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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19대 임원 선거를 앞두고 김형균 후보 측이 1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19대 임원 선거를 앞두고 김형균 후보 측이 1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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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있을 제19대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김형균 지부장 후보 측이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사례를 공개하며 공정선거를 위한 근로감독관 입회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친경제계 행보로 회사와 정부, 경제계의 칭송을 듣고 있는 현 오종쇄 위원장이 출마를 포기한 대신 같은 조직인 노동자민주투쟁위원회(노민투) 소속 김진필 후보와 참된노동자회(참노회) 소속 김성호 16대 노조 위원장, 민주노조건설을위한민주연합(새민연) 소속 김형균 후보가 각각 출마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임원 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는 조합원 500명의 추천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형균 후보 측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이 밀어주는 후보 외 두 후보의 등록을 막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공개한 후 회사 정문 맞은편 인도에서 이틀 동안 노숙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김형균 후보 측에 따르면 올해 회사 측의 선거 개입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조합원은 "과장이 과원들을 앉혀 놓고 '왜 회사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추천해 줬느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며 "심지어 회사 측이 조합원 일대일 면담을 통해 노골적으로 회사가 미는 후보를 지지하라고 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형균 후보에게 추천 서명을 한 한 조합원은 최근 울면서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아들이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 관리자가 '서명을 철회하면 아들을 하청 근무 후 2년 뒤 정규직으로 고용시켜주겠다'는 회유를 했다"고 호소했다.

김형균 후보 "사측이 후보등록 방해" 주장

김형균 후보와 현대중공업 노조 출신인 김진영·이재현 울산시의원, 김경득·황보곤 울산 동구의원은 17일 오후 2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등록 전부터 줄곧 회사 측의 선거개입문제가 제기되었다. 후보등록의 필수조건인 500명의 추천인 명부 유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경남은행 대송지점 금고에 합의 위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후보자 추천인을 압박하는 회사 측의 방해공세로 많은 조합원들이 심적 고통을 받았다"며 "조합원의 자주적 권한인 투표권마저 제대로 행사될 수 있을지 현장의 조합원들은 심각한 회의감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며 "지금까지는 참아왔으나 더 이상 인내와 침묵으로 넘길 수 없다"며 "1987년 자랑스러운 선배 노동자들이 쟁취한 노동조합 민주주의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이 유린되는 작금의 사태에 분노하며 통합개표와 근로감독관 입회를 노동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노조 임원 선거가 치러지는 현대미포조선 노조와 현대자동차 노조가 통합투표와 통합개표를 하는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약 40여 개에 달하는 투표소별로 투표를 진행해 왔다는 것. 이러한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하면 조합원들의 투표 성향이 부서별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부서별로 투표 결과를 놓고 관리자들이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 결국 관리자의 선거 개입을 불러오게 됐다는 입장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의 임원선거에 회사가 개입해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해당 조합원들의 청원으로 근로감독관이 입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투표에 근로감독관 입회 요구하겠다"

이들은 그 근거로 이번 선거의 후보자 추천 서명 과정과 지난 선거의 회사 측 개입 사례를 들었다.

김형균 후보 측은 "반원 10여 명이 한 줄로 서서 투표장에서 대기하고 반장은 맨 뒤에 서서 반원이 투표하는 것을 지켜본다"며 "반원들은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어 기표내용이 공개되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관리자들은 '사전에 투표용지를 접지 말고 투표함에 넣으라'고 요구하고 '만약 접으면 회사가 원하지 않는 반대 성향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협박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사 측은 기표한 투표용지를 휴대폰으로 찍어오도록 해 투표내용을 확인한다"며 "이는 현장에서 여러 차례 발견되어 문제가 되었는데, 지난 4·27 울산 동구 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현대중공업 직원 2명이 휴대폰으로 투표용지 '인증샷'을 찍었다가 발각되어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직원 기표용지 인증샷 논란).

김형균 후보 측은 또 "투표는 회사 식당 및 교육장에서 진행하는데, 투표 장소를 협소하게 만들어 투표 종사자가 투표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라며 "밖에서 관리자들이 투표장소를 지켜볼 수 있는 장소에서는 조합원들이 기표할 때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탈법이 일상이 되고 불법이 상식이 되어버린 현대중공업의 이 오랜 악습의 구태를 이제는 끊어버릴 때가 되었다"며 "그럼에도 사측에 의한 불법적 선거개입이 계속된다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엄연히 노조 선관위가 있고 선관위에서 후보자 500인 추천을 관리하는데 추천인 신원이 노출될 수가 있겠느냐"며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은 모두 추측성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청 근무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회사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추측성, 감정에 지우친 내용들"이라고 주장했다.

김형균 후보 측과 지방의원들이 밝힌 현대중공업 부정선거개입 사례
- 투표장에서 벌어지는 사례

1. 릴레이 공개투표
반원 10여명이 한 줄로 서서 투표장에서 대기하고 반장은 맨 뒤에 서서 반원이 투표하는 것을 지켜보는데 반원들은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어 기표내용이 공개되도록 한다. 이는 사전에 투표용지를 접지 말고 투표함에 넣으라고 요구하고 만약 접으면 회사가 원하지 않는 반대 성향의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협박함
2. 투표용지 휴대폰 인증샷
투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휴대폰으로 찍어 가져와 투표내용을 확인함
이는 현장에서 여러 차례 발견되어 문제가 되었는데 지난 4,27 울산 동구 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현대중 직원 2명이 투표용지 휴대폰 인증샷을 했다가 발각되어 문제가 되었던 사례가 있었다. 이는 조합원들은 불법이라고 알고 있지만 관리자들은 심리적 압박용으로 계속 활용.
3. 개방된 공간의 투표소
투표장소 주로 회사 식당 및 교육장에서 진행하는데 투표 진행 장소를 협소하게 만들어 투표 종사자가 투표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이거나 밖에서 관리자들이 투표장소를 지켜볼 수 있는 장소에서는 조합원들이 기표할 때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공개 투표가 된다.

- 투표하기 전에 회사 관리자가 개입하는 사례

1. 관리자가 소속 조합원 가정방문해서 회사측 후보 지지 유도
2. 반, 팀, 과 단위로 회식을 하고 그 자리에서 직, 간접으로 회사측 후보 지지 강요
3. 부서단위 가을 야유회 행사를 선거일 이전에 진행하도록 해서 회사측 후보 지지 유도
4. 관리자가 조합원 개인면담 하면서 진급, 포상, 직책 등을 미끼로 회사측 후보 지지 요청
5. 관리자가 조합원 개인별로 향응을 제공하며 회사측 후보 지지 요청
6. 조합원 개인별 성향을 분석해서 집중 교육
7. 후보등록 서류에 500인 추천서명 못하게 압력행사하고 서명해준 사람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줄 것을 암시하고 서명 철회요구
8. 각 부서별 2-3명의 '선거도움이'라는 명칭으로 차출해서 회사측 후보 선거지원하며 이들은 얼굴을 잘 모르는 타 부서에서 세몰이 할 때 동원됨

- 노조 선관위 불공정 선거개입 사례

1. 선거홍보물 심의권을 이용하여 자신들과 반대 세력 후보의 홍보내용 제한
2. 투표소를 세분하여 투표하고 개표할 때 부서별 또는 사업부별 조합원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하여 관리자의 노무관리 능력을 경쟁시켜 관리자가 선거에 개입하도록 유도.


태그:#현대중공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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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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