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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함게 아침을 맞다

 

오전 6시. 파도소리에, 아니 바다가 내지르는 함성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나봅니다. 손을 들어 손가락을 눈앞에 꼼지락거려보는데 그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이런 어둠은 오랜만에 경험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대둔산의 어느 산장에서 느꼈던 어둠 이후로 두 번째 겪는 경험일 것입니다.

 

방문을 살짝 열어봅니다. 그제야 희미한 불빛이 방안으로 들어옵니다. 제 옆에 누운 아들이 보이고, 아내가 보이고, 막내 딸의 자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버지는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셨는지,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계십니다. 그리고 살짝 열린 거실 창문으로 들려오는 소리. 맞습니다. 저는 바다가 내는 함성 소리에 잠에서 깼던 겁니다.

 

 

바다에서 나는 소리는 파도 소리도 아니고 바람 소리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어선들이 떼를 지어 먼 바다를 향해 달려 나가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잠이 덜 깬 얼굴로 부모님께 잘 주무셨냐는 안부를 묻고, 맨발로 베란다에 섰습니다.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나서야 어제(9월 23일)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저희 가족은 어제 오후에 통영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고 한려수도를 조망했지요. 그리고 다시 내려와 통영에서 꼭 가봐야하는 강구항에서 저녁을 먹고, 바로 옆 낭망산조각공원에서 야경을 감상했습니다.

 

통영여행의 시작,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타기

 

통영에 있는 '미륵산 케이블카'의 정확한 명칭은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미륵산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니까 그냥 '미륵산 케이블카'라고 부릅니다. 제가 보기에도 더 부르기 쉽고, 외우기 쉬운 이름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라는 이름은 왠지 부르기 좀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제가 이 케이블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뭐! 당연하겠죠. 2009년 초에 멋도 모르고 이 케이블카를 탔다가 아주 혼난 기억이 있는데, 올해 통영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이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통영으로 친구 분들과 놀러 갔을 때는 케이블카가 없어서 미륵산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갔다"는 말씀을 하며 케이블카를 빤히 쳐다보시는 아버지. 그 모습을 보고서야 어찌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휴가철 같은 성수기 때는 보통 오후 2시 이전에 표가 매진된다고 합니다. 오후 5시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이렇게 일찍 매진된다는 것은 그 정도로 승객이 많고, 대기시간도 길다는 뜻도 될 것입니다. 주변 도로도 교통 정체가 극심하다고 하니 웬만하면 성수기는 피해서 가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 가족이 간 날은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표를 끊자마자 바로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죠. 그런데 여섯 가족 중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었나 봅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내도, 아들도, 딸도 모두 모두 신나하는데, 유독 저 혼자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

 

 

저는 케이블카를 탈 때 반드시 올라가는 곳의 정상에 눈을 고정시킵니다. 옆도 보지 않습니다. 특히 고개를 뒤로 돌려 밑을 바라보는 짓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꼭 정상의 풍경만 찍게 됩니다. 솔직히 이번에도 케이블타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아래쪽을 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다양한 각도로 멋지게 풍경을 담아내던데 많이 아쉽습니다. 전 언제쯤 고소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10여 분을 긴장하다가 드디어 상부역사에 도착했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참고로 한려수도는 경남 통영시 한산도에서 전남 여수까지의 남해 물길을 일컫는 말입니다. 5백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곳곳에 둥둥 떠 있는 물길로 약 300리(120km)가량 된다고 하네요.

 

 

 

상부역사에서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휴게소와 인공폭포가 있습니다. 저희도 잠깐 휴게소에서 간식을 사먹으며 휴식 즐겼습니다. 그 와중에 제 아들은 폭포에 마련된 '행운의 동전' 코너에 동전을 던지고 있습니다. 슛! 노골! 슛! 노골! 슛! 노골!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더 올라가기도 합니다. 미륵산 정산까지 가는 중간 중간에 몇 군데의 전망대가 있다고 들었지만 어린 아이와 부모님이 계신 관계로 저희는 여기에서 만족해야 했습니다. 만일 다음에 다시 이곳에 들를 기회가 된다면 그대는 당연히 정상까지 올라가야겠죠.

 

 

이제 다시 내려갈 일만 남았습니다.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참 떨렸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송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영, #미륵산,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한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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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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