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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사키의 대표적 음식이자, 전국에 체인점이 있어 일본인이 사랑하는 나가사키 짬뽕
 나가사키의 대표적 음식이자, 전국에 체인점이 있어 일본인이 사랑하는 나가사키 짬뽕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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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회사의 라면을 홍보할 마음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더구나 나는 라면이라면 인스턴트부터 수제라면까지 모조리 좋아하지를 않는다. 어쩌다 한 번 짜장면을 먹는 것 빼고는 온갖 종류의 면류와는 친하게 지내지 않는데, 그나마 짜장면도 요즘 나의 몸상태에는 독약이기 때문에 피하고 있다.

최근 국내 라면시장에서 부동의 1위는 '신라면'이지만,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이 놀라운 선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모 라면 회사에서 나온' 꼬꼬면'이나 '나가사끼 짬뽕' 어느 쪽도 직접 먹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매일 지나다니는 낙원동 거리에선 이 라면 박스들을 어디론가 열심히 실어나르는 풍경이 종종 눈에 띈다. 신문과 각종 미디어에서는 하얀국물이 최근 대세라면서, 새로운 맛을 찾는 젊은층에 잘 맞춰 인기라고도 말한다. 특히 흰 국물하면 왠지 느끼하거나 싱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얼큰한 맛을 가미했다고 한다.

라면을 포함해 온갖 면 종류, 특히 밀가루 음식을 기피하는 내가 굳이 최근 라면시장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인 라면을 언급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2009년 3월부터 약 2년 가까운 시간을 나가사키에서 보내면서 나가사키 짬뽕을 자주 먹었고, 또 남에게도 자주 먹였다. 내 주변의 인사들은 가끔씩 내게 식사를 권할 때면 "짬뽕이라도 한 그릇 드실래요?"라든가, "점심은 짬뽕으로 하죠"라고 말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가사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짬뽕을 좋아하지? 일본 사람들은 라면이랑 우동도 좋아한다더니, 한국인에 비해 면 요리를 유독 좋아하는가 봐? 그래도 밥이 최곤데...'란 생각을 하곤 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어느새 나가사키 주민이 되어서야 체득하게 된 것이지만, 나가사키 짬뽕은 외식비가 대단히 비싼 일본에서 저렴한 가격에 풍부한 해산물과 야채를 얹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요리였다. 기본이 1천엔(요즘 환율로 치면 1만 5천원 가까이 되겠다)을 넘는 외식값에 비하여 나가사키 짬뽕은 저렴한 곳은 600엔대부터 비싸도 800엔대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휴게소 내 고급 레스토랑 입구에 진열된 나가사키 짬뽕 메뉴 모형물. 나가사키 짬뽕은 링거하트와 나가사키 짬뽕 등 대표적인 두 레스토랑이 전국 지점을 가지고 있지만, 나가사키 현지에서 먹는 것이 역시 제일이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휴게소 내 고급 레스토랑 입구에 진열된 나가사키 짬뽕 메뉴 모형물. 나가사키 짬뽕은 링거하트와 나가사키 짬뽕 등 대표적인 두 레스토랑이 전국 지점을 가지고 있지만, 나가사키 현지에서 먹는 것이 역시 제일이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 전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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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그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나 유명하고 인기 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구루메 여행'이 인기인데, 구루메 여행 정보에서도 나가사키 짬뽕이 유명해지면서 나가사키 안팎의 사람들에게 짬뽕은 더욱 사랑받게 되었다. 그래서 나가사키 사람들도 많이 먹지만, 나가사키로 놀러온 사람들도 전부 나가사키 짬뽕 한 그릇쯤은 꼭 먹고 간다. 심지어 집에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건조시킨 면을 봉지에 넣어 판매하는 매장도 많아 그것을 사 가는 관광객도 아주 많다. 이렇게 짬뽕집이 많고 짬뽕과 관련된 시장이 크다 보니 나가사키에는 일본 전국에 산재한 라면집이 그다지 없다.

요즘은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가이드북이나 여행관련 책자에서 보고는, 나가사키에 왔으니 나가사키 짬뽕은 먹어봐야 한다고 짬뽕집을 찾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렇게 나도 나가사키로 놀러온 손님들에게 무수히 짬뽕을 먹어 볼 것을 권했다. 자주 먹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한국에서는 먹어볼 기회가 전혀 없던 나가사키 현지의 대표적 요리를 먹어보는 것은 여행자로서는 당연히 경험해 보아야 할 특권이 아닐까.

내 경우에는 워낙 면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고, 처음에 나가사키 짬뽕을 맛보았을 때는 양도 너무 많고 어쩐지 느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존경하는 어른이 사 주시는 것이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었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먹다보니 또 느낌이 달랐다. 가끔씩 먹기에는 아주 맛있고 저렴하고 재료도 풍부해서 먹을 만 하다고 나도 오히려 찾아 먹게 된 것이다.

특히 나가사키 짬뽕을 비롯하여 일본의 라면이나 우동은 수제면이다. 즉, 슈퍼마켓 등지에 가면 물론 인스턴트라면과 컵라면 등을 팔지만, 음식점에 가면 인스턴트 라면을 끓여 나오는 것이 아니며 각 음식점마다 주인장이나 주방장이 직접 면을 뽑거나 면을 그날 그날 면 제조점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나가사키 짬뽕은 그 이름처럼 나가사키에서 시작된 요리다. 중국 화교가 많았던 나가사키에는 메이지시대 중기, '사해루(四海樓)'라는 중화요리점이 있었다. 초대 점주였던 진평순(陳平順)이 당시 일본에 와 있던 많은 청나라 유학생에게 값싸고 영양가 높은 식사를 먹이기 위해 고안해낸 요리라 전해진다. 고기, 어패류, 야채 등 수십 종류의 재료를 볶고, 돼지뼈와 닭껍질로 맛을 낸 국물에 짬뽕 전용 면을 넣어 익힌다.

이때 짬뽕면을 반죽할 때 물은 반드시 간수를 사용한다. 간수는 바닷물에서 식염을 석출한 후의 액으로, 마그네슘염을 다량 함유하며 쓴맛이 난다. 만일 간수를 넣지 않고 그냥 물로 반죽하면 우동면이 되어 버린다. 나가사키 짬뽕면은 우동면과 굵기는 비슷하지만 면 자체가 다른 셈이다. 나가사키의 짬뽕 음식점들은 주로 햐쿠다케 제면소(百武製麺所)에서 면을 조달한다. 가게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다면 그것은 국물맛이나 주방장의 솜씨나 재료의 차이일 것이다.

이밖에도 일본에서는 사누키 우동, 고토 우동, 나가사키 짬뽕, 삿포로 라면, 하카타 라면 등 지역에 가면 유명한 면요리가 즐비하다. 그리고 장인의 숨결로 면을 뽑아내는 전통도 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만화, 영화, 드라마와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무수하다. 한국에서도 그걸 보고 일본 면 요리를 찾아 여행가는 사람도 많다.

 나가사키의 또 다른 명물, 토루코라이스.  카레맛 볶음밥과 돈까스 그리고 나폴리탄 스파게키로 한 셋트를 이루는 토루코 라이스. 일본에서는 터키를 '토루코'라 표기하는데, 왜 '터키 밥'인지 이름의 기원에 대해선 정확히 밝혀진 정설은 없다. 오사카, 고베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요리가 있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며 나가사키가 최근 가장 유명하다.
 나가사키의 또 다른 명물, 토루코라이스. 카레맛 볶음밥과 돈까스 그리고 나폴리탄 스파게키로 한 셋트를 이루는 토루코 라이스. 일본에서는 터키를 '토루코'라 표기하는데, 왜 '터키 밥'인지 이름의 기원에 대해선 정확히 밝혀진 정설은 없다. 오사카, 고베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요리가 있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며 나가사키가 최근 가장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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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스턴트 라면 시장에서는 맵고 빨간 면의 전통이 강하여 하얀 국물을 도입하는 것이 주저되어 왔다고 하는데, 올해 7월에 출시된 나가사끼 짬뽕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특히 지난 2년 현지에서 수제면으로 직접 먹어본 것을 한국의 큰 라면회사에서 직접 상품으로 내놓은 걸 보니 더더욱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 나가사키 짬뽕의 특징이자 생명은 굵은 면과 함께 종류별로 대단히 풍성한 야채와 해산물이다. 물론 돼지뼈와 닭껍질에서 흰 국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한국 면 시장에서는 흔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인스턴트 라면으로는 그 야채와 해산물을 먹을 수 없고, 자신이 스스로 그 재료들을 공수해서 직접 넣어야 한다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일 거다.

어쨌든, 나가사키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본 규슈 쪽 특히 후쿠오카, 오이타, 사가, 고토 등 곳곳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맛볼 수 있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나가사키 짬뽕을 파는 곳이 있다면 물론 맛볼 수 있다. 그래도 나가사키에 간다면 식사메뉴 중 한 끼쯤은 짬뽕을 드셔 보시라. 한국의 짬뽕을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엄청나게 맵고 짠 맛과는 전혀 다르다. 현지의 나가사키 짬뽕은 진하고 구수한 국물이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참고로, 나가사키는 생선 요리가 맛있고, 짬뽕과 토루코라이스, 카스테라 등이 유명하다.


#나가사키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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