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이 되어서도 항소를 통해 나의 행동이 정당함을 알리고, 대체복무제를 통해서 나와 같은 아픔이 멈춰야 함을 주장하겠다."
대구지방법원은 14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이준규(27)씨에게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 병역법이 합헌이라고 선고한 후, 연기되어 왔던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이 재개되고 있다. 이준규씨를 비롯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감옥행이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준규씨는 올해 5월 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병역법 위헌판결 및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공개적으로 자신의 평화주의 신념을 알리며,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가는 현실을 비판해 왔다.
체벌을 하지 않는 교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교육대학에 입학한 그는 대학을 다니면서 폭력의 문제가 군사주의 문화에서 기인함을 깨달았고, 특히 2003년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란 현실을 겪으며 군대의 존재가 평화를 목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병역거부 소견서에서 밝혔다. 또 구속 직전, 자신과 같은 아픔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과 후원인들의 모임인 '전쟁없는 세상'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는 800여 명의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갇혀 있다. 이 숫자는 전세계 병역거부자 수의 80%에 해당한다. 이 엄청난 인권침해의 현실 앞에 국내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와 '향토예비군설치법 제15조 제8항'에 대해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앞으로도 병역거부자들의 감옥행은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쟁없는 세상'의 여옥 활동가는 "헌재 판결로 병역거부관련 수감자가 올해엔 천 명을 넘길 것 같다"고 예상했다.
15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과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인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의 조속한 심의와 의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국회에는 두 건의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김부겸의원 대표발의, 이정희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어 있다.
두 의원은 EU 각 회원국들을 포함한 G20 회원국 32개 국가 중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구금시설에 수용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고 전세계적으로 4개국에 불과하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심의와 의결을 촉구했다. 한국 전쟁 이후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16,200여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비록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합헌으로 나왔지만, 대체복무제 도입과 병역법 개정 관련 논의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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