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밀로라드 파비치가 쓴 <카자르 사전>과 영국 작가 아서 쾨슬러의 <13번째 지파>엔 색다른 유대인이 등장한다. 바로 아스그나스 유대인들이 그들이다. 출생 때부터 그들이 유대인인 것은 아니다. 유럽계에 속한 족속이었는데 독일의 기독교도로부터 온갖 박해를 받자, 그때 유대교로 개종한 민족이다.
바로 그들로부터 한 손에는 자본주의가, 한 손에는 공산주의가 발족되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대표 발족자는 캐피털리즘의 선두 주자인 로스차일드 가문이고, 공산주의 혁명의 주창자는 칼 마르크스라는 게 그것이다. 비록 둘이 다른 노선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은 한 궤도 안에 있는 유대인이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공산주의를 통해 왕정을 무너뜨렸고, 미국에서는 자본주의를 통해 기독교를 박멸시키는 게 그들의 목표라고 한다.
요코야마 산시로의 <슈퍼리치 패밀리>를 읽기 전까지는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물론 이 책은 로스차일드가의 250년 부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다. 유대 음모론을 파헤치고자 하는 의도로 쓴 책은 전혀 아니다. 이른바 JP모간, 골드만삭스, HSBC, 드비어스, 무통, 라피트 등 세계 유수 은행과 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그 가문의 역사와 성공요인을 추적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두 쪽에 걸쳐 유대 음모론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유대 음모론은 <시온주의자 의정서>를 기초로 하여 다양한 형태로 국가와 시대를 넘나들며 전파되었다. 특히 로스차일드 가문의 금융 지배와 관련해 핸드류 히치콕은 최근 저서 <사탄의 시나고그: 유대 패권의 비밀사>를 통해, 이민족들을 서로 이간질시키고 싸우게 할 목적으로 마이어 암셀의 명령과 재정적 지원 아래 독일의 유대계 지식인 아담 바이스하우프크(Adam Weishaupt)가 1776년 5월 1일 '일루미나티(Illuminati)'를 창설했다고 밝혔다. 일루미나티의 목적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종교적 수단을 통해 비유대인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책은 주장한다. 실제로 일루미나티는 프랑스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공산주의의 태동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220쪽)
적어도 이 부분 만큼은 <카자르 사전>과 <13번째 지파>와 궤를 같이하는 것 같다. 하지만 유대 음모론자들의 시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산시로가 <슈퍼리치 패밀리>를 통해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들의 시각으로는 약 2천년에 이르는 유대인들의 수난의 역사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유대교 자체도 수 없이 많은 분파로 나눠졌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계 지식인들조차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촘스키가 그 경우일 것이다. 아울러 유대 음모론을 다루는 책들은 대부분 2차 대전 이전에 간행된 책들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유대계로 개종한 로스차일드 가문으로 대표되는 13번째 유대인들은 과연 세계 정복 야욕을 꿈꾸고 있는 걸까? 과연 그들은 기독교의 종말론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적그리스도'로 우뚝 서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유대교 내에 있는 작은 분파에 지나지 않는, 이른바 다니엘 에스툴린의 <빌더버그 클럽> 정도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걸까? 과연 어떤 흐름으로 보는 게 옳은 시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