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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첫 번째 선정 도서

우리 독서모임에서 이 책 읽어보면 어떨까요?

얼마 전 만든 우리 학교 독서모임 회원인 선생님 한 분이 이렇게 말하며 내게 책 한 권을 추천했다. 제목은 <리딩으로 리드하라>였다. 솔직히 제목만 본 첫 느낌은 그닥 끌리지 않는다 였다. 서점에 흔하게 널려있는 자기 개발서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제목도 차라리 <독서로 세상을 이끌어 보자> 로 할 것이지, 어쭙잖게 영어 단어를 짜깁기해서 리딩(reading)으로 세상을 리드(lead)하라 아닌가.

제가 학교 밖에서 윤리 교사 독서 모임도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고 방향을 잡은 다음에 독서모임을 운영해 간다고 하더라고요. 괜찮을 것 같아요.

추천해 주신 분의 성의가 있으니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책 소개를 읽어보았다. 그런데, 떨떠름했던 첫인상과 달리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윤리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고 앞으로의 독서 모임 운영 방향을 잡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독서모임 회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 이 책을 단체 구입했다. 서문을 읽어 보았다. 열한 쪽 분량의 짧은 서문을 읽은 후 나는 폭풍같은 격정에 사로잡혔다. 아! 고전을 읽어야겠구나! 너무나 읽고 싶다!

천재에게 개인지도 받기

<리딩으로 리드하라> 책 표지
 <리딩으로 리드하라> 책 표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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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저자는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존 스튜어트 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둔재였던 아인슈타인, 그저 그런 흔한 그림쟁이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주 평범한 아이였던 존 스튜어트 밀. 이들은 오랫동안 인문고전을 읽었고, 그래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겼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었다. 사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서문에 다 있다.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그것도 수천 년간 생명력을 유지해 온 고전을 읽으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야 그르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수천 년간 들어온 공자님 말씀이고, 예수님 말씀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지극히 옳고 지당하신 말씀을 가슴에 콕 박히게, 나도 고전을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도록 하고 있다.

서문 끝 부분에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가장 인상깊게 가슴 속에 남은 부분이다.

식물에 물을 주고 나중에 보면 물의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식물은 자란다. 인문고전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중략)...

생각해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매일 두 시간 이상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들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분명 이 시대의 천재들이다. 그러나 불멸의 인문고전을 남긴 진정한 천재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기껏해야 머리가 조금 좋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두 시간 이상 위대한 인문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인문 고전은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진정한 천재들이 자신의 모든 정수를 담아놓은 책이다.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 동서고금의 천재들에게 개인 과외를 받는 것이라니, 그래서 그 개인 과외를 10년 이상 받으면 평범한 나도 천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니, 고전을 읽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서문으로 독자들을 홀린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서 그 구체적인 증거를 하나하나 나열한다. 그 중 신선했던 부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승리한 이들, 자수성가하여 엄청난 부를 이룩한 이들이 모두 인문고전 독서광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이었다.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세상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기에 투자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돈도 많이 벌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철학적 성찰과 경제적 성공은 전혀 관련이 없을 것만 같은데, 저자는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매우 설득력 있는 증거들을 제시하며 주장했다.

이런 역사상 실례들을 들어가며 독자를 안내하던 저자는 후반부에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을 소개하고, 부록으로 인문고전 독서가이드로서 단계별 추천도서를 싣고 있다. 저자 본인은 특별한 순서 없이 고전을 읽었다고 하지만, 독자용으로는 본인의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단계별 추천도서를 선정한 듯하다.

우리나라 교육에도 인문고전 읽기 바람이 불까?

책을 다 읽은 후 10여 년 전 어느 날 구정가 도서로 사다 놓고서 서가에서 재우기만 했던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을 펼쳐들었다. 독서 모임의 우리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논어>를 다음 책으로 추천했다. <논어> 읽기에 성공한다면 다음 책은 플라톤의 <국가>나 유클리드의 <기하학>이 될 것이다.

저자도 인정하듯이, 이 책이 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위대한 인문고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전을 읽어야겠다는 뜨거운 열망을 불어넣어 준다는 면에서는 일독의 가치는 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라는 저자의 이력이 말해주듯 이 책은 쉽고 술술 읽힌다.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이 이해하기 쉽게 썼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고, 미친 듯이 인문고전을 읽었다는 저자의 말이 사실임을 책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다.

책을 읽으며 머지않아 우리나라 교육의 트렌드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이 문제가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가 동의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에 대한 요구가 높은 시점에 이 책이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본 이들 중 나만큼 흥분하고 격정에 휩싸인 이도 꽤 있는 듯하다. 21세기 우리나라 교육에도 인문고전 읽기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지성 지음, 문학동네(2010)


태그:#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 #인문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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