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참으셨습니다. 드.디.어, 경찰이 <나는 꼼수다>를 수사한다고 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요거' 하나는 분명해지는 듯합니다. 그랬구나, '나꼼수'가 겁나는구나 … 그랬구나. 새로움에 대한 대중의 열광, 권력이 '너무너무'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대중은 왜 '나꼼수'에 열광하는가.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김어준의 '싸가지'나 정봉준의 '깔때기'가 '빅 재미'는 아닙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려고 '죽자고' 덤벼드는 모습, 숱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재미'입니다. 뉴스와 예능이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일종의 크로스오버입니다.
허나 그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중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이야기들입니다. 그렇게 안 느껴지는 건 '뉴스는 점잖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팩트만 전달하지 않고, 그 전후사정과 의미를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스토리텔링입니다.
먼저 신동일이 누구인가 알아보자, 팍팍!
크로스오버와 스토리텔링, 사실 '나꼼수'만의 도전은 아니었습니다. 장르와 무관하게 대중에게 꼭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선구자'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던, 지금도 고민하는 문제이지요. 그 중 한 사람으로, 오늘 소개할 사람은 신동일 작곡가(48·예술기획 톰방 대표)입니다. 누구냐고요?
영화 <꽃을 든 남자>의 작곡가, 아니 그보다는 피아노음반 <푸른 자전거>의 작곡가하면 떠오를지 모르겠습니다. CF나 드라마 삽입곡으로 유명세를 탔던 음반이니까요. <뉴욕타임스>가 2002년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한 <노란 우산>(류재수 그림, 신동일 작곡)도 유명합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음악 역시 신 작곡가 작품입니다.
어떤가요.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으십니까. '아직'이라면 '나꼼수'스러운 프로필 몇 가지 '추가' 들어갑니다. 이 분, 틈만 나면 우리 국악과 클래식 접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악 관현악'이나 '국악 축제' 등 '단골 손님'은 물론이요, 소리꾼 김용우, 해금연주가 강은일 등 음반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2008년에는 전국의 뱃노래를 실내악곡으로 창작하기도 했더군요.
관객이 점수를 매기는 '상식 밖의' 공연을 여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작곡의 꿈을 접은 일반인들과 죽이 맞아 '작곡마당'이란 모임도 만듭니다. 자신의 연애담을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는 '음악과 이야기 연애담'이란 공연, 아 참, 음악과 연극을 결합시킨 클래식 뮤직드라마 <프록스>도 빼놓을 수 없네요. 자, 이쯤이면, 어떤 인물인지 감이 '팍' 오실 겁니다.
오페라를 들고 대중 앞에 나오다, 그 이름도 <테이크 아웃>그런데 신동일 작곡가, 이번에는 '오페라'를 들고 대중 앞에 나왔습니다. 말 그대로, 그 이름도 <테이크 아웃>입니다. 오페라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딱딱하다, 점잖다, 뭐 이런 거잖아요. 그런데 소재부터 현대 도시 사회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는 코믹 창작 오페라라고 합니다.
기존 오페라와의 차이는 이뿐이 아닙니다. '레시타티브(서창)'가 없다고 합니다. 그, 있지 않습니까. 오페라 공연을 보며 재미 삼아 흉내냈던, '밥 먹었나요? ♪ 밥 먹었어요 ♬', 아리아 앞에 나오는 대사 멜로디 말입니다. 일반 청중에게 오페라에서 특히 괴로운 부분으로 지적됐던 부분이지요.
물론 뮤지컬처럼 대사를 '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오페라 처음부터 끝까지 '아리아'로 진행하는 셈입니다. 정말 새로운 오페라, 그래서 물음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 왜 이런 오페라를 만들었는가. 기존 오페라에 대한 문제 의식, 왜 대중과 유리돼 있는지, 신 작곡가의 의견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둘, 그렇다면 <테이크 아웃>에서 대중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신 작곡가는 나름 자신감을 피력했습니다. 앞서 9월에 시연회를 했는데, 관객들이 '빵빵 터졌다'나요? 물론 그 말의 진위 여부는 앞으로 <테이크 아웃>을 보실 관객의 몫일 겁니다. 자, 이제, 레시타티브는 끝났습니다. 신 작곡가의 22일자 아리아,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아니, 여기까지 레시타티브 "편식보다 혼식이 좋아"
- 프로필을 조사하면서 키워드가 몇 개 떠올랐다. 눈높이, 대중, 도전, 재미, 소통 등, 이중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소통에 대한 생각을 원래 많이 했다. 그냥, 포괄적으로 음악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악을, 장르로 구분해서 접근하거나 또는 받아들이는, 이런 것들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그 이유는?"큰 레코드 가게 가면 장르별 구분이 돼 있지 않나. 사람들이 찾기도 편하겠지만, 장사하는 사람들, 음반 장사하는 사람들 편의에 따라 나눠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업적 편의에 따라 장르 구분이 이뤄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실제 많다.
또 좋은 책을 두루 많이 읽어야 하듯이, 다양한 음악을 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물론 사람이 어떤 음악 양식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오랫동안, 친숙한 음악 양식을 기준으로 음악을 판단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특정 양식에 너무 매몰되면, 그 외 여러 좋은 것들을 보기 힘들게 되는 측면이 있다."
- 예전 '편식보다 혼식이 더 좋은 법'이라고 했었다. 그 말이 떠오른다."개인이 여러 음악을 폭넓게 들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다양한 취향들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되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
질문 하나, 왜 대중과 오페라는 멀어졌을까- 오늘 인터뷰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왜 이런 오페라를 기획했는지, 그럼 <테이크 아웃>은 기존 오페라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과연 재미있을까. 일단 기획 의도부터."뮤지컬이든 오페라든, 노래로 하는 음악극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할 기회도 없었지만, 불러주는 데도 없고(웃음), 불러준다고 해도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 별로 없더라. 대체로 오페라가 옛날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 않나. 현대물도 없진 않지만, 또 접근방법이 추상적이다. 그보다는 드라마가 더 살아 있고, 관객들이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 방금 말처럼, 오페라가 일반 대중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건 사실인 듯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일단 드라마 구조가 추상적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 경우도 비슷하다. 상징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이 많아 드라마 흐름이 쉽게, 딱, 파악되지 않는다. 뮤지컬의 경우는 그냥 '직선'으로 쫙 가지 않나. 그런데 오페라는 구구절절 설명이 많다든지, 드라마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걸 방해하는 요소가 많아 보인다."
- 옛날 이야기 등 드라마 소재에 따른 차이 때문일까."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현대적인 소재를 다뤄도 마찬가지더라. 음악적인 측면에서도, 무겁고 점잖다고 해야 하나? 최근 본 현대 오페라 작품들도 음악이 굉장히 딱딱하게 들린다. 관객에게 다가가기보다는, 클래식이란, 일종의 격조를 갖추려고 노력하는데서 비롯된 것 같다."
- 점잔을 뺀다?"대중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다. 20세기 이후 클래식 음악에서는 객관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의 감정을 음악에 담기보다는, 자신의 미학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측면이 너무 지나치게 양식화된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가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국내 성악 "큰 문제"
- 음악 잘 모른다. 그래도, 가끔 TV에서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걸 보면, 가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 않는 것 같다. 이런 부분도 오페라를 대중과 유리시킨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국내에서 특히 그런 문제가 있다. 자음을 정확히 발음하지 않고, 모음만 들리는 것처럼 노래하는 분들이 실제 꽤 많다."
- 그런 문제는 왜 일어난다고 보나."말의 어미를 정리한 우리말 역순 사전이란 책이 있다.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어 등 외국어 어미 통계도 함께 나와 있는데, 이탈리아어 99%가 모음으로 끝나더라. 공명된 발성을 하기 굉장히 좋은 언어구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음으로 끝나는 말이 많다. 언어적 특성에 따라 서양식 발성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 우리나라 말로 어떤 식으로 노래해야 할 것인지 연구가 잘 안 돼 있다. 사실 내가 대학 다닐 때부터 많이 있었던 이야기다. 이런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같다."
- 죄송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나는 가수다> 이야기도 하고 싶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나와 노래하는데도 자막이 들어가야 하는가, 개인적으로 문제 의식을 느끼는 부분이다. 자막 같은 거 나오지 않아도 가사들이 귀에 잘 들렸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러하다. 노래의 생명 중 하나가 가사 전달 아닌가. 이런 문제가 우리 성악계에도 존재한다고 봐야 하는가."큰 문제다. 이미 오랫동안 많은 분들이 지적한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뮤지컬이나 오페라에서는, 특정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 맞닥뜨려서 부르는 노래들이기 때문에, 가사 전달이 정확하지 않으면 드라마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 그런 면에서는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이 낫지 않을까. 최소 뮤지컬 정도 가사 전달이 오페라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데?"그렇다, 그렇게 볼 수 있다."
<테이크 아웃>, 뮤지컬과는 어떤 차이?
- 이제까지 말씀을 정리하면, 오페라 대부분 소재 자체가 현대적이지 않다, 드라마 전개도 추상적이다, 여기에 서양식 발성으로 인해 가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오페라가 대중과 괴리된 측면이 크다는 의견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 그럼 <테이크 아웃>은?"일단 드라마 템포나 흐름이 뮤지컬 형태로 진행된다. 20세기를 넘어서면서 사람들 호흡이 실제로 빨라졌고, 그런 시점에서 드라마 호흡을 동시대 관객들에게 맞춰 개발된 것이 뮤지컬이다. 뮤지컬 호흡으로 드라마를 진행했다."
- 뮤지컬 호흡? 기존 오페라 경우는?"그러니까 오페라를 보면, 드라마가 계속 진행이 되지 않고, 딱 멈춰서 어떤 의지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 이야기로 설명하면, 주인공이 겪는 사건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심리 상태를 묘사한다든지 또는 상징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든지 한다는 것이다."
- 그러니까 빠른 호흡으로 드라마가 진행되지만,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것이 뮤지컬과의 차이라는 설명인 것 같다. 그럼 오페라와의 차이는?"레시타티브가 없다. 보통 오페라에서 등장인물의 심리나 정서를 아리아로 표현하고, 그 외 대사에 간단히 멜로디를 붙여 아리아 전후에 나오는 것이 레시타티브다. 관객 입장에서는 특히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부분인데, 레시타티브가 차지하는 부분이 오페라에서 상당히 많다. 그래서 <테이크 아웃>에서는 레시타티브를 쓰지 않는다."
- 음악적으로 뮤지컬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노래로만 드라마가 전달되기 때문에 더 정교하다고 볼 수 있다. 대화 중 뭔가 떠올랐다던가, 당황했다던가, 이런 감정의 변화가 있게 마련 아닌가. 이런 변화까지 박자를 흐트러뜨리거나, 한 호흡 뒤에 나온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음악 안에서 다 소화하려고 했다."
'신꼼수 오페라, 불쾌하지 않나요' 물었더니...- 아까 우리나라의 성악 발성 문제가 나왔었다. <테이크 아웃> 경우는 다른가."기본적인 초점을 대사 전달에 맞췄다. 가사는 물론, 운율, 악센트나, 그리고 대화 호흡까지도 최대한 살려주는 방식으로 곡을 썼다. 배우들도 최대한 발음을 분명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일부 대목에서는 진성으로 낸다든지, 오페라 발성을 포기한 경우도 꽤 있다. 앞서 9월에 시연회를 했다. 설문 조사도 했는데, 가사 전달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당시 관객 반응이 궁금하다."객석에서는 웃느라고 정신 없었다. 성악가들, 노래하는 배우들이 깜짝 놀라더라. 사람들이 웃으니까(웃음)."
- 오페라의 연성화란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오페라들이 딱딱하기 때문에, 연성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 한 거니까.(웃음)"
- <테이크 아웃> 소개 글에서 "오페라보다 꼼꼼한 드라마, 뮤지컬보다 정교한 음악"이란 표현을 봤다. 혹시 '나꼼수' 듣나."열심히 듣는다.(웃음)"
- '신꼼수 오페라가 떴다'란 가제를 생각하고 왔다. 혹 불쾌하지 않나."그렇게 하시라. 집사람이 특히 좋아할 것 같다.(웃음)"
코믹 오페라 <테이크 아웃>이 10월 28일부터 11월 5일까지(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5시, 매일 1회 공연) 광진구에 있는 나루아트센터에서 초연된다. 신동일 작곡, 이현수 대본·작사, 장수철 연출. 연주는 톰방쳄버오케스트라, 지휘는 역시 신동일 작곡가가 맡는다.
<테이크 아웃>은 현대 도시 사회의 일상을 배경으로 한 본격 로맨틱 코미디. 주최측(톰방)은 "오페라에 대해 심각하고 무겁고 어렵다는 일반적인 선입견을 깨뜨리는 작품"이라며 "경쾌하고 유쾌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대중 장르로서의 오페라를 복원시키고자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테이크 아웃>은 대사나 레시타티브 없이 진행된다. 주요 내용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안경점과 커피숍을 무대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 "로맨틱 코미디의 규칙을 따르면서 코미디 호흡을 극적으로, 또한 음악적으로 절묘하게 살려낸 즐거운 오페라"란 것이 주최측 설명이다.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했다. 공연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나루아트센터 홈페이지(
www.naruart.or.kr)를 참조하면 된다. 예매 문의는 톰방(02-584-903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