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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시장에서 인심 난다'고 했을 정도로 우리네 공동체 의식의 발로는 바로 전통시장(재래시장)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의 대형마트가 시장잠식을 시작하면서 전통시장은 그 명맥까지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재래시장육성특별법을 제정, 전국상인연합회 등과 함께 시장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장경영진흥원이 고심 끝에 진행하고 있는 '시장투어 30선' 일정에 직접 참가, 현장을 둘러보며 느낀 감정을 3회에 걸쳐 실어볼 예정이다.(10월 26일 하루 일정으로 조치원시장·가경터미널시장·육거리시장을 탐방했으며, 인천 부평구청 경제지원과와 부평구상인회장단의 견학단에 동행했다) <기자 말>

누가 주인이고 누가 고객인고...멋드러진 시장 풍경이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고객인고...멋드러진 시장 풍경이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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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어데서 오셨대요(웃음)."
"아, 네. 저희는 인천에서 왔어요."
"이리 와보쇼잉~. 와서 이 과자 한 번 잡숴봐. 겁나 맛있으니까 와서 그냥 드쇼."
"(머뭇거리다) 이거 먹어도 돼요?"
"아따, 그 양반 뭘 그렇게 의심 많소. 그냥 와서 허리 띠 풀고 맘 놓고 먹으랑께(웃음)."

아, 맛이 기가 막히다. 이것이 정녕 막 퍼준다는 시장 인심인가. 아님 시골 장터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인심인가. 물론 대형마트 시식코너에서도 (눈치보면서) 맘껏 먹게는 해주지만 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왠지 이웃집 아저씨가 술 한잔 걸치고 가끔 들러 전해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친근감과 정겨움이 묻어난다.

10월 26일 오후3시께 들른 청주 육거리 전통시장의 풍경이다. 견학차 방문했던 인천 부평시장 상인회장들은 저마다 "육거리가 육개장에서 나왔남" "육거리가 뭐여"하면서 어리둥절했지만 버스 안내자의 답변에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 "시장 앞이 육거리라서...(웃음)"

10월 26일 오후3시께 찾은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입구 풍경
 10월 26일 오후3시께 찾은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입구 풍경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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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방문객이 5~6만명이나 된다는 청주 최대의 시장 육거리 시장. 그곳엔 그야말로 상인과 소비자, 인근 주민, 그리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인산인해 그 자체였다. 평일 오후인데도 시장 초입부터 차와 사람이 뒤엉켜 발 디딜 틈이 보이질 않았다. 방문차 온 상인회장들은 간판 배경으로 사진을 찍자며 서둘러 자리에 앉았지만 결국 나온 사진엔 봉고 차 백미러가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며 훼방을 놓았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천변시장

재래식 김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모습
 재래식 김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모습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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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 거리에서는 다양한 액젓들이 선명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젓갈 거리에서는 다양한 액젓들이 선명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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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 빼곡하던 시장 통행로는 그래도 다닐만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쪽과 중앙에 점포를 배치해서 통행로 자체가 몹시 불편했는데 중앙 노점을 없애 왼쪽으로 겹을 쌓아 오른쪽 통행로를 보다 넓게 배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 안내를 맡았던 상인회장은 "지금이야 편하게 다녔지만 예전엔 너무 복잡하고 불편했지요. 지금의 통행로를 만들기 위해 싸우기도 엄청 싸웠어요. 바가지로 욕 먹어가면서 그래도 많이 나아질 거라도 설득하고 이해시켜가면서 지금의 상황이 된 거예요.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만드는 과정이죠"라며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지난 2009년 전국 최우수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육거리 시장은 조선 말기에 형성된 자연발생적 시장이다. 청주의 유일한 하천인 무심천변에 우시장과 국밥집,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었는데 이것이 육거리 시장의 최초가 됐다.

1950년 이후 다시 체계적으로 형성된 육거리종합시장은 현재 1200여 개의 점포와 노점이 조화롭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골목마다 떡집거리, 방앗간 거리, 정육점 거리, 철물 및 농자재거리, 건어물 거리, 젓갈 거리, 한과 거리 등 특화거리가 조성, 비슷한 종류의 물품들이 한데 모아져 있어 누구나 쉽게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시장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무심천변 대로와 대형 주차장이 이어져 있고, 쇼핑카트를 비치해 이용을 보다 편리하게 해놓았다. 주차장 한 쪽에는 대파를 직접 손질하며 도매하는 점포들이 즐비해 있으며, 건어물을 말리는 풍경 또한 시장의 묘미를 더해주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떡집 어머니는 홀로 앉아 단꿈에 푹 빠져버렸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떡집 어머니는 홀로 앉아 단꿈에 푹 빠져버렸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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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안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했다.
 재래시장 안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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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회장은 시장 한 바퀴를 돈 뒤에 "우리 시장은 아케이드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약40% 가량의 전기료가 절감되고 있다. 또 폐식용유를 이용한 비누제작,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 만들기, 폐건전지 수거함 설치, 자전거 보관대, 원산지 및 가격표지판 설치 등 녹색시장으로 발돋움을 해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며 상인회장은 "상설시장과 2일장, 7일장 등 소비자를 매료시킬만한 프로그램으로 고향의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또 지신밟기, 그림그리기 대회, 즉석경매, 최고단골선발대회, 상품의 무게ㆍ생산지ㆍ가격 맞추기 대회, 한복 패션쇼 등의 축제를 열어 '막 퍼주는 인심 후한' 시장으로의 이미지를 다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과 덤이 살아 숨 쉬는 시장

형형색색의 고운 장식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형형색색의 고운 장식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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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점상 할머니는 마지막 남은 떨이 홍시를 놓고 무얼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노점상 할머니는 마지막 남은 떨이 홍시를 놓고 무얼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까.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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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으로 전국 관광명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육거리 시장은 서민의 애환과 삶이 그대로 녹아든 말 그대로 '정과 덤이 살아 숨 쉬는 시장' 그 자체였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냄새가 가득한 시장 곳곳은 고향에 온 착각이 들 정도로 정겨운 풍경이었고, 하늘 길과 땅 길 그리고 사람 길이 하나로 이어진 듯 배려 깊은 통행로가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또한 육거리 꼬마족발, 순대, 왕만두, 찐빵, 호박죽, 꿀호떡, 부침개, 도토리묵, 옛날 어묵, 편육, 보리밥 등의 전통 음식이 지나가는 손님들의 입맛을 당기게 하고 있다.

주차장으로 가는 한 쪽에 건어물을 말리는 풍경이 이채롭다.
 주차장으로 가는 한 쪽에 건어물을 말리는 풍경이 이채롭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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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상인회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스스로 첨단 시대에 발맞춰가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카페에는 점포 및 상품 소개, 이용고객 불만사항, 친절베스트 점포, 시장앨범 등 풍성한 이야기 코너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자신을 상인이자 세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아이디 '청개구리'는 '상인들의 수다' 코너를 통해 육거리 시장 상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밝혀 감동을 주기도 했다.

"언제나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노력하는 상인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의 노력이 한 걸음씩 나아갈 때 우리 시장이 빛이 나고 더불어 따뜻하고 정감 있는 시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행복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답니다(중략).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일 큰 행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인 모두의 사랑이 소비자의 마음에 없어서는 안 될 재래시장의 마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참조] 참가단체. 부평구청 경제지원과 생활경제팀 심희순, 심순영 / 진흥종합시장상인회 / 십정종합시장상인회 / 부평종합시장상인회 / 갈산종합시장상인회 / 부일종합시장상인회 / 부평중앙지하상가상인회 / 부평역지하상가상인회 / 로터리지하상가상인회 / 부평의제21 경제와사회분과위원회



태그:#육거리종합시장, #시장경영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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