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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서울시장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살펴보겠습니다. 왜 그렇게 서울시장의 교육철학이 중요하냐고 혹자는 의아해할지도 모릅니다. 2011년 교육대란의 중심에 교육철학이 다른 교육감과 시장의 갈등과 대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장 후보들의 교육에 대한 가치관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동안 16개 광역시장과 시도지사 선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교육문제입니다. 후보들은 주로 입시 특목고유치, 교육특구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전임 서울시장만해도 은평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 유치 등 공약을 내세우며 집권했고 실행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지자체 장들은 마치 시장이 교육감인양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게 불과 2년 전입니다. 교육자치임에도 그동안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간에 역할분담이 애매하였습니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이러한 짬뽕 패러다임에 계속 얽매인다면, 차기 선거와 교육자치의 전망은 계속 어두울 것입니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원인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갈등, 보편복지와 선별복지의 갈등이라고 볼 때 교육자치를 일반자치로부터 명실공히 분리해내는 게 이번 선거의 주요한 의제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네거티브 선거의 덫에 걸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아쉬운 일입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무상급식의 진통을 넘어 시립대 반값등록금이 새로운 교육공약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 인식 수준이 급속하게 상승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즐겁고 다행한 일입니다.

나경원의 맹모 안심프로젝트 성과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시민들에게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시민들에게 10.26 서울시장 선거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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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급식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재원이 부족한 낡은 학교시설에 3년동안 교육비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교육인프라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나 후보가 시장후보가 되자마자 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이 바로 한국 교총입니다.

교육에 대한 보수적 관심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행보였습니다. 연이어 그녀는 두 아이 엄마답게 '맹모 안심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시설과 안전문제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나 후보는 24시간 안심보육을 주장하며 육아정책에 공공성을 추구, 안심통학버스, 1인 2기 체육과 음악동아리 활동 지원, 평생교육에도 관심을 쏟아 직업훈련학교수강료 전액 무료, 대학생 주거지원 확대 등을 내세웠습니다.

엄마표 후보로서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학교노후시설을 고치고, 학교시설편차를 개선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교육토건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것입니다. 오세훈의 르네상스식 서울시 토건사업의 교육편 후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시 교육위원인 저의 입장에서 전임 오세훈 시장의 교육 관련 정책들은 지원은 했지만 평가는 불가능했고, 성과는 불투명했습니다.

나 후보 공약에는 전임시장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성이 묻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다 아시다시피 교육환경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은 대단합니다. 급식에 돈쓰느라 시설보수에 등한시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실망스럽게도 학습에 필요한 시설보다 외형적인 변화에만 관심이 큽니다. 목공실, 가사실 등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는 공사보다 학교정문 담벼락, 학교정문고치기 등 전시성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환경개선사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낙후시설에 대한 우선순위를 학부모, 전문가, 교육청이 협의체를 만들어 살펴보고 사업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서울 곽노현 교육감 취임이후 생긴 변화입니다. 아마 나 후보의 교육인프라는 이 점을 놓치고 기존 선심성 사업방식을 강조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녀의 모든 아기자기한 교육정책들도 결국 전임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교육정책의 축소판이 되거나 표면적이고 외형적인 공약에 치중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서울의 방대한 교육은 한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문제처럼 아기자기 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맹모안심을 위한 환경을 만들려해도, 그 환경은 권력이나, 이익관계 속에 움직여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감시체계와 후속 장치들도 염두에 두고 서울시와 교육청과 시민이 함께하는 교육자치가 필요한 겁니다. 나 후보는 학교의 시설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원순, '듣는 귀'는 있으나 느린행보?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안국동 희망캠프에서 시민복지기준선을 발표하고 있다.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안국동 희망캠프에서 시민복지기준선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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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교육공약은 단순합니다. 박원순 후보는 아직 선거공보에 나온 내용 이외 다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반값등록금 등 사회이슈에 호응하는 것과 공교육 활성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박 후보는 전면 무상급식, 보육의 공공성 강조, 서울 시립대 반값등록금을 내세우면서 학자금지원조례, 혁신학교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박 후보가 서울교육문제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교육관련 세부 공약이 아직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아서 참고로 박 후보와 교육운동단체들이 교육정책협약식을 한 내용을 기초로 교육공약을 분석해 봅니다. 여기에는 교육에 관한 협의체구성을 비롯해 교육자치를 존중하는 것과 교육민관협의체 구성, 방과후 교실활성화와 예체능교육지원 등 '3+7 공약'이 담겨져 있습니다. 실현된다면 서울교육을 또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공약이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후보는 시민들에게 귀를 열어놓고 소통하고 경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청에서 한발나서서 교육에 대한 선진적인 철학과 가치를 갖고 서울교육청과 협력해 서울교육을 이끈다면 서울교육은 행복교육에 한 걸음 다가갈 것입니다. 그는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서 늘 인간을 연구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실현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 후보의 열린 귀를 우선 믿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약내용을 너무 늦게 발표하는 박 후보의 느린 걸음에 염려가 됩니다. 당선된다고 해도 세부적인 내용을 가다듬을 시간이 박 후보에게는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울시장선거 바로 다음날 인수위 없이 취임해야 해서, 이를 정리할 시간이 아예 없다고 봅니다. 11월 초에 2012년 예산안이 서울시의회에 제출 돼 그 간격이 짧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두 후보의 교육공약을 살펴보려 하니 며칠 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과학축전' 기억이 났습니다. 예술과 과학을 접목시킨 이번 행사는 서울시내 과학반 학생들이 과학을 주제로 참가자와 함께 실험을 하고 소개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기를 기원했지만, 한편으로 이벤트성 행사 말고도 일상에서 학생들이 과학실험이 ㅈ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학축전 행사는 서울시가 3억 원을 지원하고, 서울교육청이 1억 원을 지원한 행사라고 합니다. 이처럼 서울시는 교육정책에 많은 돈을 씁니다. 마침 행사가 개최된 곳은 여의도 물빛 광장으로 최근 서울 한강르네상스토목공사가 마무리된 장소입니다. 한강을 축소시켜 만들었다는 그 광장은 물빛무대를 중심으로 스텐드도 마련되어 있어서, 소공연을 하기 딱 좋아 보였지만 설상가상으로 물을 모아가둔 화강암 물길 바닥에는 물이끼가 벌써부터 끼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전임시장이 그토록 강조한 르네상스사업. 르네상스 정신은 위대합니다. 하지만 지난 시절 서울 르네상스는 정신이 빠진 허상만 있었습니다. 진정한 르네상스란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르네상스' 정신은 인간을 위한 교육이어야 하는데, 한강 르네상스는 오직 토건업자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이벤트성 과학축제 행사도 역시 정신적 가치를 배재한다면 결국 한강 르네상스와 같게 변하지 않을까 반성했습니다.

두 후보의 교육공약을 살펴보며 전임 서울시장의 토건사업을 떠올린 이유는 이번 두 후보의 교육공약이 하드웨어 대 소프트웨어의 대결이고 토건사업 대 사람에 대한 투자로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울 안의 교육의 양극화를 줄이고, 교육환경을 평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즉 교육의 외적인 르네상스가 아닌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교육철학이 필요합니다. 시설의 평준화가 아닌 내용의 평준화, 함께 밥 먹는 급식공부 인간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지금, 교육감 역할도 함께 해줄 수 있는 새로운 서울시장의 출현을 기다려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명신 서울시 교육위원입니다.



태그:#2011서울교육대란시리즈2, #나경원과 박원순 교육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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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ngo에서 일합니다 교육현안에대해 대중적 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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