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담을 때마다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내 감정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표현을 한다고 해도 작가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보는 이들의 감정 역시 개입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한 정의도 각기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는 객관적인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 역시도 주관적인 잣대가 아닐까?
사진은 그냥 찍는 것이 아니다.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그 피사체로부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고, 담긴 순간 또다른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이 사진이다. 어떤 사진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사진은 그렇게 좋다가도 퇴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사진은 회화가 표현하지 못하는 사실성을 담보하려는 시도의 결정판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 사진을 통해 회화성을 담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른바, 남들도 찍는 평범한 사진이 아니라 자기만의 색을 가진 사진을 담으려는 시도의 진화인 것이다. 여러가지 도구와 수단이 가미될 수도 있지만, 원초적인 것은 카메라의 기능 자체만으로 만들어가는 회화성이 아닐까 싶다.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였다. 가우라(홍접초)가 가득한 꽃밭에 서니 가을 햇살에 빛나는 풀꽃이 눈부시다. 초점을 맞출 대상을 찾다가 뷰파인더로 들어온 순간의 풍경이 회화작품을 보는 듯했다. 이런 시도, 핀은 엇나갔지만 작가의 의도하에 핀을 날려버린, 그런 사진이 그려지는 순간이다. 카메라로 그리는 그림, 사진으로 회화를 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