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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여름, 세 환경운동가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이포댐에 올랐다.
 지난 해 여름, 세 환경운동가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이포댐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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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대강 사업 중단과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는 메시지를 안고 이포댐에 올랐던 3명의 환경운동가들은 그 해의 가장 더운 여름을 댐 위에서 보내고 41일 만에 다시 땅을 밟았습니다.

국민의 70~80%가 4대강 사업에 반대했고, 시민사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사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알렸지만 정부는 눈과 귀를 모두 닫아버렸습니다. 대운하에서 시작된 4대강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근 몇년 동안 환경단체는 국토의 가장 중요한 생태 축인 4대강의 파괴를 막기 위해 온 활동력을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2009년 말, 국민의 대다수에게 환영받지 못한 착공식을 시작으로 4대강 사업은 온 국토를 난도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포보 농성자... 징역 1년 6월 구형

그런 상황속에 환경운동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공사가 이미 시작되어 버렸는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버드나무군락이 베어지고, 꾸구리가 공사장 한켠에서 질식당하고, 꼬마머리물떼새의 알들이 중장비 바퀴 아래에서 사라지고, 단양쑥부쟁이가 거침없이 뽑혀져나가고, 무리한 공사 일정 속에 현장의 노동자들이 한 분 두 분 사고를 당하고, 농민들이 그들의 농토와 삶터를 폭력 속에 잃는 그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 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5인의 활동가는 그들의 몸을 던져 남한강과 낙동강의 그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사업은 계속 진행되었고 올해 말 완공을 위해 여전히 바삐 공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5인에게는 업무방해와 손해배상 등의 명목으로 여러가지의 소송들이 청구되었습니다. 불통의 정부와 소통을 하기 위한 이 행동으로 이들이 왜 범법자가 되어야하는지 그리고 법을 지키지 않은 건 오히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인데 왜 이들에게만 준법을 이야기하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것 역시 환경운동가로서의 운명이라면 그렇게 받아들이겠다고 이들은 이야기합니다.

9월 20일, 검사는 남한강 이포댐에 오른 3인(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 장동빈 수원환경연합 국장)에게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그리고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박창재 국장에게는 6월을 구형했습니다. 재판장에서 마지막 변론으로 이야기한 그들의 말을 전합니다. 결심은 10월 14일 열릴 예정입니다.

검찰 구형이 있었던 20일 재판 후 '이포보 농성 무죄'라는 피켓을 들어보이는 환경연합 활동가들과 재판 참석자들.
▲ 이포댐 재판 검찰 구형이 있었던 20일 재판 후 '이포보 농성 무죄'라는 피켓을 들어보이는 환경연합 활동가들과 재판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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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처장 "환경운동가의 운명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쯤,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사님이 "강자의 위력 행사로 약자의 권리를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저희들의 활동에 대해 강제해야 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요구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진정으로 약자는 공사를 하고 있는 대림산업이 아니라, 또 우리가 아니라 단 한마디도 스스로 변호할 수 없는 생명들 그리고 자연들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판사님께서는 이런 취지를 들어주셨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있던 이포댐 권양대 아래의 수백미터 자갈밭은 지금 5미터 깊이의 강으로 준설됐고, 맞은편 행정지명을 금사면으로 붙이게 했던 금빛 모래밭 역시 5미터 깊이의 강이 됐습니다. 그리고 남한강에서 생태적 가치가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였던 이포습지는 지금 잔디밭이 되어있습니다. 생태계의 사막이 된 것입니다. 그곳에 살던 생명들은 지금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또한 2500만 명의 식수원인 팔당호 상류 이곳에 수변개발특별법으로 100만 평의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렇게 처절하게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많은 생명이 학살당하는 상태에서, 그리고 시민의 식수까지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환경운동가인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운동가의 심정, 비록 개인적인 불이익과 법적 처벌을 받더라도 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해 판사님께서 깊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 관계자들, 주민들 그리고 경찰과 공무원들까지 우리 때문에 고생하고 속상한 분들에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화해를 위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앞으로도 찾을 것입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환경운동의 불가피한 활동에 대해 판사님의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이포댐에 올랐던 3인의 환경운동가들. 좌부터 장동빈 수원환경연합 국장,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처장.
 이포댐에 올랐던 3인의 환경운동가들. 좌부터 장동빈 수원환경연합 국장,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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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세상에는 해선 안되는 일이 있고, 또 꼭 해야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4대강을 죽이는 이 사업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하는 일, 저는 환경운동가입니다. 1979년 미국 두루미재단의 아치볼드 박사가 DMZ에서 마지막으로 따오기를 본 이후 한반도에서 아직까지 따오기가 발견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중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따오기 한 쌍을 데려와 복원을 한다고 수 십억, 수 백억 원 들여 복원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강에는 단양쑥부쟁이와 꾸구리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들은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멸종하면 곧 지구에서 멸종되는 것입니다. 이곳이 대규모로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환경운동가로써 제 몸뚱아리 하나 이포보에 올려 이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우리는 사업의 문제점들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알려냈지만 정부는 그저 강행만 해왔습니다. 그리고 사업은 곧 완공될 예정입니다. 이 것뿐이 할 수 없는 스스로가, 활동가라고 하는 내가 이렇게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비록 저는 지금 피고인 신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입장이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4대강의 생명들을 모두 죽이고 있는 토건 무리들이 분명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태그:#4대강, #4대강사업, #이포보, #이포댐,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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