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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복잡합니다. 사진 하나 올리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요. 남의 나라 문물이라 적응을 못하는 걸까요? 트위터가 활성화 된 후 벌써 수차례 선거를 치렀는데도 여전합니다.

다짜고짜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공지한 '투표 인증샷에 대한 10문10답'을 보고 한 이야기입니다. 하지 말라는 것은 많으면서 그렇다고 '애정남'처럼 명확하게 정해주는 것도 아니니 이런 무념이 안나오겠어요?

투표소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질서를 해하는 행위이므로 불가"하다면서 "투표소 앞에서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도록 투표 인증샷을 찍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면 사진을 찍으라는 건가요, 말라는 건가요?

어쨌든, 이거 안 지키면 수백만 원 벌금에 '쇠고랑'까지 찰 수 있다고 하니까 일단 지키고 봐야겠죠. 아! '로자 파크스'처럼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의미로 이러한 지침을 '거부' 하실 분들이라도 이건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아래에 선관위의 '투표 인증샷에 대한 10문 10답'을 조금 보기 편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1. 선거일에 누구든지 투표 인증샷을 트위터 등에 게시 할 수 있나?
투표를 한 사람이 "여기는 ○○투표소입니다." "투표했습니다"  등의 투표인증샷을 단순하게 게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특정후보자에게 투표를 권유·유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처벌됩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 등으로 특정 후보자의 기호를 연상할 수 있는 표시를 하여 게시하는 것은 그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하는 행위로서 불가합니다. 그러니까 손가락 하나를 펼쳐 '1번'을 표현 한다던가, 열 손가락을 쫙 피고 '무한도전' 포즈로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다행이도 이번 선거에는 기호 2번이 없어서 'V' 포즈는 가능하겠군요.

2. 선거일(26일)에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하라고 권유할 수 있나?
이건 기본적으로 안 되는 겁니다. 누구든지 선거일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특정후보자에게 투표를 권유·유도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에 해당되므로 불가능합니다.
※ 선거일에 투표마감시각 전까지 선거운동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 - 공직선거법 제254조 1항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맴버 미료씨의 투표 인증샷. 미기입 전 투표용지지만 이를 촬영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맴버 미료씨의 투표 인증샷. 미기입 전 투표용지지만 이를 촬영해서는 안 된다.
ⓒ 미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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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투표지 인증샷 할 수 있나?

투표지를 촬영하면 공개여부를 불문하고 처벌됩니다.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도 촬영이 금지 됩니다. 하여간 투표 인증샷에서 투표용지는 나오면 안 됩니다.

4. 투표소 안에서 투표 인증샷 찍을 수 있는가?
투표소의 질서를 해하는 행위이므로 불가한데, 투표소 앞에서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도록 투표 인증샷을 찍는 것은 가능하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됩니다. 일단 그냥 찍고 누가 못 찍게 하거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투표에 방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니 그만 두도록 합시다.

5. 선거일에 단순한 투표참여 권유를 할 수 있나?
일반인이 특정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를 권유·유도하는 내용이 아닌 단순한 투표참여 권유 행위는 가능합니다. 다만, 투표참여를 권유·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유도하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정당·단체는 불가능이라고 하네요. 예를 들어 후보자나 정당·선거운동단체 및 그들의 대표자,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주요인사가 투표참여를 권유·유도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나경원, 박원순 후보도 투표 독려 하면 안 되고, 홍준표 대표나 손학규 대표 같은 사람도 하면 안 되고, 조국 교수나 김여진씨(박원순 후보 멘토)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어쨌든 자신이 이런 사람 아니라면 투표 독려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6. 선거일에 투표 인증샷과 함께 "누구를 찍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릴 수 있나?
그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유도하는 행위로서 불가합니다. 그러니까 선거일에 '나경원', '박원순' 같은 후보자의 이름은 트위터에 거의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7. 선거일에 특정후보자의 선거벽보가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 "투표 하세요"라는 등의 문구를 포함한 투표 인증샷을 게시하면 처벌받나?
특정 후보자의 선거벽보가 현출되는 경우에는 그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유도하는 행위로서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투표 인증샷은 웬만하면 다른 거 안 나오고 혼자 나온 사진으로 올리는 게 마음 편합니다.

8. 선거일에 후보자, 정당대표자, 선거캠프에 참여하는 주요인사 등과 함께 사진을 찍어 "투표하세요"라는 등의 문구를 포함한 투표 인증샷도 처벌받나?
특정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유도하는 행위로서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맘 편하게 '독사진'으로 올리라는 겁니다. 투표소에서 조국 교수 만나도 같이 사진 찍으면 안 돼요.

9.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에게 서적·CD제공, 음식값·상품할인공연무료입장 등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약속을 트위터에 올리면 처벌받나?
정당이나 후보자와 연계하여 하거나, 후보자 거주·출신지역 등 선거구민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 연령층이나 특정 집단·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투표한 대학생에게 책을 선물하겠다'라는 식은 안 된다는 거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물 릴레이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방송인 노홍철씨의 투표 인증샷. 이번 선관위의 10문10답에 따르면 큰 문제가 될 건 없어보이나, 선글라스에 올려진 초 6개가 기호 6번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피해야 할 숫자는 '1', '9', '10'이다. 투표일 의상에 이런 숫자가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길.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방송인 노홍철씨의 투표 인증샷. 이번 선관위의 10문10답에 따르면 큰 문제가 될 건 없어보이나, 선글라스에 올려진 초 6개가 기호 6번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피해야 할 숫자는 '1', '9', '10'이다. 투표일 의상에 이런 숫자가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길.
ⓒ 노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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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선거일에 특히 유의할 사항은?
앞에 다 한 이야기를 반복 했기에 분량 상 선관위의 마지막 답변은 생략합니다.

길고 길었던 선관위의 말을 요약하자면, 누구 지지하는 지 표 안나게, 투표에 방해 안 되는 지점에서 독사진으로 인증샷 찍으면 됩니다. 그리고 투표 이벤트는 꼭 전국민을 대상으로 할 것. 이것만 지키면 투표 인증샷 때문에 쇠고랑 찰 일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도 26일 선거일 당일 <엄지뉴스>를 통해 투표 인증샷을 받습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서 '#5505'로 보내시거나, 아이폰의 경우 <오마이뉴스>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보내실 수 있습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종의 이벤트가 있을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합니다.

한참 선관위 10문10답을 보며 한숨을 쉬는데 뉴스에 나온 선관위 직원께서 "선거 규제가 가장 잘 돼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거 같네요. 미국이 선거 때문에 트위터를 통제했다는 소리는 못 들어 봤으니까요. 이거 말고 다른 게 좀 '가장 잘 돼있는 나라'가 되면 어떨까요.


태그:#서울시장, #나경원, #박원순, #노홍철, #투표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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