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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내 (물가 목표) 4%를 달성하지 못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8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통화당국 수장이 결국 고개를 숙인셈이다. 김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가진 회견에서, '올해 4% 물가목표 달성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물가 수준 자체는 과거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물가전망치 수정 수치를 예단할 순 없지만, 가능성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금리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 총재는 다시 불거진 글로벌 재정위기 등을 들면서, "새로운 요인에 경계심을 갖지만, 그 요인이 해결되지 않아도, 관리가능하다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파고가 관리 가능하다면 애초 목표로 삼은 방향으로 갈 것이고, 그래도 모른다면 무모하게 갈 수 없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진다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 안팎에선 사실상 올해 금통위의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정상화는 물 건너 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물가 상승과 가계 빚 폭등에 대해 중앙은행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은 총재 '4% 물가 목표' 달성 포기?... 가계빚 해법도 "하루아침에 어렵다"

 

이같은 한은의 통화정책 논란을 염두에 둔 듯, 김 총재는 "중앙은행으로서 막중한 책임이 있지만, 현재의 대외 경제여건의 위험성을 보고, 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결정 때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관리하는 것이라면서, "나라마다 다르지만, 6개월 후를 두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떠오른 가계 부채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초부터 가계 빚에 대해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김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과다한지 판단이 있어야 한다"면서 "중앙은행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금리이지만, 금리는 무차별적으로 적용돼서 영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차원의 가계부채에 대한 미시적 수단을 쓰고 있고, 적절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빚이 많아진 것이 아니어서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고도 했다. 정부 차원의 가계 빚 대책을 쓰고 있지만, 당장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한은 금통위,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 물가와 가계빚 논란 커질듯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했다. 지난 6월 이후 석달째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최근 다시 불거진 글로벌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통화당국의 저금리 기조속에 물가상승률이 이미 5%를 넘어섰고, 가계 부채 역시 큰 폭으로 오르면서 중앙은행의 책임론도 여전하다. 사실상 물가와 가계 빚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는 이미 올해 초부터 4%대 고공행진을 이어왔고,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5.3%나 상승해 3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가계 빚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데도, 중앙은행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면서 시중 유동성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계 부채 증가속도를 제어하려면 (중앙은행 차원의) 총 유동성 관리가 적절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린 돈을 일정부분 거둬들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태그:#김중수, #물가, #가계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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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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