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들이 황금색 물결이다. 잘 익은 벼들이 무겁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금년은 비 때문에 흉년일 거라던 예상을 깨고 주산면 삼곡리 일대에는 잘 익은 벼들이 가을 햇살에 미소 짓고 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웅천역에 도착한 시각은 7일 오후 일곱 시 십오 분, 병풍처럼 둘러친 산 때문에 어둠이 빨리 내려앉는 것 같다. 이양우 시인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웅천역에 도착하자 반갑게 맞아 준다. 산뜻한 공기에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것 같다.
얼큰한 동태찌개로 허전한 배를 채우고 집에 들어가니 사모님은 서울에 가셨단다. 둘이 방에 누워 티브이를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새벽 시간, 부산스러운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이양우 시인님이 낚시 도구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바다낚시를 하러 가잔다. 나는 살생하는 것은 질색이지만 따라 나선다.
가을이라 그런지 새벽 공기가 몹시 서늘하다. 대천항구 옆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다. 물이 빠지고 있어 잿빛 흙이 드러난다. 고기가 소풍을 나갔는지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다. 나는 고기가 잡히면 어쩌나 속으로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이양우 시인은 부지런히 그물을 쳤다 올리더니 망둥어를 꽤 많이 잡아 올린다.
집에 돌아와 시와 숲길공원이 있는 명덕산에 오른다. 산도 사철 냄새가 다르다. 산은 가을 냄새로 가득하다. 산 입구에는 일차선 도로를 이차선으로 바꾸느라 트럭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보령시에는 두 개의 시비공원이 있다. 하나는 보령시 주산면 개화리에 있는 개화예술공원과 다른 하나는 주산면 삼곡리 명덕산에 있는 시와 숲길공원이다. 두 곳 다 보령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개화예술공원 안에는 허브농장과 야생화 전시장, 세계 조각가의 작품과 노래비, 그리고 개화한국육필문예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시인들의 육필 시 작품 300여 기가 요소요소에 잘 진열되어 있다. 군데군데 조각 작품들이 서 있어 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을 볕 때문이지 온통 눈이 부시다.
서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공원을 견학하고 있다. 아이들이 모처럼 공원에 오니 신이 나는 모양이다.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공원을 둘러본다. 가을햇볕만큼이나 표정들이 밝다. 하루 7-8백명, 일요일에는 천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하니 관광명소로 자리가 잡힌 모양이다. 관광버스 몇 대가 정문 공터에 서 있다.
시와 숲길공원은 개화예술공원에서 삼십여 분 떨어진 곳에 있다. 입구에는 현대문학 100주년기념탑과 200여 기의 시비가 숲 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1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다. 2차선 도로가 완성되고 녹색체험관, 매실 가공, 토화양식장, 뽕나무 오디, 곱돌 가공, 금강신초(약초) 재배와 둘레길이 조성되면 보령시의 또 하나의 훌륭한 명소로 탄생 될 것이다. 두 곳 육필시비공원은 이양우 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땀의 결실이다. 벚꽃축제와 주산면 한우 고기단지도 빼놓을 수 없다.
보령시는 문인의 고장이다. 이문구(소설) 이문희(소설) 최상규(소설) 홍완기(시인) 최지우(수필가) 이양우(시인) 이외에도 훌륭한 문인들이 배출되었다. 이는 보령시의 수려한 산세 때문이기도 하다. 이시우 시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기에 오늘 같은 훌륭한 시비공원이 탄생했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보령시는 시심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