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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외연도에 정박된 어선들입니다.
 충남 보령 외연도에 정박된 어선들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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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바다. 이 바다에는 숱한 사연이 넘실거립니다. 사연을 들으려면 할머니들께 이야기를 청해야 합니다. 요게 섬에서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육지 할머니들과 이야기는 꺼리는데 섬에서는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육지에서는 삶 이야기를 푸는 게 부담인 반면 섬에서는 삶의 진한 질곡이 우러나기 때문이지 싶네요.

그럼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된 충남 보령 외연도의 세 할머니 삶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지난 9일 엿들은 재밌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지요.

외연도 마을입니다.
 외연도 마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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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을 '오'가에서 '남궁'가로 바꾼 할머니 이야기

- 외연도에 사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스무 살에 시집 와 54년 살았어. 여객선 표 팔다가 나이 들어 몸이 아파 그만뒀어. 자꾸 표 팔아 달라고 부탁하는데 한 달에 한 번 육지에 나가 치료 받아야 하거든."

- 얼굴이 너무 고우시네요. 연세와 이름이 어찌 되세요?
"뭐하려고 다 늙은 할멈 이름은 묻는데. 이름은 남궁춘자, 삼십 구년 생이니 우리 나이로 칠십 셋이여. 근데 본래 성은 '남궁'이 아니고 '오'씨여, 오춘자."

"이름을 뭐 하러 묻냐?"고 '퉁박'이시더니 감춰진 사연이 있었습니다. 가만있을 수 있나요.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 어쩌다 '오'씨를 버리고 '남궁'을 성으로 삼았어요?
"그런 거 묻지 마. 우리 젊었을 때에는 어른들이 중매해 결혼했어. 근데 나는 남편이랑 자유연애를 했어. 그랬더니 어른들이 쫓아내고 호적에서 이름을 빼버렸어. 육남매를 학교 보내야 하는데 호적이 없어 안 되는 거라. 그래 호적을 새로 만들었지. 그때 '남궁'을 붙였어."

- 할아버지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남궁춘자? 오춘자? 오씨가 훨 나은데요.
"나이 먹은 사람 놀리면 못써. 내가 오씨였던 거 다른 사람은 몰라. 우리 남편 잘생겼지? 지금은 호적 만들기가 힘들지만 옛날에는 호적 없는 사람이 많아 만들기가 쉬웠어."

이야기 중에 할아버지를 보니 참 잘 생기셨습니다. 그러니 할머니가 반해 부모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결혼하셨겠지요. 잘 생겼다는 말에 할아버지께서 부끄러워 하시대요.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외연도의 남궁춘자 할머니입니다. 고우시더군요.
 외연도의 남궁춘자 할머니입니다. 고우시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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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도의 유윤임 할머니입니다.
 외연도의 유윤임 할머니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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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조기, 홍어 잡던 친척 먼저 보낸 할머니 이야기

외연도 아침 마을 산책에서 텃밭에 물주시던 할머니 세 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경험상, 섬에서는 조금만 살갑게 말을 붙여도 줄줄 이야기가 터져 나옵니다. 아무래도 날마다 보는 사람 말고, 새로운 대화 상대가 그립나 봅니다.

- 어머니들 안녕하세요. 텃밭, 엄청 잘 가꾸셨네요.
"나이 들어 할 일이 없으니 일삼아 열심히 하는 거지."

- 외연도에서 몇 년 사셨어요?
"나? 여기서 태어나 아직까지 살고 있어."

옆에 있던 할머니, "이이는 부끄럼이 많아 말을 잘 못해, 내가 대신 말해 줄게"하고 자연스레 끼어드십니다.

- 두 분이 친구세요? 여기는 어떤 고기를 주로 잡아요?
"응 친구여. 이 할머니는 김점순이고, 78년간을 외연도에서 살았어. 나는 유윤임이고 여기로 시집 와서 40년 살았고. 옛날에는 조기랑, 홍어를 많이 잡았어. 사람도 많이 죽고. 마을에 제삿날이 같은 날인 사람이 많아. 서글픈 일이지."

- 여기서도 조기랑 홍어를 잡았어요?
"예전에 아주 많았어. 삽교천을 막은 뒤로 고기가 없어졌어. 옛날에는 고기 잡으면 법성포와 영산포에 가서 팔아 먹고 살았지. 또 고기를 소금에 절여 항아리에 넣고 땅에 묻어 필요할 때마다 영산포와 법성포에 내다 팔았지."

조기와 홍어 어장이 서해까지 미쳤더군요. 그런데 강을 막은 뒤로 고기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자연이 내려 준 혜택을 스스로 거부하는 어리석은 인간을 어찌 하오리까!

조업하러 나가는 외연도의 배.
 조업하러 나가는 외연도의 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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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외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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