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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8일 오후 5시 53분]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이른바 '황우석 파동' 때와 거의 똑같더군요. 논문 조작 파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우석 박사. 그에게 여전히 논문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력 정치인과 지지자들, 그리고 언론이 '그'와 함께 하더군요. 모든 것이 당시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7일 저녁 MBC, SBS 등 방송뉴스와 18일 많은 신문들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서 착잡함을 느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황우석 파문'을 겪고도 우리 사회는, 우리 언론은 여전히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시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던 한국 언론이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당혹스럽게 하더군요. 대체 한국 언론의 일탈과 퇴보는 어디까지 계속될 수 있는 걸까요. 

2011년 10월17일 SBS <8뉴스>
▲ 코요테 복제 2011년 10월17일 SBS <8뉴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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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진실을 망각한 대한민국 언론들

17일과 18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간단히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코요테 체세포를 개의 난자에 이식하는 체세포 핵이식 기법으로 코요테 복제에 성공했다 ▲코요테를 이종(異種) 간 체세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해 복제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국내 동물 복제 기술이 최고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17일 SBS <8뉴스>를 보니 황우석 박사가 이런 얘기도 하더군요.

"동종복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이종복제는 대단히 어렵고요. 여기서 한 단계가 더 나아가면 매머드와 코끼리가 (복제 가능합니다)."

뭐, 좋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코요테를 복제할 수 '과학적 기술'을 가졌다는 건 자랑할 일이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아니니까요. 김문수 경기지사가 언급한 것처럼 "복제 코요테 생산 성공은 멸종 동물 보존과 국내 관광산업 수익 증대"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인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아직 황우석 박사의 주장일 뿐입니다.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한 코요테 복제 성공'은 어디까지나 황우석 박사의 일방적 주장일 뿐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7년 전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십니까. 과학적 성과는 논문을 통해 검증된다는 단순한 사실이었습니다.

<조선> <중앙>의 신중한 보도... 방송사와 <동아>의 '올인'

조선일보 2011년 10월18일자 14면
▲ 황우석 조선일보 2011년 10월18일자 14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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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SBS를 비롯한 방송사들과 거의 대다수 언론이 이번 '코요테 복제'를 계기로 황우석 박사의 재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코요테 복제'와 관련한 논문도 없고 유전자 분석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는데 황우석 박사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만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계 최초', '국내 최고'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말이죠. 어쩌면 7년 전과 한 치도 변한 게 없는지 그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나마 황우석 박사 '코요테 복제'와 관련해선 오늘(18일)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14면 사진기사 <황우석 박사, 세계 첫 코요테 복제 성공>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갯과 동물의 경우 이전에도 복제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코요테 복제가 엄청나게 큰 성과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종의 단서를 달은 셈이죠. 

<중앙일보> 역시 18면 <"코요테 세계 첫 이종 복제" … 황우석, 재기하나>에서 "황우석 박사팀이 멸종위기에 처한 코요테 복제에 성공했다"고 전하면서도 "학계 일부에서는 코요테 이종 복제 성과가 학술지 등에 게재되지 않아 아직 연구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황우석 박사팀의 주장을 전하면서 전제 조건을 분명히 한 셈이죠.

동아일보 2011년 10월18일자 12면
▲ 돌아온 황우석 동아일보 2011년 10월18일자 12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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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나머지 대다수 언론은 검증 없이 받아쓰기만 하고 있습니다. 신문의 논조가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는 무의미합니다. 특히 <동아일보>의 '황우석 박사 띄우기'가 돋보이더군요. 지난 9월 26일 황우석 박사 단독 인터뷰를 1면과 3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실은 바 있는 <동아일보>는 이번에도 황 박사의 '코요테 복제' 성과를 가장 크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종편 출범을 앞둔 <동아일보>가 황우석 박사와 관련해서 '무언가'를 하려는 걸까요. 아무튼 <동아일보>의 '황우석 띄우기'는 당분간 주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유전자 분석결과와 논문부터 공개해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할 게 아니라 과학적 검증절차부터 받는 게 순서인 것 같습니다.

물론 황우석 박사는 "한국유전자정보센터에서 원래 코요테의 유전자와 복제된 코요테의 유전자, 그리고 개의 난자가 과연 이용됐는가 하는 검사 등 8개 모두를 조사해 완전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으며 현재 네이처지에 논문을 제출, 심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분석 과정이나 결과가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등에 정보는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과학적 성과는 논문을 통해 검증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황우석 박사가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이번 '코요테 복제' 연구성과를 세상에 내놓는 황우석 박사의 방식에 대해 여전히 의문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처지에 논문을 제출, 심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굳이 먼저 언론에 발표했어야 했을까요. '황우석 논문조작' 파동의 당사자라면 언론을 통한 방식이 아닌 과학자의 방식을 택했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십니까. 황우석 박사에 의해 한국 최초의 복제소라고 알려졌던 '영롱이.' 영롱이가 복제되었다는 증거는 물론 관련 실험기록 어느 것도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진 게 없습니다. 그것이 불과 몇년 전 일이고 거기서부터 논문조작 파동이 시작됐습니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게 과학자의 태도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론. 과학적 성과는 논문을 통해 검증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랍니다. 그것을 망각한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까요?>(한학수 지음/사회평론)라는 책을 보면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던 '과거' 한국 언론의 전철을 두 번 다시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정으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황우석, #코요테복제, #논문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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