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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해양경찰서 소속 317함과 508함이 함선 공개 행사를 가졌습니다.
▲ 해우리17호 317함 여수해양경찰서 소속 317함과 508함이 함선 공개 행사를 가졌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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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를 맡은 분이 구명장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 구명장비 안내를 맡은 분이 구명장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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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아침입니다. 가까스로 눈 뜨고 신문을 펼칩니다. 며칠 동안 가족여행을 다녀왔더니 온몸이 쑤십니다. 머리기사는 당연히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이야기입니다. 그냥 넘깁니다. 그렇게 큰 글씨만 읽으며 신문을 넘기는데 눈에 띄는 글이 있습니다.

'불난 설봉호 근처에 순찰 해경... 하늘이 도왔다.'

한겨레신문 기사 제목입니다. 사람 구했다니 장하다는 생각과 함께 무심코 신문을 넘기려다 다시 꼼꼼히 읽습니다. '317'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선가 본 기억은 있는데 잘 떠오르지 않네요.

기억이 날듯 말듯, 답답한 마음을 한편에 두고 기사를 읽습니다. 중간쯤 읽다 '여수해경'이라는 글씨와 함께 숫자 '317'의 비밀이 풀립니다. 지난 3일 토요일 '해양경찰의 날' 행사에서 만난 함정입니다.

곤히 자는 두 아들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상기된 기분에 작은 몸을 거칠게 흔들었더니 큰애가 눈을 가까스로 뜹니다. 저를 쳐다보는 아들에게 "우리가 탔던 배가 사람을 구했어"라고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소리에 큰애는 "어제 뉴스에서 봤어요"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다시 쓰러집니다. 저만 몰랐습니다. 깊은 산속에 들어왔으니 세상 일 관심 끊고 바람과 물소리 실컷 듣겠다며 온종일 인공의 소리를 멀리했는데 그사이 이런 일이 생겼네요.

오늘(7일) 아침, 잠시 지난 토요일을 떠올립니다. 그날 오랜만에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두 녀석을 데리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여수 봉산동 부두로 차를 몰았습니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9월 10일 58주년 '해양경찰의 날'을 맞아 2일부터 4일까지 함정 공개 행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시속 70Km, 자동차 속도와 단순비교 말 것

바다에서 부상당한 사람을 옮기는 장비랍니다.
▲ 구명장비2 바다에서 부상당한 사람을 옮기는 장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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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류'라고 써 있는데 '국제 깃발 신호' 정도로 해석해도 될까요? 행사가 열리면 이런 깃발을 내 건답니다.
▲ 깃발신호 '국제기류'라고 써 있는데 '국제 깃발 신호' 정도로 해석해도 될까요? 행사가 열리면 이런 깃발을 내 건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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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실내부 벽에 걸려 있더군요. 신기해서 물었더니 배가 앞뒤로 얼마나 움직이는지 알려주는 장비랍니다. 좌, 우 기울기를 나타내는 장비도 있습니다.
▲ 신기한 장비 선실내부 벽에 걸려 있더군요. 신기해서 물었더니 배가 앞뒤로 얼마나 움직이는지 알려주는 장비랍니다. 좌, 우 기울기를 나타내는 장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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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기 힘든 곳에 들어왔습니다. 배의 핵심을 잡았습니다. 근사하지요?
▲ 운항 구경하기 힘든 곳에 들어왔습니다. 배의 핵심을 잡았습니다. 근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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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을 찾은 저는 약간 실망입니다. 많은 사람과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을 예상했는데 현장은 의외로 한산합니다. 복잡하지 않아 좋았지만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드네요. 그래도 두 녀석에겐 색다른 경험이 될 거란 기대를 품고 함정에 오릅니다.

안내 맡은 분이 친절히 함정 이곳저곳을 소개해 줍니다. 쉽게 들여다 볼 수 없는 조타실도 둘러봅니다. 또, 508함은 여수해경이 보유한 배중 가장 큰 함정이고 317함은 508함보다 작지만 최신 함정으로 바다에서 시속 70Km로 달린다며 은근히 자랑도 빼놓지 않습니다.

덧붙여 그 속도는 땅에서 자동차로 달리는 속도와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답니다. 바다에서 이 정도 덩치의 배가 시속 70Km로 달리는 일은 정말 빠른 속도라네요. 그 설명을 듣고 나니 배가 다시 보입니다.

멋있기도 하고 땅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물건도 많습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는데 제가 군에서 사용하던 무기도 눈에 띕니다. 아빠는 신나서 둘러보는데 아이들에게 별 재미가 없나 봅니다.

그나마 관심 있는 일은 조타실 키 잡아보는 일과 기관총 만져보기 정도입니다. 그날 아빠는 신나했고 아이들은 별 관심 없이 배를 구경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신문을 펼치니 317 함이 사람을 백 명 넘게 구했네요.

굳이 없으면 좋을 장비입니다. 허나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하겠지요. 부디 조준장치 너머로 총알이 날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 조준 굳이 없으면 좋을 장비입니다. 허나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하겠지요. 부디 조준장치 너머로 총알이 날아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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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린 해양경찰 함정 공개행사 펼침막입니다.
▲ 함정 공개행사 9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린 해양경찰 함정 공개행사 펼침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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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사고 당하면 꼭 기억해야할 번호입니다만 이 번호로 전화할 일 없어야겠지요.
▲ 해양긴급신고 122 바다에서 사고 당하면 꼭 기억해야할 번호입니다만 이 번호로 전화할 일 없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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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행사장 앞에서...
▲ 행사장 앞에서 한산한(?) 행사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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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지난 6일 밤의 모습입니다. 저와 두아들에게 열심히 함정을 설명해 주던 그 분도 저 배에 타고 있었겠지요?
▲ 화재선박 구조 긴박했던 지난 6일 밤의 모습입니다. 저와 두아들에게 열심히 함정을 설명해 주던 그 분도 저 배에 타고 있었겠지요?
ⓒ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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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를 보니,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는데 신속한 해경의 구조가 더 큰 재앙을 막았답니다. 기사를 읽으며 그날 구조장비를 자세히 설명해주던 분에게 제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이 장비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날 행사에 많은 사람은 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있는 일도 아니고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았겠지요. 그러나 겉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순간에 제 힘 내는 해양경찰임을 보여줬으니 감사합니다.

이번 구조를 계기로 더욱 내실을 다지는 해양경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멋진 배를 둘러보고 돌아가는 일 보다 구조된 128명이 317함을 향해 두 손 흔드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번 구조가 더욱 빛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해양경찰은 매년 12월 23일을 해양경찰 창설일로 기념해 왔으나 연말 각종 현안 등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행사를 하기에는 제약이 많다고 판단하고 올해부터 대한민국의 실질적 해양영토인 배타적 경제수역(EEZ)제도가 법제화되어 발효된 9월 10일로 공식 변경했다.



태그:#설봉호, #여수해양경찰서, #해양경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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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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