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21일 오후 3시 30분] "이명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만든 서울은 천만 시민의 서울이 아닙니다. … 언제 어디라도 시민을 찾아갈 것입니다. 언제 어디라도 시민들을 만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시민이 시장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시민운동가 1세대' 답게 그의 출마 메시지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서울"로 축약됐다.
"서울시장은 자신의 꿈을 추진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울시민들의 꿈과 희망을 정책으로 담아내는 자리"라고 강조한 그의 슬로건은 "그렇습니다, 시민이 시장입니다" 였다.
무엇보다 그는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예비후보는 "이명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권 꿈이 커가는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의 꿈과 희망은 오히려 축소되고 실종됐다"며 "겉모습 치장하고 보여주기 행정하느라 재정이 파탄났고 의회와의 갈등으로 대의민주주의는 실종되고 시정은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또 "두 전임시장을 거치면서 서울시 부채는 8조 원에서 25조 5천억 원으로 늘어났고 연간 이자만 1조 원이 넘는다"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울시민이 빚쟁이가 돼 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과잉 정치화된 서울을 바로잡고 사욕을 버리고 공평무사한 행정을 펴겠다"며 "기꺼이 시민 여러분의 곁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사람을 위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10년' 만들겠다"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박 예비후보는 "토건과 거대프로젝트로 멍든 서울시 재정을 균형재정으로 돌려놓겠다"며 "기본으로 돌아가고 상식으로 회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난 10년이 '도시를 위해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이라면 앞으로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10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 전시성 토건예산 삭감 및 복지·환경·교육 등 삶의 질 분야 투자 강화 ▲ 친환경 무상급식 조기 확정·추진 ▲ 사회복지적 일자리 창출 및 창조적 벤처기업 창업·경영 지원 ▲ 한강운하 폐기 ▲ 재건축·재개발 과속추진 방지 및 SH공사 개혁을 통한 전세난 최소화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일문일답 과정에서는 해당 공약들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도 밝혔다. 난제로 꼽히는 새로운 임대정책 및 SH공사의 개혁 등에 대해서는 "하루 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SH공사의 부채를 (자산매각 등을 통해) 소급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영세상인들의 임대주택 공급 가능성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혁신 구상이 곧 오세훈 전 시장 방식의 '삼진아웃제'가 아님도 강조했다. 박 예비후보는 "공무원을 눈치 보게 만드는 구조와 상황을 이해한다, (공무원의) 자율성과 창조성이 살아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공무원을 신나는 행정의 파트너로 바로 세울 수 있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 예비후보가 가장 강조한 것은 '시민 창안'였다. 그는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겠다"며 "시민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그것을 정책화하는데 더 신경 쓰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대표' 이자 '현장파'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는 "서울시를 시청 사무실로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제가 그리는 서울시청의 모습은 서울시민의 자발적 참여, 창조·혁신으로 거듭나는 공무원, 더 큰 역할을 하는 사회, 이렇게 구성된 삼각편대"라고 말했다.
또 "시대와 시민이 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찾고 가장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팀워크를 만들어 함께 일하는 게 저의 방식"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장은 자신의 꿈이 아니라 시민의 꿈을 자신의 일로 만들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박 예비후보는 고질적인 정쟁 구도를 뛰어넘어 시민을 위한 상생적 시정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박 예비후보는 "어떻게, 누구와 함께 시민 여러분의 생각을 실천할지를 고민하겠다, 생경한 이념이나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실증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중시하겠다"며 "'21세기 실학'을 꽃피우겠다"고 말했다.
또한 "저는 현장주의자다, 현장에는 문제도 있지만 그 답도 준비돼 있다"며 "늘 현장에서 민생을 챙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민과 현장을 중시하겠다는 약속을 '공증'받기 위한 행사도 진행됐다. 박 예비후보는 '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모임 공감', '희망제작소' 등에서 인연을 맺은 시민 6명에게 자신의 출마선언문을 직접 전달했다.
"민주당 입당? 야권단일 통합후보 된 뒤에 얘기하겠다"
한편, 취재진의 관심은 야권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와 그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에 쏠렸다. 그의 연단과 현수막 밑단은 이날 '야권연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띠로 장식돼 있었다. 앞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나 밝혔던 서울시정 공동운영 방안, '무지개 플랜'이 연상되는 그림이었다.
박 예비후보는 "지금 분명한 것은 야권단일 통합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문제는 그 이후에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야권단일 통합후보 한 명으로 (서울시장 보선에) 나선다는 것은 합의된 사항"이라며 "내가 후보가 된다면 당연히 민주당과 함께 간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진 않은 셈이다.
그는 이어,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시민이 지지하는 방식의 룰이어야 한다"며 "그래야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새로운 신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이날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의 추대를 받아 '시민후보'로 출마한 것에 대해서는 "야권단일 통합후보가 되는 과정도 생각하기 힘겨운데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될지 관심을 가질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전 처장이 자신을 겨냥해 참여정부 당시 '수도이전 반대 경력'을 앞세운 것에 대해서는 "지방분권이 우리 서울시민들에게 나쁜 것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서울과 지방이 대립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서울과 지방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이 많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 공식 출마선언을 했는데, 기존 선거캠프와는 어떤 차별화를 시도할 것인가. 자금조달의 방법은 무엇인가. "저희는 희망캠프라는 새로운 선거운동 사무실을 꾸렸다. 안철수씨나 저에 대해 시민들이 지지를 보내는 걸 바라보면서 과거와는 다른 정치를 시민들이 소망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당선된 이후 시정을 그렇게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 자체의 과정도 시민들의 신뢰와 소망이 실현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선거가 되고, 시민들과 소통이 하나의 축제가 되는 선거로 콘셉트를 잡았다.
선거자금 문제는 물론 제가 본선 등록을 할 때 다 드러나겠지만 진짜 돈이 없다. 또 선거법에 다행히도 돈을 못 쓰게 돼 있다. 또 저는 명색이 모금전문가로 하는데, 그래서 제가 펀드를 하나 만들려고 한다. 선거법에 해당 안 되는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차용하는 방식이다. 큰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로부터 한푼두푼 모아 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이런 모든 사항을 인터넷 웹페이지에 공개하는 방식을 보여서 굉장히 다른 모습으로 선거를 치르고자 한다."
-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본인은 수도이전을 할 때 반대했다. 박 예비후보께서는 수도 이전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밝혀달라'고 요구를 했는데, 어떤 입장인가.
"지방분권은 우리 시대의 큰 과제일 수밖에 없다.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함을 지방으로 분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분권이 우리 서울시민들에게 나쁜 것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서울과 지방이 대립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과 지방은 한몸이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농촌과 도시가 서로 다를 수 없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이 많다고 생각하고 이 분야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나갈 예정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의 실패 요인 중 하나는 전시성 토건예산 겉치레 행정이다. 또 서울시의회나 시민단체와 소통하지 못한 탓도 크다. 현실적으로 서울시장이 된다면, 이른바 김두관식 모델로 할 것인가.
"서울시정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서울시의회와 구청장, 시민과 시민사회가 함께 이뤄가야 할 일이다. 흔히 거버넌스라는 말로 대표되는 것처럼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야권단일 통합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폭적 지지로 선거를 치르고, 선거 이후로도 같이 갈 것이다. 야권단일후보 한 명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합의된 사항이다. 후보가 된다면 당연히 민주당과 함께 간다는 얘기다.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모든 세력과 시민의 지지를 받아 강력하고 명실상부한 후보가 되고 그 이후로도 함께 갈 것이다. 설사, 다른 서울시의회 또 다른 정당의 대표들이 있으니까 누구와도 대화하고 설득하고 조정해갈 수 있는 그런 시정을 펼치도록 하겠다."
- 소통의 혁명을 하겠다고 했는데 트위터로만 안 될 것이다. 어떻게 소통혁명을 이룰 것인가.
"소통의 혁명을 이루겠다고 했다. 사실 이미 우리가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만이 아니라, 저희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타운홀미팅같은 오프라인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소통의 장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만 있다면 방안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SH공사 개혁과 전세난 관련해서 묻겠다.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데 관련해서 새로운 임대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SH공사의 부채문제도 심각한데 해결 방법이 있나.
"SH공사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로 파악을 하고 있다. 부채가 심각한 상태고 방만한 경영이 이뤄진 것도 사실이다. 하루 아침에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다만, SH공사가 가진 여러가지 부동산도 있고 이것을 잘 활용해서 부채를 줄이고 단순히 부채를 줄이는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영세상인들의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아니면 전세난을 해소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선거 중에 SH공사에 대한 입장도 전체적인 개요를 발표할 생각이다."
- 민주당 입당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얘기를 했다. 혼선도 있었던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야권단일후보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머지 문제는 그 이후에 고민하겠다. 야권단일후보가 되는 과정도 생각하기 힘겨운데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될지 관심을 가질 상황은 아니다.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든, 과거와는 다른 정말 투명하고 신나는 축제같은 선거가 선의의 경쟁이 됐으면 한다."
-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충돌 없이 조정할 수 있겠나. 생각하는 단일화 방식이 있다면?
"야권단일 통합후보가 되는 과정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물론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민이 동의하고 시민이 지지하는 방식으로 룰이 정해져야 하고, 경선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새로운 신뢰와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좋은 룰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 공공부문의 혁신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공공부문 혁신 과정에서 정리해고 등이 수반됐다. 그러나 박 예비후보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공부문의 혁신을 어떻게 이와 조화롭게 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기존의 일자리 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시 일자리의 46.8%가 비정규직이다. 미래의 불안이 서울시민에게 얼마나 엄습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특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산이나 시스템 등을 고려할 때 비정규직을 하루아침에 정규직으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 고민을 확실히 하겠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공무원에 대한 불만이 많을 것이다. 저 자신도 희망제작소 사업을 하면서 공무원의 관료적 태도에 실망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공무원의 탓으로만 돌리기엔 엄중한 현실이 존재한다. 공무원이 눈치 보게 만드는 구조와 상황이 있다. 영혼과 자존감을 잃은 공무원의 상황을 이해하고 자율성과 창조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을 신나는 행정의 파트너로 바로 세울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자 한다."
- 선거비용 모금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유시민 펀드와는 어떻게 다른가.
"미리 다 말하면 다른 후보들에게 다 새어나갈 텐데. (웃음) 유시민 펀드와 굉장히 유사한 성격이다. 현재 선거법 상 기부를 통한 선거비용 모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후원회를 통해서는 선거비용 제한액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금할 수 있는데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비용이 무려 40억 원에 달한다. 그래서 기부 방식이 아니라 펀드 방식으로 선거비용을 모금하려고 한다. 펀드는 개인적으로 (자금을) 차용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선거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 선거법 상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할 경우 대부분의 돈을 회수할 수 있어 다시 되돌려줄 수도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저 같은 가난한 사람이 큰 선거에 임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툴'을 마련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이 방식을 사용해 개인이 몇 백만 원 정도만 부담하고 광역선거를 치렀다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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