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이에요?"라고 누가 물으면, "다섯 살이요!"라며 씩씩하게 대답할 줄 아는 내 아이가 만 4살이 되는 날을 맞이하게 됐다.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애 엄마가 참…' 하며 혀를 차실 일이지만, 19개월 터울인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아이의 생일이 돌아올 때면 기쁜 마음보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앞선다. 그 이유인즉슨, 일찍부터 보육시설을 이용해오던 덕분에 집에서 간단히 차릴 생일 축하 상도 "원에서 축하해주시는 덕분에" 점점 준비해야 할 가지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육시설 생일상 준비, 부담이 간다첫째 아이가 첫 돌을 맞은 순간만 해도 삼신할머니께 기원한다는 그 심정 하나만으로 전통 돌상 차린답시고 밤새 수수팥떡과 오색송편, 백설기를 준비했건만, 두 돌이 지나면서는 슬슬 아이들의 생일이 두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같은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 가운데 생일을 맞은 친구의 엄마가 보내주신 답례품을 받아 들 때면 더욱 마음이 무겁다. 다가올 내 아이의 생일 답례품 걱정이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받아본 답례품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수제 쿠키부터 시작해 가끔은 커다란 빵조각도 들어있다. 대형 편의점에서만 볼 수 있는 외국 상표의 비타민 껌과 음료가 섞여 있기도 하다. 그걸 보며 '똑같이는 아니어도 비슷하게는 해야겠지!' 하는 생각에 이어 '나만 그런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어떤 엄마는 이러한 내 생각에 맞장구치듯 "친구들 다 하는 생일상 건너뛰면 아이가 의기소침해 할지 모른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결국 작년엔 또래 친구 부모님께 비슷하게는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큰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의 마지막 생일상 준비로 총 십여만 원을 들여 생일상을 차려냈다. 답례품으로 백설기 반 되를 맞추는 데 5만 원, 생일 케이크 중간 사이즈가 3만 원, 각종 음료 및 과자류에 2만 원을 투자했다. 빠듯한 생활비에 허리가 휘청하던 순간이었다. 결국 다음해 맞은 둘째 아이의 생일상 준비엔 작은 케이크 하나만 보내게 됐다.
보육시설 생일상 준비, 3만 원으로 해결 그리고 다시 맞은 큰 아이의 다섯 번째 생일, 이번엔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이다. 고민 고민 하다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우선 케이크는 제일 작은 사이즈로 2만 원 정도 투자하기로 하고, 답례품으로는 제철과일인 귤 하나와 요구르트 하나 그리고 떡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냉동실에 미리 요리에 필요할 때 쓰려고 빻아둔 멥쌀과 찹쌀이 있었으니 적당히 버무려 찌기만 하면 됐다.
생일 전날 내가 준비할 거라곤 마트에 가서 귤 5천 원어치와 요구르트 2천 원어치, 과자 1천 원어치, 포장 비닐 2천 원어치 그리고 추가로 상에 올릴 떡 2종류(4천 원)와 아이들이 나눠 먹을 두유 6개(3천 원), 일회용 접시(1천 원)만 사오면 됐다. 필요한 돈은 총 3만7천 원! 사실 떡집에서 1kg 쌀을 빻을 때 5천 원 정도가 들었으니 천 원은 더 들어간 셈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생일 케이크 중간 사이즈 값 정도라니! 정말 많이 줄이지 않았는가!
계획한 대로 옮겨놓고 보니 오히려 십만 원 투자했을 당시보다 더욱 알차 보인다. 직장 맘으로서 실력도 충분히 발휘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적은 금액으로 생일상을 치러내게 됐으니 금액에 대한 부담도 없어졌다. 품목을 더 줄인다면 3만 원 선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겠다.
이젠 앞으로 다가올 두 아이의 생일에 느껴서는 아니 될 '두려움'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두 아이의 탄생에 대한 기쁨을 진심으로 생일상에 담아낼 수 있을 듯하다. 더 는 생일상 준비에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 나처럼 보육시설을 이용하다 생일상 준비에 고민을 갖게 된 엄마라면, 이러한 생일상 준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담스런 마음에 작은 케이크 하나 보내는 것도 좋고, 여유가 있다면 10만 원 정도 투자해서 생일 답례품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보내는 것도 좋지만, 떡을 찌는 30분만 투자한다면 그보다 훨씬 부담 없고 정성어린 생일상을 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