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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 들어가며 울주군의 진하해수욕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세수를 하고는 바로 바닷가로 나가 싱그러운 바다 내음을 맡으며 해변을 걸었다. 배가 출출하여 버스를 타고 아침 식사를 위해 온양읍의 남창시장으로 이동했다.

   

남창시장 앞에는 온양읍의 곡창 가운데 하나였던 남창지역의 쌀을 반출하기 1935년 일제가 설치한 '남창역(南倉驛)'이 있다. 남창이라는 말의 어감이 약간 이상하지만, 실은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쌀을 보관하던 대형 창고가 있던 곳이라, 남창(南倉)리라는 지명을 가지고 있다.

 

문화유산인 남창역 1935년에 건립된 역사이다
문화유산인 남창역1935년에 건립된 역사이다 ⓒ 김수종

남창 역사(驛舍)는 일제 강점기에 소규모 목조역사로 건축되었으며, 당시 역의 건축형식, 구조, 공간구성, 일본식 관사의 모습 등을 잘 보여주고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물론 현재 쓰고 있는 역사는 1970년대 후반 확장 공사를 하였다가, 2000년 다시 원형을 보존해 가면서 개보수를 한 건물이다. 작지만 아름다운 역이다.

 

남창역 주변에는 창고를 바라보고 살면 재복(財福)이 있다고 하여 멀리 산언덕에 집들이 많고, 역내외부에는 옹기가 유명한 지역이라 그런지 옹기로 된 장식품들이 많았다. 역전엔 주차장만 없다면 작은 옹기공원이나 옹기시장을 조성해도 손색이 없을 것처럼 보였다. 

 

남창역의 시간표  작은 엽서처럼 만든 남창역의 열차시간표, 정말 정겹다
남창역의 시간표 작은 엽서처럼 만든 남창역의 열차시간표, 정말 정겹다 ⓒ 김수종

재미난 것은 역무원이 손님들에게 일일이 열차시간표를 나누어주고 있는데, 직원 전부가 영화포스터를 연상하게 하는 포즈로 멋진 의상을 갈아입고 기념촬영을 한 사진을 이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쌀 수확과 소가 많았던 남창지역은 역사를 중심으로 시장과 유곽(遊廓) 등이 있었고, 우시장을 끼고 있던 관계로 130년 전부터 소뼈 육수로 만들어 시원한 맛이 일품인 선지국밥이 시작되었다. 선지는 소피를 식혀서 굳힌 것을 말하며 국이나 찌개의 재료로 사용되며 사골국물에 선지와 내장, 우거지 넣어 선지국을 끓였다.

 

남창시장의 선지국밥 남창옹기종기시장 입구에 있는 선지국밥과 소머리국밥집, 이런 식당이 여러 곳 있다
남창시장의 선지국밥남창옹기종기시장 입구에 있는 선지국밥과 소머리국밥집, 이런 식당이 여러 곳 있다 ⓒ 김수종

남창시장의 선지국밥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 초반 온산공단이 형성되면서 경향각지에서 모여든 노동자들이 철야를 하고서 막걸리 한잔에 선지국밥으로 쓰린 속을 달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시기에 선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소머리 국밥도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남창의 선지국밥은 소뼈를 우려낸 육수에 파, 내장, 기름, 콩나물, 시래기 등을 넣고 맛을 내기 때문에 국물이 맑고 깨끗하며 시원하다. 여기에 싱싱하고 부드러운 선지의 맛이 감칠맛을 더해 깔깔한 속을 풀어준다. 요즘에도 하루 4~5000명의 인파가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고 하니 놀랍다. 나도 정말 싱싱한 선지를 조금씩 음미해가며 맛있게 한 그릇 뚝딱했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커피를 한 잔 하고는 구 남창시장을 작년 말 전면 개보수하여 새롭게 개장한 '남창옹기종기시장'을 둘러보았다. 지식경제부 산하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전통문화와 관광자원을 연계한 특성화시장 육성 사업비 15억 원을 지원받아 역사전시관을 비롯해 다문화판매관, 전통주막, 누리터 등을 설치했다고 한다.

 

시장을 살펴보면서 대중가수 조영남씨의 노래인 '화개장터'가 떠올랐다. '구경 한 번 와 보세요. 보기엔 그냥 시골 장터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정말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었지만, 바다와 산이 있는 전부 있는 울주군이라 그런지 싱싱하고 질 좋은 산나물과 해산물이 골고루 있었다.

 

홍합이다.  가운데 가장 큰 크고 붉은 색이 숫홍합이다. 자연산이라 크기가 대단했다
홍합이다. 가운데 가장 큰 크고 붉은 색이 숫홍합이다. 자연산이라 크기가 대단했다 ⓒ 김수종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펄펄뛰는 해산물과 지역 특산품인 배, 감 등을 살펴보았다. 아직은 더운 초가을임에도 호떡과 붕어빵을 팔고 있는 중년의 시누이와 올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붕어빵과 호떡을 하나씩 사 먹기도 했다. 특히 붕어빵은 맛이 남다르다고 했더니 밀가루 반죽과 팥고물을 매일 직접 만들고 있다고 했다.

 

붕어빵 파는 아주머니  시누이와 올케가 같이 장사를 하는데, 직접 밀가루 반죽과 팥을 만들어 정말 맛있었다. 사진은 허락을 받고 2장 찍었다
붕어빵 파는 아주머니 시누이와 올케가 같이 장사를 하는데, 직접 밀가루 반죽과 팥을 만들어 정말 맛있었다. 사진은 허락을 받고 2장 찍었다 ⓒ 김수종

붕어빵을 파는 시누이는 손이 부족한 휴일에만 주로 나오고, 호떡을 파는 올케는 2대째 이곳에서 호떡과 붕어빵을 팔고 있다고 해서 놀랐다. '붕어빵과 호떡도 2대째 팔고 계시는 분이 있구나!' 재미있고 놀라운 일었다.

 

오랜 만에 방문한 시골 재래시장이라 사고 싶은 것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콩잎김치와 싱싱한 홍합과 알이 꽉 찬 명란젓이 이웃한 온양읍 고산리에 자리 잡고 있는 국내최대의 전통민속옹기마을인 '외고산 옹기(外古山 甕器)마을(http://onggi.ulju.ulsan.kr)'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자꾸 떠오를 정도로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주로 양반가에서 쓰던 도자기와는 조금 다른 옹기는 서민들의 생활필수품으로 된장, 고추장을 담는 항아리에서부터 밥과 국, 술, 요리 등을 담는 식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오늘날에도 쓰이고 있는 생활용품이다.

외고산 옹기마을은 지난 1957년 이웃한 영덕군 오천리에서 허덕만 씨가 이주하여 옹기를 굽기 시작하면서부터 형성되었고, 공업화로 부산 경남지역 인구증가에 기인하여 옹기수요가 폭발하면서 옹기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급속도로 성장한 마을이다.

 

특히 외고산은 교통이 편리하고 옹기가마를 설치하기 적당한 구릉지에 토질까지 좋아 옹기제조의 최상급지로 알려져 있으며, 1960~70년대에는 약 400명의 장인과 도공들이 거주했고, 마을에서 생산한 옹기는 서울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까지 수출되었다.

 

현재는 120여 가구 중 40여 가구가 옹기업에 종사하며, 전국 옹기 생산량의 50% 이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울산광역시가 지정한 전통옹기체험마을이기도 하다. 마을에는 옹기아카데미, 옹기문화관, 상설판매장, 체험실습장, 마을안내센터 등이 있어 상시 관광객과 구매자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대규모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정부 지원금으로 너무 많이 고치고 개량하여 옹기마을이 과거의 풍미가 사라지고 지나치단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없는 상업화의 길을 걷는 있는 일이나, 행사 기간 중에 외지의 옹기를 가져와 파는 등의 불미스러운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장인들의 굳건한 모습 있어 보기에 좋았다.

 

사실 난 옹기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찰흙을 구워서 쓰는 옹기는 수많은 흙 알갱이가 그릇 벽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내외부의 공기를 통하게 하여 안에 담긴 음식물을 잘 익게 하고 오랫동안 보존하는 매력이 있어 남다른 애정이 있다.

 

또한 옹기 내부는 쌀이나 보리, 씨앗 등을 넣어두면 다음해까지 썩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성질이 있다. 이는 옹기를 가마 안에 넣고 구울 때 나무가 타면서 생기는 검댕이이가 옹기의 안팎을 휘감으면서 방부성 물질이 입혀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잿물 유약에 들어가는 재도 음식물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부성을 높여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옹기축제 포스터  9월말에 열린다
옹기축제 포스터 9월말에 열린다 ⓒ 김수종

이런 좋은 옹기를 만드는 외고산에서는 오는 9월 30일(금)~10월 4일(화)까지 '천년을 빚어낸 흙빛 숨결!'이라는 주제로 <2011 울산옹기축제(http://www.ulsanonggi.or.kr)>가 열린다. 그래서 인지 주민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옹기아카데미에서 옹기 만들기 체험을 잠시 한 다음, 옹기문화관을 돌아, 작년에 옹기문화엑스포와 옹기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6번의 도전 끝에 제작이 완료되어 세계최대옹기로 기네스에 인증된 높이 246cm, 최대둘레 520cm, 무게 172kg의 대형옹기를 보았다. 정말 크기가 대단했다.

 

기네스에 오른 세계최대의 옹기  정말 크고 대단하여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다
기네스에 오른 세계최대의 옹기 정말 크고 대단하여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다 ⓒ 김수종

난 중간에 방문한 '가야신라요'에 감동을 받고 그릇을 두 개 샀다. 가야신라요는 무형문화재 4호인 옹기장 '장성우 선생'이 운영하고 곳이다.

 

옹기장 장성우 선생 가야 신라시대의 무유옹기를 만들고 있다
옹기장 장성우 선생가야 신라시대의 무유옹기를 만들고 있다 ⓒ 김수종

유약을 전혀 쓰지 않고 흙으로만 순수작업을 거쳐 나무만 사용하여 전통 가마에 통상의 온도보다 훨씬 높은 1250도의 고온에 소성하여 구워낸 '무유옹기'를 제조하는 유일한 곳이다.

 

또한 무유옹기와 제조방법은 같지만, 온도가 낮은 연질토기와 가야와 신라시대에 사용했던 잿물을 바르지 않고 고온에 구운 경질토기, 가마에 불을 소성할 때 소금을 이용하여 특이한 색깔을 내는 푸레독 등을 재현한 곳이라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사왔다.

 

무유옹기 찻잔과 술병 정말 색이 좋고 멋스러운 옹기라 그릇을 두개 사왔다 (아들 연우랑 둘이서 쓰고 있다)
무유옹기 찻잔과 술병정말 색이 좋고 멋스러운 옹기라 그릇을 두개 사왔다 (아들 연우랑 둘이서 쓰고 있다) ⓒ 김수종


#울주군#옹기종기시장#선지국밥#옹기축제#외고산옹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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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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