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산과 들은 푸른색을 버리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옷들로 갈아 입는 가을이다.
날씨 또한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가을은 여행을 하기 정말 좋은 계절이기도하다.
다음카페 여행동호회 '70년 개띠들의 추억 만들기' 친구들과 10월 정기모임 겸 가을단풍여행을 충청북도의 속리산으로 다녀왔다. 회색빛 도시를 뒤로하고 단풍구경을 떠나는 차들로 붐비는 고속도로를 지나니 이윽고 한적한 가을 들판이 펼쳐진다. 1시간여를 달려 목적지인 속리산 언저리에 도착해보니 이미 이곳은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단풍여행 겸 해서 멀리 대구, 여수, 광양 그리고 서울과 경기도에 살고 있는 반갑고 그리운 친구들이 모처럼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속리산과 구병산을 사이에 두고 있는 구병리의 알프스산장(민박) 주변을 둘러보니 기암괴석과 노송들이 둘러싸고 있는 아늑하고 포근한 곳이다. 뒤로는 작은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있는데 물 위로 떠 가는 단풍잎들을 보니 이곳은 이미 가을이 깊숙이 숨어든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을 산촌의 해는 짧다.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친구들. 분주한 손놀림에 짧은 가을해가 소나무 언저리에 잠시 머문다.소나무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숯을 만들어 저녁식사 준비를 한다. 가져온 고기와 소시지를 소나무 장작에 굽고 숯불 속에는 간식거리인 감자와 고구마를 묻어서 굽는다. 그렇게 차려진 식탁 위에 친구들의 소박한 웃음까지 곁들이니 풍성한 식탁이 된다.
식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도란도란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못다 한 이야기들을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다. 술 한잔씩을 나누어 마시고 나니 어느새 친구들의 입에서 노래가 흘러 나온다. 별빛만이 가득한 고요한 가을 밤하늘에 친구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요일이라 절정에 이른 단풍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속리산은 분주하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전국 각지에서 가을단풍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모양이다.산길도 울긋불긋 사람들의 옷차림도 울긋불긋하다.
가을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전해져 오는 소나무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니 이곳이 신선들의 세계인지 사람들의 세계인지... 향긋한 소나무 향기를 따라 깊어가는 가을 법주사로 들어간다.
처음 법주사를 찾은 친구들은 절의 규모에 놀라고 많은 국보와 보물들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신 내뿜기에 바쁘다. 또한 법주사를 둘러싸고 있는 속리산의 단풍은 이곳이 과연 인간세계인지 천상의 세계인지 모를 정도다. 법주사를 둘러싸고 있는 속리산은 지금 붉은색과 노란색의 향연장이다. 그나마 소나무와 잣나무 그리고 전나무등의 침엽수림들이 뜨겁고 붉게 타오르는 단풍들을 붙잡아 식혀주고 있다.
조선시대 세조 임금의 가마(연)가 지나려하는데 소나무가 걸린다고하니 가마가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소나무가 가지를 들어주었다해서 정이품의 벼슬까지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았다는 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정이품송.
사진과 자료를 보고 기대를 했던 온전한 삼각뿔의 모습은 예전에 찍은 자료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었을 뿐. 폭설과 자연재해로 죽거나 잘려나간 정이품송을 보니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이품송을 뒤로하고 오래된 99칸의 전통한옥집을 찾아 떠나본다. 십여 분을 달리니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99칸의 선병국 가옥이 나온다. 고즈넉한 낙엽길을 걸어들어가니 기와를 얹은 담장이 보이고 탱자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닭벼슬처럼 생긴 맨드라미가 피어 있다.
탐스럽게 익은 감을 따는 집주인과 장독대를 둘러보는 안주인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을 볼 수 있었다.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청국장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조금 얻어서 맛을 보니 종가집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오래된 기와지붕에서만 볼 수 있다는 와송도 보이고 노송과 산수유나무가 구절초꽃과 산국과 어우러져 한옥집만의 고풍스러운 멋을 한껏 복돋운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를 뒤로하고 여행을 마감하며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잠시 이별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각자의 집으로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서 소중한 추억과 그 무언가를 또 하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