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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까지 안 오셔도 되는데… 멀리서 오느라 고생 많았고, 항상 고맙습니다."

23일 저녁,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내 85호 크레인 가운데에서 단식 40일 만에 마비 증세와 탈진으로 인해 응급실로 후송된 후 부산 ○병원에 입원중인 신동순 조합원을 26일 오후에 만났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신동순 조합원 단식후유증으로 몸이 많이 피로할텐데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맞아주셨다.
▲ 반갑게 맞이해주는 신동순 조합원 단식후유증으로 몸이 많이 피로할텐데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맞아주셨다.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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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영도조선소 내 행정대집행 이후 만 3달 만에 만난 그의 모습은 상당히 수척해 있었다. 단식으로 인한 후유증도 그렇지만 장기간 고공농성으로 재발한 허리통증 후유증으로 인해 특유의 건장한 모습과 배가 나온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여기 있으면 많이 답답합니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라 바로 85호 크레인인데…."

미련을 못 버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신동순 조합원은 자신의 몸보다는 집에도 못 가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과 85호 크레인에서 264일째 홀로 투쟁중인 김진숙 지도위원, 그리고 90여 일을 함께 버텨온 '85호 크레인 사수대' 정홍형, 박성호, 박영제 조합원을 먼저 걱정하고 있었다.

"나로 인해 비참하게 끌려 내려왔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85호 크레인을 다시 한번 쳐다보게 했다고 안심이 됩니다. 하지만 여기 와있는 자체가 가시방석 같고, 더 열심히 해서 김 지도를 내린다는 게 내 꿈이었는데 남겨놓고 내려와서 부끄럽습니다."

그의 꿈은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내서 정리해고가 철회되고,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손잡고 걸어내려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다시 올라 갈 수 없다 보니 현재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그 심정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대화중.. 신동순 조합원이 병문안을 온 한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대화중.. 신동순 조합원이 병문안을 온 한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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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병원에서 주는 미음만 먹고 있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많이 좋아졌다고 하셔서 내일부터 죽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하루빨리 회복해 현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링거보다는 밥을 먹는 게 우선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드시는 식사에 대해서 물어보니 미음 외에는 일절 음식을 섭취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영양제 링거가 답답하겠지만 빨리 회복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죽으로 교체해 주길 요청했고, 담당 주치의도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생각보다 몸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오늘 월요일이니 의사 선생님들하고 의논해서 될 수 있는 한 85호 크레인 집회 장소라도 좀 다녀 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 신동순 조합원 인터뷰 현재 심경에대해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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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만남 내내 신동순 조합원은 자신과 해고자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85호 크레인에 있었을 때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항상 연대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그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터라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으로 돌아가는 길…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정리해고가 없었다면 지금쯤 조선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을 것이고, 퇴근 후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러 남포동 거리를 나가있을 그였을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정리해고가 철회되서 신동순 조합원과 해고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다시금 행복하게 조선소에서 일하는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한진중공업#신동순#김진숙#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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