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비가 와서 오늘 경찰들 하고 산행하기로 한 건 다음으로 연기되는 걸로 생각하고 볼 일 보려고 나가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내용은 오늘 비가와도 행사 진행하니 전 회원들은 참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모여 보니 일곱 명 뿐이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누가 선뜻 나서겠습니까. 그래도 행사진행은 예정대로 했습니다. 의왕시 한 식당에 차를 세워놓고 백운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거의 주춤해서 우산은 아예 차에 두고 갔습니다. 한참 올라가 보니 비가 오는 날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웠고 공기 맑고 경관 끝내주고 기분 정말 짱이었습니다. 백운산은 내가 매일 다니는 칠보산보다 제법 높아 다른 날보다 약간 힘은 더 들었지만, 회원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인증샷도 날리고 운동도 제법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낮 12시 반쯤 내려와서 옻오리를 먹었는데 맛있었습니다. 이 고급스런 요리를 배가 통통하도록 먹으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사는 나라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밥 먹고 얼른 집에 와서 내일 주일 준비도 하고 심방도 해야겠는데 족구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촌사람, 아니 섬사람이라 어려서 축구는 해 봤지만 족구라는 운동이 있는 건 스무 살 이 훨씬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축구도 딱히 공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새끼를 둘둘 말아 차던지 아니면 돼지 불알에 바람 넣어서 차곤 했죠. 그러면서 어린 시절을 촌 동네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할 만한 여건도 아니어서 어물어물 청소년기까지 그렇게 다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그 다음부터는 운동이란 걸 해 볼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예 해보지도 않았으니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마 소질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질이 있었으면 늦게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배웠을 거라고 생각이 되어 집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족구는 진짜로 평생에 한 번도 해 본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 빠져나올 구멍이 없었습니다. 내가 못한다고 하니까 다른 회원들이 그냥 서 있으면 공이 알아서 오고, 오면 발로 차고 룰은 축구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어디 한 번 해 보자.' 그렇게 난생 처음, 족구란 걸 해봤습니다. 헛발질에 그리고 아웃에 도무지 공 따로 생각 따로 뭔 망신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족구를 처음 해본 날입니다. 우리 편은 아마 내가 성적 다 깎아 먹었을 겁니다.
그래도 재미로 한 거라 격려해 주고 응원해 주고 칭찬해 주고 그래서 재밌게 게임을 했습니다. 딴 데 가서야 망신스러워서 어디 하겠습니까만, 우리 경찰신우회원들은 이 부족한 사람을 잘 보필해 줘서 늘 행복합니다. 오늘 보니까 운동도 한 가지만 하는 것보다 이것저것 하는 게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족구를 하면 거기에 쓰여 지는 근육이 따로 있고, 등산을 하면 거기에 쓰여 지는 근육이 따로 있어서 운동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히 집에 와서 샤워하고 심방 한 군데 하고 저녁 얻어먹고 집에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경찰신우회원들은 참 사람들이 좋고 신앙심도 목사인 나보다 다 좋습니다. 우리 경찰서에서 기독신우회가 매사에 모범을 보이도록 지혜를 모으고 기도를 많이 하자는 좋은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비 온 뒤라 공기도 맑고 먼지도 안 나고 그다지 덥지도 않고 밥도 맛있었고 유익한 대화도 많이 나눴습니다. 그래서 좋은 날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불참했지만 아마 이 기쁨 모를 것입니다. 다음엔 모든 회원들이 다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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