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연합 산하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의장 김준한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반값등록금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 '섬뜩한' 경험을 했다.
"6.10일 반값등록금 집회에 나갔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조사받는데 수사관이 제 이름이 적힌 CD 한 장을 보여주면서 '피의자가 뭘 하든지 다 채증하고 있으니 바른대로 말하라'고 하더라. 자료의 엄청난 양에도 놀랐지만 사진을 보니 집회 참석 사진뿐만이 아니라 청계광장을 걷고 있거나 광화문 역 근처에 있는 사진도 있었다."이후 김 회장을 다시 한 번 더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집회·시위 현장 채증사진 중에서 범죄행위를 잘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을 찍은 경찰관을 6개월에 한 번씩 사기 진작 차원에서 '베스트 포토그래퍼'로 선정하고, 선정된 우수작으로 7월 서울청 내부에서 전시회까지 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김 회장은 "어떻게 불법으로 채증한 사진으로 전시회까지 열 수 있나, 이는 경찰이 국민의 초상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 "내 이름으로 된 CD 한 장에 채증자료 가득" 21일, 김 회장을 비롯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안기구감시네트워크(공감넷)은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마구잡이' 채증과 채증자료 외부유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정보1과장을 직권남용, 비밀누설죄 및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1999년 9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범죄수사 시 증거 수집을 위한 사진 등의 촬영은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방의 프라이버시권과 인격권,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면서 "집회가 시작되기 이전이나 하나의 집회를 마친 이후 다른 집회 현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찍은 것은 명백히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광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집회현장에서 무분별한 사진촬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허가된 집회나 단순 참가자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없고, 경찰의 세 번에 걸친 해산명령을 불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채증을 할 수 없다, 왜 경찰이 마음대로 이들을 범죄자로 단정 짓고 채증을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사무처장은 '채증전시회'와 관련 "이것이 인권을 중시하는 경찰의 모습인가"라고 성토했다.
공감넷은 이번 기회를 통해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을 뿌리 뽑겠다는 입장이다. 장여경 활동가는 "이제 정말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면서 "검찰에서 안 된다면 법원에서, 법원에서 안 된다면 헌법재판소에서, 그래도 안 된다면 입법적인 절차를 통해서라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