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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굳게 닫힌 대문안쪽에서는 대한지적공사 직원들이 측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굳게 닫힌 대문안쪽에서는 대한지적공사 직원들이 측량작업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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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외아들 이시형(34)씨가 사들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부지를 찾은 10일 오후, 현장에는 3명의 측량기사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측량장비를 들고 내곡동 20-17번지 저택 안팎을 분주하게 드나들었다.

그 옆에는 검은 정장 차림의 40대 남성 두 명이 경계심 가득한 모습으로 측량기사들 쫓아 다녔다. 이들은 측량기사가 문밖으로 나가면 함께 따라 나왔고 들어가면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이씨가 구입하긴 했지만 "대통령 사저가 들어 설 것"이라는 청와대 발표가 있었기에 이들이 청와대 경호처에서 나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측량기사들 역시 사설 측량업체가 아닌 대한지적공사 소속이었다. 대한지적공사 서초구지부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난 10월 6일 청와대 경호처에서 측량을 의뢰했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후 공사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저 부지

구입자금의 출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부지가 있는 내곡동 능안마을은 양재 IC에서 내곡 IC 방향으로 가다가 서울시립아동병원 직전에 있다. 인근에 국가정보원이 있고 곧 개발에 들어가는 내곡 보금자리주택 건설부지에서는 2km 가량 떨어진 곳이다.

정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정문 옆의 담장이 5m 가량 돼 길가에서 내부를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변 야산으로 올라가자 쇠창살이 설치된 얕은 담 너머로 내부가 보였다. 이전에 한식당이었다는 건물은 헐렸고 측량 작업이 그 위에서 진행됐다. 사저 공사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산 위쪽으로 더 올라가자 철제펜스가 쳐져 있다. 넓은 공터가 있고 아래쪽 건물이 있던 자리와 돌계단으로 연결 된 것으로 보아 정원 용도로 사용된 듯하다. 인근에는 이곳 임야가 '국공유지'이고 '개발제한구역'임을 보여주는 표시가 있다. 두 가구가 거주하는 비닐하우스 형태의 임시주택이 부지 서쪽 편에 맞닿아 있다.

산에서는 아직 남은 나뭇잎에 가려 시아가 좋지 않았지만 사저 건물이 들어선다면 이 마을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것이기에 동네가 다 내려다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랫동안 그린벨트로 묶였기에 마을 60여 가구의 주택은 대부분 2층 이하 규모였다. 대통령 사저부지에서 30m 정도 떨어진 교회를 제외하고는 높은 건물이 없다. 상가건물도 보이지 않고 부동산과 상점도 단독주택형태로 있다.

당초 그린벨트 지역이었던 이곳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때인 지난 2006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 1종 전용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2층 이하 주택으로만 신축이 가능해졌다.

능안마을 주민들은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이사를 온다는 소식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뒤편.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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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주민들 반응

마을 입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김학진(남, 61)씨는 "두 달 전 쯤 대통령 아들이 구입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대통령이 와서 이 지역의 개발제한이 풀리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40년 거주했다는 김씨는 "바로 인근에 22층 규모 아파트가 들어오는데 이곳만 개발제한에 묶여 2층을 초과해서는 짓지도 못한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오면 경호 문제 같은 걸로 오히려 더 개발이 제한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세훈 전 시장이 개발제한 풀어줄 거라 기대했는데 잘 안 됐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능안마을 경로당 앞에서 만난 세 분의 할머니는 이 대통령의 마을 입주를 반겼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대 할머니는 "추석 전에 대통령 아들이 샀다는 걸 알았다"라며 "대통령이 온다니까 무조건 좋다, (마을사람)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정직하고 훌륭하신 분이라 그렇다"라며 "오시면 여기 개발제한도 풀어 주지 않겠나, 마을도 깨끗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통령 사저가 들어오는 것에 부정적인 주민도 있었다. 일부 주민은 전직 대통령의 경호 문제로 주민이 불편함을 겪거나 오히려 개발제한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김아무개(24, 남)씨는 "솔직히 이 대통령이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마을에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퇴임 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텐데 동네가 시끄러워지고 좋지 않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주민 최아무개씨(68)는 "벌써부터 기자들이 이렇게 오는데 동네가 조용할 수 있겠느냐"라며 "대통령 경호 한다고 건물도 높게 못 짓게 하고 통행도 불편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사저 예정부지와 붙어있는 비닐하우스에서 거주하는 50대 부부는 "여기서 잘 살고 있었는데 쫓겨날까 걱정"이라며 "우리 같은 사람은 쫓겨나면 어디 갈 곳도 없다"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열쇠로 잠긴 대문앞에 취재진들이 모여있다.
 10일 오후 열쇠로 잠긴 대문앞에 취재진들이 모여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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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목적' '현행법 위반' '다운계약서' 등 끊이지 않는 논란

한편, 이 대통령이 아들 명의로 땅을 구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내곡동 사저 부지에 대한 각종 의혹이 일고 있다.

매입한 부지(내곡동 20-17, 20-30, 20-36)는 총 2600m²(약 788평)으로 이 대통령의 개인 재산인 사저 터 460m²(약 140평)에 11억2000만 원이 지불됐다. 청와대 대통령실은 같은 위치 부지 2140m²(약 648평)을 매입하며 42억8000만 원을 지불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CBS>라디오 방송에서 "땅값이 뛸 것으로 예상되는 내곡동에 아들 명의로 부지를 매입한 것은 증여를 목적으로 한 투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100억 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며 "사실상 증여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실소유자는 이 대통령이지만 법적소유자가 아들이 되면서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이 대통령이 아들의 명의를 빌려 부지를 매입한 게 되기 때문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결국 땅을 약간 더 싸게 사기 위해 엄연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서초구청은 이 대통령 부부의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노영민 민주당 의원이 "내곡동 20-30번지의 토지에 대해 이시형씨의 토지지분에 대한 공시가격은 5360만 원이지만 신고금액은 2200만 원에 불과했다"라며 "20-36땅의 이씨 지분 공시가격도 1억2000만 원이었지만 신고가액은 8025만 원에 불과했다"라고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태그:#내곡동, #이시형, #이명박, #대통령 사저,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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