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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나는 집근처 서점과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뒤적거렸다. 바로 원고를 보낼 만한 출판사를 찾기 위해서였다. 지금보다도 더 어리고 행동력 넘치던 시절, 24살에 나는 훌쩍 호주로 갔다. 영어를 위해서, 여행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간 호주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여행도 하면서 1년을 보낸 내가 돌아올 때 가방 안에는 그동안 찍은 17통의 필름과 7기가에 가까운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한국의 자리로 돌아와 처음 1년까지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앞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1년이 막 지났을 무렵,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나의 마음을 세게 두드렸다.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혼자 호주에서 내가 보냈던 시간과 작은 기적 같았던 일들을 하나씩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호주에 관한 책을 내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나의 미래 책 제목.
 나의 미래 책 제목.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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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호주로 향해 떠나지만 서점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정복', '호주, 이것만 알면 성공한다!'라는 식의 처세서, 정보 안내에 그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여행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요즘이라지만 호주에 관한, 그 중에서도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경험담을 말해주는 책은 아직 없다.

나는 호주에서 꽉채운 1년을 보내며 영어 학원도 다니고, 일도 하고, 여행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혼자 하는 살림에 지치기도 하고  온통 낯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를 걸으며 이 길 끝에 우리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생전 처음 다른 나라에서 살게 되었을 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처세가 아니다. 그런 정보는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다.

대신 나는 내가 호주에서 겪었던 시간들을 말해 주고 싶었다. 내가 경험했던 그 시간들. 그래서 앞으로 쓰게 될 나의 책 제목은 '나의 호주'다.

그리고 이 곳에는 내가 출판을 준비하면서 썼던 나의 원고와 사진들을 차례차례 하나씩 올려 나갈 생각이다. 물론 이미 몇 년 전 일이므로 부족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내용에 맞는 사진이 없어 애를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린다면, 다시 취재를 하러 호주에 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에는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좋은 미래도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라고 나는 믿는다).
1년간 머물렀던 브리즈번,시드니,멜번에서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적어 목차를 만들었다.
 1년간 머물렀던 브리즈번,시드니,멜번에서 있었던 일을 순서대로 적어 목차를 만들었다.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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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목차
 두 번째 목차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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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호주에서 있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원고를 썼다. 내가 머물렀던 브리즈번과 시드니, 멜번의 순서대로 목차도 만들었다. 한글에서 작업을 하고 책이 만들어졌을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용지도 가로 배열로 하고 각 내용에 맞는 사진들도 첨부했다. 이렇게 50여 페이지로 추린 원고를 각 출판사의 이메일로 보냈다. 수많은 여행 전문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긍정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한 번 전환해 보기로 했다. 책으로서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면 내가 정성껏 쓴 원고는 빛도 보지 못하고 내 노트북 폴더 한 켠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어느 곳이라도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내보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글을 올릴 곳은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다. 결국 나는 내 블로그와 오마이뉴스에 내가 그동안 썼던 호주 생활에 대한 원고를 올리기로 결심했다.

- 시작

호주 브리즈번의 하늘
 호주 브리즈번의 하늘
ⓒ 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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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시작'이 두렵다. 싫다. 무섭다. 내가 워낙 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나 자신도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런 것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매 순간 새로이 만날 사람들과 겪어야 될 상황들과 보내야 할 시간들을 생각하고서,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감수해야 될 미련과 함께 그 둘의 무게를 재는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후회하지 않기 위해 이 모든 것들을 해 왔다. 정말 무엇 하나도 쉬운 것이 없었다. 나는 그랬다.

그저 사람들이 '시작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아주었으면 했다. 어떤 것에 마음이 가서 그 일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한 걸음을 내딛었을 때, 누구에게나 셀 수도 없이 찾아와 익숙해져 버리는 그 순간이, 사실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음을 알아주었으면 했다.

내 시작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것 하나도 가볍지 않다고. 잘 되든 못 되든 나의 그 용기는 쓰다듬어져야 마땅한 것이라고.

- 들어가기

떠나온 곳에서의 일은, 생각하면 언제나 그리움으로 빛난다.
-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에 대하여' 

호주에 다녀 온 직후부터 그 후 1년까지, 나는 솔직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래, 이 정도면 영어 공부도 하고 현지에서 일도 해보고, 여행도 마음껏 했으니까 괜찮았어.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잊지 못할 경험들도 해 봤으니까'라고만 생각했을 뿐, 그 이상의 어떤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의식적으로 그 곳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미 나에게는 지금 여기가 현실이니까, 이곳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어서 빨리 내 미래를 위해 일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것은 한 순간의 일이었다. 1년이 지난 어느 날부터 그 기억들이 내게 한꺼번에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를 하던 시간, 말도 안 되는 영어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려 애쓰던 날들, 혼자라는 외로움에 멍하니 앉아 노래를 듣고, 장바구니를 달랑거리며 동네 주말 마켓에 가고. 비바람이 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던 일, 백팩커에서 만난 친구들, 스쳐갔던 사람들, 그리고 몇 마디의 말보다도 더 따듯하게 나를 위로해 주었던 내 친구의 눈동자. 그런 것들이 머릿속 가득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제야 나는 내가 이 모든 것을 그리워하게 될까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들에 어떤 미련을 가지게 되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였다. 호주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내세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잊지 못할 시간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은 아마도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호주에서 살아남기, 비자 발급 방법, 영어 공부하기 등등 호주라는 나라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그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 없는 나라에서 혼자 밥 먹고 사는 일이란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껴보는 독립과 매일 같이 찍었던 사진에 대한 것이다. 물론 누구나 다 같은 경험을 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호주라는 나라에 치를 떨 만큼 나쁜 기억을 가지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마저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만약 이 책을 보는 당신도 이 나라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면, 조용히, 천천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남의 나라에 가서 1년 이란 시간을 살다 오는 것은 당신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남겨 주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

이것은 나의 호주다. 내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기뻐서 어느 잠이 오지 않는 새벽, '그런 기억들이 내게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엄마'라는 문자를 보낼 만큼의 추억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들이 당신의 마음에 가닿아 '언젠가 이 나라에 한 번쯤 들러봐야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만 된다면, 나는 참 기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재할 예정입니다(요일은 아직 미정입니다). 위의 목차 순서대로 연재할 예정이지만, 바뀔 수도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Ready' 부분이 연재됩니다.



태그:#호주, #워킹홀리데이, #청춘, #출판, #호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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