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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새만금을 둘러보았다. 새만금 전체의 1/10도 보지 못했지만, 조개도 없고 철새도 찾지 않는 죽은 바다, 새만금의 미래는 너무 붉은 빛이었다. 아픈 마음에 눈물도 많이 냈다.

 

일행은 다시 버스를 타고 변산반도의 남부인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소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禪雲寺)의 말사 내소사(來蘇寺, http://www.naesosa.org)로 향했다.

 

내소사는 백제 말기인 633년(무왕34) 혜구 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당초 이름은 소래사(蘇來寺)였다고 한다. 원래는 아담한 절이었으나, 조선 중기 이후 본격적인 증축이 이루어져 대웅보전, 설선당, 요사채 등이 들어서면서 절의 규모가 커졌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 일주문, 대웅보전 중수, 천왕문, 설선당과 요사채 보수, 봉래루의 해체와 복원, 진화사, 수각, 종각 등을 조성하여 현재의 규모가 되었다.

 

현존하는 당우 및 중요문화재로는 보물 제291호 대웅보전(大雄寶殿)을 비롯하여 제277호 고려동종, 제278호 법화경절본사경, 제1268호 괘불이 있고, 전북 유형문화재 제125호 요사채, 설선당, 보종각, 봉래루, 제124호 삼층석탑이 있다.

 

이 가운데 대웅보전은 1623년(인조1)에 완공되었는데 건축물의 형태와 모양 시공기법이 매우 독창적인 조선 중기의 예술품이다.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를 깎아 서로 교합하여 만들었다고 하며, 법당 내부 벽면에 그려진 관세음보살상도 대단한 수작이다.

 

아울러 연꽃무늬가 중심이 된 문창살의 경우에도 소백산 아래 영주 성혈사의 문창살과 함께 국내 목공예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법화경절본사경은 조선 초기 이씨 부인이 먼저 간 남편의 명복을 빌기 위해, 한 글자를 쓰고 한 번 절하는 일필일배(一筆一拜)의 정성으로 필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내소사는 사실 절도 절이지만, 일주문을 지나고부터 이어지는 전나무 길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운치가 있는 곳이다. 10여분 정도를 걸어가면 되는 길지 않은 길이지만, 100년 내외의 수령을 자랑하는 전나무 숲길을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거닐 수 있는 기쁨은 남다르다.

 

당초 숲이 더 좋았다고 하는데, 최근에 간벌을 하면서 작은 잡목들을 전부 제거한 관계로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나무 아래에 상당히 많았던 버섯이나 벌레들이 많이 줄어들어 시야는 깨끗해지고 확 트인 느낌이 들어 좋지만, 산책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전나무 숲길을 10여 분 정도 걸어서 들어가면 천왕문과 이어 수령이 1,000년 된 노쇠한 군나무와 설선당, 보종각, 봉래루 등이 나오고 고려범종도 작지만 용머리 등이 멋져 볼품이 있다. 그리고 삼층석탑과 절의 중심에 위치한 대웅보전의 위용도 대단하다.

 

특별히 단청을 하지 않은 단아한 대웅보전은 못 하나 쓰지 않은 조각품 같은 나무 건물에 불상과 벽면의 보살상 그림, 입구 좌우측의 문창살 등이 걸작이다. 물론 절 뒤편의 대나무 숲과 야트막한 관음봉도 편하게 등산을 하거나 산책하기에 좋을 것처럼 보인다.

 

내소사는 이렇게 가족여행이나 잠시 휴양을 위해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2~3일 쉬어가기에 참 좋은 절이다. 도시의 찌든 때를 빼면서 등산도 하고, 풍경소리 들어가며 사찰요리와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쉼터이다.

 

내소사를 둘러 본 일행은 일주문 앞에 있는 상가와 식당가를 둘러보며, 지역에서 나는 산나물과 오줌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숙취, 심장병, 신경통, 폐결핵, 폐기보호, 해열, 빈혈, 더위 먹었을 때 효과가 있으며, 특히 예로부터 백발이 검게 되고 늙지 않는다는 자양강장주인 오디주를 샀다.

 

다른 몇 사람들은 뒤집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인 '분(盆)'을 합해 먹고서 오줌을 누면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뜻을 가진 정력제인 '복분자(覆盆子)로 만든 엿을 산 다음, 숙소가 있는 전주로 향했다.

 

한옥마을이 유명한 전주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렸다. 우리들은 전주에 도착하기 무섭게 전주시에서 어르신들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만든 사회적 기업인 '한옥마을주막 천년누리 봄'으로 가서 막걸리와 식사를 했다.

 

한옥을 개조한 듯 보이는 주막에는 주로 막걸리를 파는 것이 주요한 사업인지 술을 한 상 시키면 안주를 4~5가지 세트로 제공하는 형식으로 주문을 받았다. 안주가 더 필요하면 별도로 추가 요금을 내고 안주를 조금 더 시키던가, 아니면 술을 한 상 더 시키면 다시 안주 세트가 4~5가지 제공되는 특이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어른들은 술과 안주로 속을 채우고 부족한 것은 밥과 찌개를 더 시켜서 먹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식사와 안주거리를 먹는 것으로 한 시간 정도를 보냈다. 음식이 별로 맛있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다들 허겁지겁 저녁을 때웠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숙소가 있는 한옥마을로 이동하여 2곳의 한옥으로 나뉘어 쉬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평일에는 찻집으로 이용하다가 주말과 휴가철을 중심으로 성수기에만 야간에 민박을 하는 55년 된 서민 한옥집인 '차마당'으로 숙소가 정해져 그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주인장과 일행 7~8명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한잔하다가 새벽에 잠자리에 들었다. 너무 이야기가 재미있었지만, 아침 한옥마을을 산책하고 싶은 부푼 꿈을 안고서 피곤한 몸을 뉘었다.


태그:#내소사 , #전주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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