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시대의 에디슨, 다빈치, 디즈니."
"미국의 아이콘을 넘어 전 세계의 아이콘으로."

뉴스 전문 채널인 CNN과 MSNBC는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5일 저녁(미국 현지시각),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미국의 다른 주요 채널들도 6일 아침부터 스티브 잡스로 시작해 스티브 잡스로 끝나는 비슷한 포맷의 방송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 2005년에 스탠퍼드 대학에서 잡스가 했던 졸업식 연설은 채널마다 예외 없이 쉴새 없이 돌아갔다. 공영라디오 NPR에서는 이 연설을 가리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된 연설로, 연설의 백미로 손꼽히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빗대 '졸업식의 게티즈버그 연설'로 부르기도 했다. 

잡스의 사망 소식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TV 화면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세계인들의 반응이 수시로 올라왔고,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에는 스티브 잡스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세 단어로 만든 상징적인 표현이 방영되었다. 

스티브 잡스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스티브 잡스를 세 단어로 표현한다면?
ⓒ ABC

관련사진보기


KEEP THINKING DIFFERENT /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다
One True Visionary / 진정한 비전가
Creation, Innovation, Legacy / 창조,혁신, 유산

Creator of I / I의 창조자: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터치, 아이패드.
I can, I will, I did. / 나는 할 수 있고, 할 것이며, 해냈다.
Thank you Steve / 스티브 고마워요.

TV 화면에는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청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뉴욕 5번가에 있는 애플 매장 앞에는 수많은 꽃다발과 밤새 불을 밝힌 촛불이 여러 개 보였다.

NPR에서는 잡스의 사망과 관련된 대담에서 대통령이 아닌 일반인의 사망 소식이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의 1면 머리기사로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잡스의 사생활에 드리웠던 그늘

스티브 잡스는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지난 해 3월, <8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아내 로렌과 함께.
 스티브 잡스는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지난 해 3월, <8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아내 로렌과 함께.
ⓒ ABC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훌륭한 발명가이자, 혁신가, 기업가였던 스티브 잡스는 모두에게 칭송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할리우드 스타처럼 화려했던 그의 공적인 생활 이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사생활이 있었다. 

ABC의 아침 뉴스쇼인 <굿모닝 아메리카>와 CNN의 저녁 뉴스쇼인 'AC 360'에서는 잡스의 사생활이 일부 방영됐다. ABC 뉴스 작가인 콜린 커리는 '스티브 잡스가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잡스의 사생활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잘 알려진 대로 스티브 잡스는 '원치 않는 아기'로 세상에 태어났다. 그를 낳은 부모는 대학원생이었던 시리아계 이민자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와 미국인 조앤 심슨이었다. 이들은 심슨 부모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혼에 이르지 못한다. 결국 잡스를 임신한 생모는 그를 출산한 뒤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계층이었던 잡스 부부에게 아들을 입양 보냈다.

스티브 잡스가 1976년 애플의 공동 창업자가 되면서 많은 미디어와 일반인들은 그의 사생활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잡스는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이러한 그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지난 2010년 6월, 워싱턴에 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Pew 리서치센터'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41%만이 잡스가 애플 회장인 것을 알아 맞췄다.

또한 같은 해 CBS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69%는 잡스에 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잡스의 은둔적인 삶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그의 사생활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됐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오바마 대통령은 애도문을 발표하면서 마무리에 "잡스의 아내 로렌과 그의 가족, 그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과 기도를 보낸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여인들. 부인 로렌 포웰, 여동생 모나 심슨, 사생아 딸 리사 브레넌 잡스 (왼쪽부터)
 스티브 잡스의 여인들. 부인 로렌 포웰, 여동생 모나 심슨, 사생아 딸 리사 브레넌 잡스 (왼쪽부터)
ⓒ ABC

관련사진보기


잡스는 1991년,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아내 로렌 포웰(47)과 조촐하게 불교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2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해 온 잡스는 아내 포웰과의 사이에 세 자녀가 있다. 아들인 리드 폴(20)과 두 딸 에린 시에나(16), 이브(13).

하지만 그 전에 사생아로 낳은 딸 리사 브레넌(33)이 있었다. 잡스는 처음 리사가 태어났을 때 자신이 무정자증이라고 주장하며 리사의 생부임을 부인했다. 결국 이 싸움은 법정까지 가게 됐고, 2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잡스는 리사를 자신의 딸로 받아들이게 된다. 리사의 생모는 잡스가 생부임을 부인하는 바람에 사회보장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며 딸을 키웠다고 한다.

당시 <포쳔(Fortune)> 잡지는 본인 역시 자신을 낳은 부모로부터 버림 받고 입양되었던 잡스가 자신의 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은 바 있다.

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잡스에게는 피를 나눈 여동생 모나 심슨이 있다. 모나는 잡스의 생부와 생모가 잡스를 입양 보낸 뒤 정식 결혼식을 올리고 낳은 딸이다(잡스의 생부모는 이후 이혼했다).

모나 심슨은 작가로도 유명한데 그가 쓴 소설 <레귤러 가이(A Regular Guy)>는 자신과 친오빠인 스티브 잡스와의 관계를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나는 아무 할 말이 없다"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게 생긴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80). 그는 끝내 아들과 화해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와 비슷하게 생긴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80). 그는 끝내 아들과 화해하지 못했다.
ⓒ 9TO5Mac

관련사진보기

스티브 잡스의 감춰진 사생활에서 최근에 떠오른 인물이 또 있다. 바로 그의 생부인 압둘파타 존 잔달리(80)다. ABC의 뉴스 작가인 커리는 "아버지는 아들이 전화해 줄 것을 기다렸지만 아들은 끝내 전화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하고 떠난 이들 부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적었다.

잔달리는 네바다 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는 네바다주 리노의 붐타운 호텔 카지노 부사장이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고백한 바 있다.

잔달리는 최근에 아들이 췌장암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더 늦기 전에 아들을 만나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 바 있다. 그래서 잡스에게 몇 차례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원했던 부자상봉의 소망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잔달리는 잡스가 사망한 뒤 <인터네셔널 비즈니스 타임스>와 <리노 네바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죽음에 대해 "정말 아무 할 말이 없다" "아들의 죽음을 알고 있지만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

금세기의 아이콘, 전세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칭송을 받았던 위대한 천재 스티브 잡스. 그는 왜 생부의 이메일에 답장도 안 하고 전화도 안 했을까.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그의 사생활에 인간적인 고뇌가 짙게 느껴진다.


태그:#스티브 잡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