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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문을 없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방
출입문을 없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방 ⓒ 안철수연구소 제공

 안철수연구소 판교 새 사옥. 이 건물을 짓는 데 700억 원 정도 들어갔다.
안철수연구소 판교 새 사옥. 이 건물을 짓는 데 700억 원 정도 들어갔다. ⓒ 안철수연구소

안철수연구소가 오랜 셋방살이에서 탈출했다. 1995년 3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창업자 3명이 서울 서초동 40평 남짓한 임대사무실에서 출발한 지 16년만이다.

판교 사옥 첫 오픈 하우스 날, 안철수 의장은 불참

안철수연구소(대표 김홍선)는 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새 사옥에 언론사 기자들을 불러 '오픈하우스'를 열었다. 외부인에게 내부를 처음 공개하는 뜻 깊은 자리였지만 정작 창업자인 안철수 의장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뒤에도 정치적 입방아에 계속 오르내리자 안 의장은 회사 찾는 발길을 부쩍 줄였다고 한다.            

"판교 사옥은 단순 사무실이 아니라 창의적 공간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김홍선 대표 안내로 둘러본 안연구소 새 사옥은 '계단'부터 남달랐다. 2층 카페테리아와 1층 로비를 잇는 '안랩 계단'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스페인 계단처럼 계단과 좌석을 겸한 소통 공간으로 꾸몄다. 직원들이 계단에 끼리끼리 둘러앉아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로비를 무대 삼아 공개 세미나도 열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1층 로비와 중앙 계단을 소통 공간으로

 안철수연구소 판교사옥 소통 공간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중앙 계단을 이용한 그린 샤프트, 로마 스페인 계단을 연상시키는 1층 로비 '안랩 계단', 컴퓨터 키보드를 모양을 빗댄 휴식 의자, 회의 공간을 겸한 2층 카페테리아.
안철수연구소 판교사옥 소통 공간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중앙 계단을 이용한 그린 샤프트, 로마 스페인 계단을 연상시키는 1층 로비 '안랩 계단', 컴퓨터 키보드를 모양을 빗댄 휴식 의자, 회의 공간을 겸한 2층 카페테리아. ⓒ 김시연

이런 소통 공간은 사옥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층층이 연결해주는 중앙 계단 '그린 샤프트' 역시 계단을 겸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바로 '의도하지 않은 미팅'을 위한 공간이다.

김홍선 대표는 "채팅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평소 소통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보통 회의실에선 자기가 일을 떠맡기 싫어 방어 모드가 되기 쉬운데 이런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직원을 재밌게 해주는 게 중요한 기업 문화"라고 강조했다.

복도에선 미니축구게임, 지하에선 체력 단련

 안철수연구소 판교사옥 직원 편의 시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직원 휴게실 안마의자, 미니 축구 게임기, 지하 1층 직원 식당, 직원 전용 피트니스 룸.
안철수연구소 판교사옥 직원 편의 시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직원 휴게실 안마의자, 미니 축구 게임기, 지하 1층 직원 식당, 직원 전용 피트니스 룸. ⓒ 김시연

직원 600여 명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5개 층을 텄지만 유독 8, 9층만은 삼엄한 분위기다.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답게 이 건물 8, 9층에는 디도스와 같은 네트워크 공격을 24시간 감시하는 보안관제센터(SOC)와 서버실, 품질보증실 등을 두어 일반인뿐 아니라 일반 직원 출입도 제한하고 있다.

반면 각층 복도에는 음료 자동판매기 옆에 다트 게임기와 미니 축구 게임기도 곳곳에 설치하는 등 업무 공간만 벗어나면 놀이와 휴식을 즐길 수 있게 꾸민 것도 눈에 띈다. 업무 공간 역시 벽을 모두 없애 사방이 트인 구조여서 답답함을 없앴다.

지하주차장 외에 지상 10층, 지하 1층인 판교 사옥에서 가장 차별화된 공간은 지하 1층에 마련된 직원 전용 식당과 피트니스센터다. 직원 식당에선 밤 낮 가리지 않는 개발자들을 위해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모두 제공하고 피트니스센터 역시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개방해 근무 중에도 전문 트레이너 도움을 받아 체력 단련을 할 수 있게 했다.

 안철수연구소 판교사옥 업무 공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디도스 등 네트워크 공격을 24시간 감시하는 보안관제센터, 일반 사무 공간, 품질보증(QA)실, 800대 서버가 보관된 서버실.
안철수연구소 판교사옥 업무 공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디도스 등 네트워크 공격을 24시간 감시하는 보안관제센터, 일반 사무 공간, 품질보증(QA)실, 800대 서버가 보관된 서버실. ⓒ 김시연

안랩, 안철수 정치 활동과 선 긋기

10층은 정원처럼 꾸민 건물 옥상과 연결돼 판교 전망을 둘러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10층에 있는 대표실, 의장실을 비롯한 임원실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출입문을 아예 없앴다.

하지만 여의도 CCMM빌딩 시절부터 이미 출입문이 없었다는 의장실은 아직 텅 비어 있었다. 안철수 의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준공식에 참석해 입주 전 건물을 둘러본 게 고작이었다.

김홍선 대표는 "안 의장과는 기업 경영 차원에서 얘기하고 그 외 대화는 안 한다"면서  "안랩은 기업이고 정치와 관련 없다"며 안 의장 '정치 활동'과 선을 분명히 그었다. 서울시장 출마설에 한때 회사 주가가 출렁거렸을 정도로 안 의장 행보는 회사 처지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안철수연구소 1995년 3월 창립행사 사진(위)과 지난 3월 열린 창립 16주년 행사 기념 사진
안철수연구소 1995년 3월 창립행사 사진(위)과 지난 3월 열린 창립 16주년 행사 기념 사진 ⓒ 김시연

그럼에도 새 사옥 곳곳에선 안철수 의장 자취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1층 전시관에 걸린 16주년 기념사진은 600여 명 직원들을 모두 담느라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16년 전 단출했던 창립식 사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안철수 의장이 안연구소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도 6년이 넘었지만 그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달리 '소통'과 '재미'를 강조한 이 새 사옥 역시 그런 '안철수' 자취를 더 짙게 만들었다.

안철수연구소는 1만 평에 이르는 새 사옥 공간을 활용해 개발자 컨퍼런스인 '안랩 코어 2011' 등 창업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각종 이벤트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걸맞은 새 보금자리까지 마련한 안철수연구소에 진정한 '맏형' 모습을 기대한다. 


#안철수연구소#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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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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