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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27일 새벽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선대위원장단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27일 새벽 안국동 선거캠프에서 선대위원장단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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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되는 선거였다. 이제 한국 정치는 박원순 이전과 박원순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가 목전에 왔다."

하승창 박원순 캠프 시민참여본부장의 말이다. 그는 불과 한달전만해도 지지율 5%였던 '시민' 박원순이 향후 한국정치를 크게 요동치게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안철수-박원순 복식조'의 힘이기도 하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정치와 한국 정치의 격변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6일 오후 8시 최종 마감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은 48.6%다. 총유권자 837만4067명 중 460만36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무엇이 시민을 투표장으로 나가게 했을까. 왜 젊은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닥치고 투표!'를 외쳤을까. 정당정치는 비정치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어떻게 평가할까.

[분석 1] 시민정치 본격화... 네거티브 뚫고 끝내 살아오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5가지 틀로 이번 선거결과를 분석했다. 첫째, 시민정치의 본격화. 둘째, 세대전쟁. 셋째, 안철수와 박근혜의 물밑경쟁. 넷째, 한나라당과 MB심판론. 다섯째, 네거티브 선거의 폐단 등이다.

김 교수는 이중 시민정치의 등장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무소속 시민후보 박원순의 당선으로 기존 정당정치는 더욱 위축되게, 그것은 한나라당·민주당·진보정당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민은 새로운 인물과 리더십, 비전과 역동성, 그리고 새로운 소통방식을 원했는데 기존 정당은 전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안철수-박원순이라는 인물을 통해 시민정치의 등장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지난 9월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 임박'이 알려진 직후 폭풍처럼 휘몰아친 '안철수 돌풍'은 박원순 바람과 함께 거대한 시민의 대오를 만들었다"며 "이런 시민의 힘은 결국 무자비한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를 뚫고 끝내 살아 시민들 곁에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 교수는 "안철수-박원순 복식조가 새로운 시민정치의 포문을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성 정치인이 아닌 방송인 김제동, 영화배우 김여진, 언론인 김어준 등과 같은 소셜테이너들의 사회적 역할이 숨어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SNS를 통해 끊임없이 사회적 메시지를 던졌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등 한국 정치를 요동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분석 2] 지역주의 넘어 세대와 계급 전쟁으로

김 교수는 이번 선거결과에서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으로 '세대전쟁'을 꼽았다. 이번 선거에서 '세대투표' '계급투표'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그는 "서울을 강남권과 강북권으로 나눌 때, 강남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박원순 후보의 지지가 앞섰다"며 "40대 이하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50대 이상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각각 앞섰다는 점을 보면 세대가 표심을 가르는 주요 변수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26일 오후 한때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10%p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때, 트위터 등 SNS에서 투표참여 운동이 극렬하게 벌어졌던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분석3] 안철수 대 박근혜, 승자는? 

24일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며 안국동 캠프를 방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후보와 손잡고 있다.
 24일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며 안국동 캠프를 방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 후보와 손잡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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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대결이라는 의미도 있다. 김 교수는 이것을 '이중구도'로 해석했다. 서울에서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과연 표심을 흔들지 관심이 컸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는 패했다.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에게 큰 상처가 남은 셈이다.

김 교수는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크게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선거였다"며 "이 자체로 박 전 대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그는 "야권에서는 안철수 교수가 대선후보로서의 위상이 상당히 공고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부터 줄곧 이어진 '한나라당·MB정부 심판' 민심이 작용했다. 김 교수는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를 보는 '전망투표' 성격이 강한 선거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 후보가 한나라당에게 '융단폭격'을 받았지만 선거판을 뒤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며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는 잘못된 선거전략임이 판명났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박원순캠프 대변인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몇 퍼센트 포인트 차이로 이기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선거였다"며 "야권이 합치면 얼마 만큼의 차이로 이길 수 있는지 실제로 보여준 선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 대변인은 "야권이 합치면 1%p차로 이기는 게 아니라 7~8%p차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앞으로 야권은 통합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 대변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팀워크를 구축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시민사회는 선거와 정치를 배웠고, 정치는 시민사회와의 소통창구가 다양해지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 통합을 얘기하다보면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게 돼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것인가를 논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분석 4] 새로운 정치참여 이끈 '소셜캠페인'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박 후보는 향후 한국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민영 박원순 캠프 메시지팀장은 "돈과 조직에 의존한 선거문화를 소셜캠페인으로 치러낸 첫 번째 선거로 기록될 것"이라며 "▲ 수평적 네트워크 ▲ 자발적 참여 ▲ 진심의 협력 ▲ 쌍방향 소통 ▲ 네트워크 지성 등이 함께 한 '사람을 향한 공감과 동행'의 선거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유 팀장은 "결국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슬로건이 박원순 캠프를 만들었다"며 "큰 틀에서 이번 선거는 시민이 파도가 되어 이끌어준 선거였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이 열린 만큼 향후 서울시민과 국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모인다.


태그:#박원순 서울시장, #박근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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