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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6일. 서울대 융합과학 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다. 양보라고 한 이유는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받는 사람이 근 5%대의 사람에게 한 마디로 통 크게 넘겨주고 단일화를 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교수는 단일화에 합의하며 박원순 변호사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시민사회 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이라고 평했다. 또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다운 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은 서로의 진심을 알았다고 했다. 서로의 진심이란 아마 그의 말처럼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마음일 게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유독 같은 단어가 반복되어 나옴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이다. 안철수는 박원순을 '아름다운 분'이라 했고, 두 사람의 합의를 '아름다운 합의'라고 했다. 합리적인 분, 능력 있고 깨끗한 분도 아니고 아름다운 분이라고 했고, '멋집 합의'나 '최상의 아니 최선의 합의'도 아닌 '아름다운 합의'란 말을 썼다.

국어사전을 보며 '아름답다'를 이렇게 풀이해 놓고 있다. 아름답다 : ① 보거나 듣기에 즐겁고 좋은 느낌을 가지게 할 만하다 ② 행동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하다.

아마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를 아름다운 분이라 한 것은 '행동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하다.'란 의미가 아닐까. 일부는 박원순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지만 그의 말과 행적을 보면 '아름다운 사람'이란 말을 들어도 과찬은 아니다.

또한 박원순과 '아름다운'은 잘 어울리는 말이기도 하다. 박원순은 2000년에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었다. 세상의 좋은 변화를 위해서 꿈꾸고 일하는 사람들을 좀 편하게 해주자란 취지에서다. 2002년에는 헌 물건을 기증받아 싸게 파는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서민들을 위한 나눔의 일을 해왔다. 이렇듯 박원순에게 '아름다운'이란 말은 특별한 인연이고 어쩌면 그의 삶의 궤적인지도 모른다.

<희망을 심다> 박원순.지승호 지음
 <희망을 심다> 박원순.지승호 지음
ⓒ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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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아름다운'과 함께 박원순을 떠올리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 '희망'이다. 박원순이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고, 시민운동을 하면서 좀 더 합리적이고 활기차고 희망찬 사회를 위해 발로 뛰면서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고자 해왔다. 그래서 그는 2006년에 '희망제작소'를 설립한 후 사회제도나 의식을 바꾸기 위해 '소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우리 사회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돈이 없으면 모든 면에서 뒤처지는 현실, 돈이 학력을 규정짓는 현실, 뼈빠지게 땀 흘려 일해도 빚더미에 허덕이는 농촌의 모습, 그런 현실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박원순은 몸으로 부딪히고 계획하며 그 좋은 변호사란 직업을 때려치우고 시민운동에 헌신해왔다.

물론 그에 따른 명성도 얻었지만 그건 과정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 그는 말한다. '시민운동이 자신의 성과물로 귀결되는 것을 늘 경계한다. 이 운동은 당신들의 것이다'라고.

박원순은 지금까지 <국가보안법연구1,2,3> <세상은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 등 많은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주로 시민운동을 하거나, 강의, 변론과정에 중에 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쓴 것들이다. 이것들은 박원순의 생각이나 신념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인간 박원순의 진솔한 모습이나 성장과정 그리고 시민운동에 임하는 자세를 포괄적으로 바라보기엔 뭔가 부족함이 있다. 그렇다면 박원순의 모습과 생활, 생각들을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책은 없을까. 있다. <희망을 심다>(알마/박원순·지승호 지음)이다. 이 책은 지승호가 인터뷰하고 박원순이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책 이름이 희망을 주다가 아니라 희망을 심다이다. '주다'라는 단어엔 어쩐지 시혜적인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심다'라는 단어는 열심히 발로 뛰는 모습이 연상된다. 책을 읽다 보면 왜 '희망을 주다'가 아니라 '심다'라는 말을 글제로 잡았는지 알 수 있다.

석 달 동안 양말 한 번 벗지 않고 공부했다는 박원순…

이 책은 지금까지 살아온 박원순의 삶의 정리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경남 창녕의 깡촌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서 30리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던 이야기부터 경기고에 들어가 활동했던 이야기들이 눈길을 잡아맨다. 특히 재수 시절 대학입시 공부를 하면서 석 달 동안 양말 한 번 벗지 않고 공부한 이야기엔 '참 지독한 사람이군!'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새벽에 나오면 저녁 늦게까지 거기서 공부하는데, 거의 굶다시피 했어요. 단팥빵 하나 겨우 사 먹든지 그랬죠. 나중에는 독서실 같은 데서 마지막 3개월을 지냈어요. 그 당시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거기서 공부를 했는데요. 3개월 동안 거의 못 먹었죠. 다른 애들은 라면도 끓여 먹고 잘도 지내던데, 그런 친구들은 거의 3수, 4수 하더라고요.(웃음) 얘들은 의자 몇 개 놓고서 반듯하게 잠도 잘 자요. 저는 책상에 살짝 엎드려 조금씩 잤죠. 3개월 동안 양말을 한 번도 안 벗었어요. 그랬더니 땀이 차서 발바닥이 하얗게 뜨더라고요. 나중에는 감각이 없어질 정도가 됐죠. 영어와 국어 교과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웠습니다. 문제집도 다 외웠어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생방송 인터뷰에 참석한 가운데, 박 이사가 신고 온 낡은 구두 양쪽의 밑창이 떨어져 너덜거리고 있다.
▲ 박원순의 '낡은 구두', 이런 상태로 언제까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생방송 인터뷰에 참석한 가운데, 박 이사가 신고 온 낡은 구두 양쪽의 밑창이 떨어져 너덜거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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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그렇게 공부하여 서울 법대에 합격하지만 3개월도 안 돼 1975년 5월 22일 김상진 열사 사건에 연루되어 4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다. 그러나 그는 복학하지 못한다. 유신체제 하에서 대학에서 그의 복학은 쉬운 게 아니었다. 대신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하여 법원 사무관 시험에 합격하고 다시 사법시험을 보아 합격해 검사가 된다. 하지만 검사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1년을 채우고 검사도 그만둔다. 그리고 변호사 개업을 하지만 어지러운 시국 상황에서 그는 조영래 변호사와 일하게 되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가게 된다. 이때 그가 맡은 조영래 변호사와 맡게 사건이 부천서성고문사건, 박종철고문치사사건 등 시국관련 사건들이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박원순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오는 것이 어떠냐?'는 조영래 변호사의 조언을 듣고 1991년 8월 영국으로 떠난다. 그는 영국으로 떠난 이유를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국에 간 박원순은 자원봉사와 강의, 인권세미나 등 1년 동안의 활동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더하게 된다. 그의 공부는 주로 하버드대학 중앙도서관, 법대도서관, 워싱턴의 의회도서관 등이다. 또한 수틀랜드에 있는 미국국립문서보관소의 자료를 뒤져 정신대 문제 등 많은 자료를 복사했는데 이것이 후에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시민운동에 관여한 사람들은 박원순을 시민운동의 맏형이라고 한다. 그가 시민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힘들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동시에 좋은 세상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에서다. 그래서 박원순은 끊임없이 이렇게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한국사회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그가 시민운동이 아닌 수도도시인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현자에서 실무자로서 운동하는 것을 바라고, 어디 가서 대접받고 뒷방마님노릇 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던 그가 서울시장에 되겠다고 한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 이유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 이렇게 밝혔다.

"강연 때마다 사회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왜 그걸 실천할 수 있는 공직으로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수천 번 받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와 시민사회의 균형과 협력관계, 감시 시스템이 완전히 깨졌다. 무상급식 문제만 해도 야당과 시민사회와 논의해 풀 수 있는데 쓸데없이 정치쟁점화 되면서 어마어마한 경비가 낭비됐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운동을 하면서 생각했던 수많은 아이디어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박원순, 그는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또한 책을 통해서 평생 시민운동의 실무자가 되겠다는 그가 본래의 마음을 버리고 행정가로 변신하겠다는 것은 자신이 감시자에서 감시받는 대상이 됨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원순의 희망과 나눔을 말하고 그의 삶과 생각을 알게 해주는 책 <희망을 심다> 박원순.지승호 지음 / 알마/ 값13,000원



희망을 심다 - 박원순이 당신께 드리는 희망과 나눔

박원순 외 지음, 알마(2009)


태그:#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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