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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취재 / 김당 오연호 황방열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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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은 또다른 조작을 낳았다. 'BBK 가짜편지' 지시 배후를 은폐하기 위한 공작은 이 건과 관련한 검찰수사 전후에서도 계속됐다(첫 보도 : 2007 대선 때 홍준표가 흔든 편지는 조작, 이명박 당선 위한 사기극에 MB 특보 개입).

2007년 대선 당시 '김경준씨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김씨의 감방 동료 신경화(53·교도소 수감중)씨의 동생 신명(50·치과의사)에게 '가짜 편지'를 쓰게 한 핵심 인물은 신명씨가 졸업한 경희대 교직원 양승덕씨와 역시 경희대 교수 출신으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 상임특보였던 김병진(현 두원공대 총장)씨다.

<오마이뉴스>는 신명씨와 세 차례 5시간 동안의 녹화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이 이명박 후보의 대선승리 사기극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후 검찰 수사에 대비한 입 맞추기 및 은폐와 관련된 5장의 '지시 문건'을 확인했다. <오마이뉴스>는 또한 이들이 조작 사실과 그 배후를 은폐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가졌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입수했다.

'지시 문건'은 검찰 수사 대비한 '입 맞추기' 및 은폐용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BBK 김경준 기획 입국 편지 조작 사건의 편지조작 및 은폐와 관련된 5장의 ‘지시 문건’. 여기에는 '가짜 편지'를 쓴 신명씨에게 지시한 검찰 수사 대처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 문제의 편지 조작 및 은폐 지시문건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BBK 김경준 기획 입국 편지 조작 사건의 편지조작 및 은폐와 관련된 5장의 ‘지시 문건’. 여기에는 '가짜 편지'를 쓴 신명씨에게 지시한 검찰 수사 대처법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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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인 2008년초 검찰은 한나라당이 '수사의뢰'한 이른바 '기획입국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수사초기에 필적감정을 통해 문제의 편지가 감옥에 수감돼 있던 신경화씨가 쓴 것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동생 신명씨를 소환했고, 이어 통화기록 조회를 통해 신명씨와 자주 통화를 했던 양승덕씨를 소환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가짜편지에 대한 배후 은폐 공작은 모든 것이 신명씨의 '단독범행'임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양승덕씨가 작성해 신명씨에게 건넨 한 '지시 문건'을 보면, 양승덕씨가 먼저 검찰(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주임검사 박광배)에서 조사받은 내용과 앞으로 신명씨가 받을 조사 질문이 20개의 문답으로 요약 정리돼 있다. 즉, 자신이 검찰에서 이런 내용으로 조사를 받았으니 신명씨더러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이 내용을 숙지해 진술하라는 '입 맞추기'용 지침이었다.

이 지시 문건의 20번 문답에는 "양승덕씨가 지시를 하느냐?"는 예상 질문과 함께 "내가 뭔 일이 있으면 의논을 하지 지시하고 어떻게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서로에 인격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양승덕씨는~"이라는 답변이 적혀 있다. '가짜 편지' 사건에 김병진 당시 MB 대선특보를 비롯한 윗선이 개입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신명씨 '단독 범행'으로 꼬리 자르기를 지시한 대목이다.

신명씨 "배후에 MB측근 최아무개-이아무개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씨가 1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씨가 1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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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가기 하루 전에 양 실장이 자신에게 그 '지시 문건'을 써주면서 (지시한 대로 검찰에서 진술하면) 한나라당에 얘기해 (수감중인) 형을 조용히 제 자리(미국)로 갈 수 있게 '원상복귀' 시켜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 영주권자인 형의 '원상복귀'를 약속하며 은폐를 지시한 것이다.

신씨는 또 "(2007년 11월에) 가짜 편지를 쓸 때만 해도 양 실장으로부터 그런(배후-편집자) 얘기가 전혀 없었는데 (2008년에)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병진씨 외에도 'MB(이명박) 가족과 측근 K씨가 (편지 조작에) 관여했고, 그 배후에는 최아무개씨와 이아무개 의원 등 권력실세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양씨가 적어준 지침대로 검찰에서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08년 6월 이 편지가 가짜로 조작되었음을 파악하고도 그 사실과 배후는 밝히지 않은 채 '기획 입국설'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만난 양승덕씨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 편지를 받은 적도 (김병진 교수에게) 전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또 "같은 대학에 근무해 김병진 교수를 잘 알지만, 당시는 김 교수가 이명박 후보 특보인지도 몰랐다"고 반박했다. 또 신명씨에게 이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이 뒤를 봐주고 있다고 말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김병진-양승덕, 두 사람이 자신들이 개입한 가짜편지 시건이 확대되는 것을 무마하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지난 4월 신명씨의 대리인을 만나 대책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양씨는 신명씨 대리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병진 교수라고 계신다. 신명이 잘 안다. 그분이 (신명의) 형을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내 뒤에 측근 두 사람 있다는 게 그분이다. 그분도 (신명의 대리인) 만나고 싶어한다."

아울러 <오마이뉴스>는 양씨의 요청으로 3인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병진 총장이 신씨의 대리인에게 "신명씨가 해외로 출국하는 게 좋겠다"고 사실상 해외 도피를 종용했다는 관련 증언을 확보했다.

현재 검찰은 편지 조작 자체는 사실이지만 범죄 관련성이 없어 수사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명씨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가짜 편지를 썼고,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와 한나라당 인사들이 이를 알면서도 김경준씨 기획 입국설을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둔갑시켜 언론에 공개한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더구나 한나라당측은 이런 '정치공작'에 그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기획 입국 편지' 사건 관련자들을 처벌해 달라고 수사 의뢰까지 했다. 따라서 법조계에선 '기획 입국 가짜 편지' 관련자들에게 업무방해나 사문서위조, 강요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3번째 기사 16일에 이어집니다.


태그:#김경준 기획입국, #신명, #김병진, #양승덕,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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