깝다. 그러나 이렇게 콜트 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싸움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몇 마디 말을 더하는 것으로 무언가 함께 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아직도 싸우고 있고 나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션이 아니라, 기타노동자들이 주인공이다

 

 영화 <꿈의 공장>의 한 장면
영화 <꿈의 공장>의 한 장면 ⓒ 시네마달

 

최근 음악인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뮤지션들이 다양해지고 있고 영상 장비가 발전하며 영상 작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난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꿈의 공장>은 그중에서도 특히 이채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뮤지션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음악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며 우리에게 음악 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와 실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이 콜트 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싸움을 기록하고 소환하는 정서는 어떤 숭고함이나 격렬함이 아니다. 그들이 직장에서 쫓겨나서 싸우고 또 싸우는 현실로 채워지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꿈의 공장>의 시선은 단지 기타 노동자들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꿈의 공장>은 기타를 만지거나 만드는 사람들, 그러니까 기타가 삶에 개입하는 사람들을 아우르며 기타와 노동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기타를 노동의 산물로, 삶의 근거로 바라보게 만든다. 콜트 콜텍이라는 브랜드를 몰랐던 사람들조차도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를 생산하는 곳이 바로 콜트 콜텍의 공장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럼에도 싼 기타를 살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담담하게 배치하며 <꿈의 공장>은 어떤 선동이나 고발보다 더 많은 질문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리고 콜트 콜텍 기타 노동자들은 머리띠를 둘러맨 투사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는 걸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노동자라는 말 속에 담겨진 과격함과 비루함 대신 평범한 직장인이자 인간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들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그래서 더 가슴 아리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세상

 

 영화 <꿈의 공장>의 한 장면
영화 <꿈의 공장>의 한 장면 ⓒ 시네마달

 

그들이 원하는 것은 회사 회장의 돈을 강탈하는 것이 아니고, 임금을 심하게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수십 년을 근속한 회사, 이 일 말고는 해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 계속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음에도 자본은 법원의 해고 무효 판정마저 거부하는 잔인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이니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42명이나 되는 것 아니겠는가.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라니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

 

그래도 콜트 콜텍 기타 노동자들 곁에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그들과 함께 했고 해외의 뮤지션들 역시 그들과 함께 했다. 다큐멘터리는 이들 중 누구 한 사람을 특별히 부각시키지 않으며 우리 시대 예술과 노동과 소비에 대해 어떤 답변도 강요하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는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덧붙이는 글 | 서정민갑 기자는 대중음악의견가입니다.


#꿈의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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