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폭약을 사용해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기 시작했다.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는 것만은 막아보겠다고 나선 주민과 평화운동가와 성직자들은 모두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해군과 경찰은 전시를 방불케 하는 작전으로 주민들을 진압했다. 해군의 처신에 대해 강정마을회와 '해군기지저지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물론이고 도지사까지 나서서 비난했다.
6일 낮 12시경 강정마을회와 범대위 관계자들은 해군이 구럼비를 시험 폭파하기 위해 폭약을 설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과 협의사항에는 해군이 폭파작업을 할 경우에는 사전에 마을에 안내방송을 하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이날 해군은 폭파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마을에 통보하지 않았다. 대신에 강정어촌계에만 오후 3시부터 발파시험을 한다는 통보했다. 강정어촌계는 2007년부터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해군의 폭파작업 계획은 어촌계 내부에서 돌고 돌아 강정마을회와 범대위 관계자들의 귀에까지 전해진 것이다. 해군의 계획을 파악한 마을회 등은 긴급하게 회의를 거친 후 구럼비 바위를 보호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주민 40여 명이 강정포구에 모여 해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보트 1개와 1인용 카약 2대에 나눠 타서 해상에서 시위를 벌였다. 천주교 이영찬 신부와 문규현 신부는 공사장 입구에서 폭파계획을 비난하며 사업단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영찬·문규현 두 신부와 해상시위를 벌이던 주민 등 총 10명이 경찰서에 연행되었다. 주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해군 특수부대와 해양경찰과 일반경찰이 모두 동원되었다.
문규현 신부 등은 구럼비 바위 폭파 작업과 관련해 해군기지 사업단장을 만나겠다고 면담신청을 하였다. 해군 측에서 이를 거부하였고, 경찰은 그런 와중에 두 신부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해안에서는 보트를 타고 시위에 나섰던 한경례 제주여성농민회 회장을 포함해 두 사람이 '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구럼비 바위 위로 올라갔다. 이들은 바위 위에서 "발파작업 중단"을 요구하다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연행했다.
한경례 위원장과 보트에 동승했던 나머지 사람들은 보트가 해경 보트와 부딪혔을 때 두 명이 물속에 빠지는 위험한 상황을 겪기도 했으나, 구조된 후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 외에도 공사장을 들어가려던 주민 2명과 카약을 타고 시위에 나섰던 2명 등이 경찰에 연행되어, 이날 하루만도 10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애초 오후 3시에 발파시험을 시작하기로 예정했던 해군은, 오후 4시 4분께 발파시험을 시작했다. 해군이 이날 시행한 구럼비 바위 발파시험은 해군기지 건설에 필요한 케이슨을 제조하는 작업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해군은 시험발파를 마치면 2~3주 후에 본격적인 발파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의 구럼비 바위 발파계획이 알려지자 제주도는 오후 3시경 보도자료를 내고 해군을 비판했다. 보도자료에서 제주도는 "해군측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내 구럼비 암반지역에서 시험 발파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 …해군의 일방적인 업무 행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해군을 향해 "(만약) 일방적으로 시험발파를 강행할 경우 제주도로서는 향후 도정의 정책 방향과 의지가 훼손당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동안 해군의 공사추진에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던 제주지사가 '특단의 대책'을 거론하며 불쾌감을 표시한 이유는,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수많은 불법과 탈법사례들이 밝혀지고 있고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는데도 국방부와 해군은 이렇다 할 해명도 없이 공사 강행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4일 제주지사는 국방부와 해군에 현재 진행되는 민군복합항은 15만 톤급 크루즈선 두 척이 동시에 이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항만공사에 대한 재검증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공개적인 답신도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해군이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는 작업에 나섰으니 공문을 보낸 제주지사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해군의 구럼비 바위 파괴에 대해 강정마을회와 범대위도 각각 성명을 내고 해군의 처신을 비난했다.
강정마을회는 "해군이 결코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고야 말았고, 더구나 발파중지를 요구하는 주민과 활동가, 신부 등을 특수부대 대원들까지 동원해 연행했다"면서 "자기의 본분을 잊어버린 해군과 경찰이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대위는 "해군이 해군기지사업을 반대하는 마을회에는 발파 공사계획을 사전에 연락조차 하지 않고, 대신에 어촌계와 일부 포구인근 식당에만 발파 공사를 알렸다"며,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지키지 않은 해군을 비난했다.
범대위는 또, "해군이 (4일 제주지사가 해군에 항만공사에 대해 재검증 할 것을 요구한) 제주도의 요구를 아랑곳하지 않고 발파를 강행했다"고 지적한 후, 제주지사를 향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해군의 불법공사에 대해 도지사로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