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중고 책을 기부하면 공부방 아이들에게 새 책을 선물합니다. 오마이뉴스는 CJ도너스캠프,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함께 오는 11월 30일까지 '책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나의 애독서'는 이 캠페인 가운데 하나로, 명사들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재 기사입니다. 친필 사인을 담은 명사들의 추천 애독서는 책 나눔 캠페인에 참여했던 기부자 분들께 추첨을 통해 선물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시들과 시집 속에서 바다를 그리는 순진무구한 마음을 가질 때 우리도 바다처럼 더 많이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책 나눔 행사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일곱 번째 '나의 애독서' 인터뷰에 응한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가수 이광석은 '책 나눔 캠페인'에 참여하는 독자들에게 바다를 그리는 마음을 당부했다. 그는 이생진 시인의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애독서로 추천하고 직접 서명한 후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유명해진 민중가요 노래패 '우리나라'의 멤버인 그는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과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인상 깊었던 책으로 추천했다.
"<전태일 평전>, 전태일의 시대로 내가 옮겨진 느낌 줘"- 시위나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분들은 좀 생소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자기소개를 하나요?"우선 제가 속해 있는 '우리나라'는 만 13년차 민중가요 노래패입니다. 초등학생들더러 우리나라를 그리라고 하면 알아서 남과 북을 함께 그리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통일된 우리나라를 꿈꾸면서 밴드 이름을 '우리나라'라고 지었습니다. 2003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촛불이 처음 거리로 나왔을 때부터 꾸준히 거리에서 노래를 해왔고, 2008년 촛불 때 '다시 광화문에서'가 거리에서 많이 불려지면서 조금씩 저희를 아시는 분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 어떤 계기로 민중가요 노래패에 들어가게 됐나요?"'우리나라' 멤버들은 다들 대학교에서 각자 노래패를 했던 사람들이에요. 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노래패를 해보자는 취지로 팀을 꾸리게 된 거죠. 저는 원래 목사를 꿈꿨고 목회를 하고 싶어서 대학을 왔는데 대학에 입학하던 1991년도에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보게 됐어요. 그 해에만 12명의 대학생들이 분신 등의 방법으로 사회에 목소리를 던지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걸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가 군에 다녀온 이후에는 '목회자로서 꿈꿨던 것들을 내가 사회 속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하게 됐어요. 모르던 세상을 알게 되면서 인생이 바뀐거죠."
- 아무래도 인생의 전환기인 대학 초반에 읽으신 책들을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들을 추천한다면?"저는 책에는 그다지 많은 영향을 받지는 않았어요. 그냥 그 시대에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저에게 너무나 많은 것들을 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황석영씨가 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읽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광주 민주화항쟁을 담은 책인데 그 시기는 광주 민주화항쟁이 일어난 지 10년 밖에 안 지났던 때였고 자료가 부족해서 대다수 대학생들이 참혹한 현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거든요. <전태일 평전>도 굉장히 인상깊게 본 책입니다. 그 시대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아주 세부적인 부분까지 볼 수가 있지요. 마치 전태일이 살았던 시대로 내가 옮겨져 있는 느낌을 주는 책이지요."
- 기증하는 책 역시 사회를 다룬 책인가요? 기증하는 책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아니요. 제가 기증할 책은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시집입니다. 제 고향이 '삼천포로 빠진다'고 할 때 그 삼천포거든요. 경남 진주 밑에 있는 곳인데 지금은 사천시와 통합되어서 삼천포 항으로만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바다와 함께 자라고 생활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친구들과 등대에서 노래 부르며 놀았거든요. 그런데 대학 와서 이 책을 읽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바다에 살았던 사람보다 더 바다사람 같은 시어로서 성산포와 제주를 표현한 시집입니다. 바다에 직접 와 있는, 바닷물에 발목을 담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요. 그 뒤로 애인이나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이 시집을 권해주게 됐고 시집 속 시들에 제가 곡을 붙여서 '고독' 등 제 노래도 9곡 만들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읽어보고 싶은, 바다와 닮아있는 아름다운 시집입니다."
- 마지막으로 '책 나눔 캠페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아름다운 재단' 같은 곳을 통해서 옷이나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을 나눈 적은 있지만 책 나눔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가 기부하는 시집이 공부방 아이들에게 큰 꿈을 꿀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뿌리가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서로 책을 주고받기도 하고 나눠보기도 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런게 많이 없어져서 아쉽습니다. 시들과 시집 속에서 바다를 그리는 순진무구한 마음을 가질 때 우리도 바다처럼 더 많이 나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책 나눔 행사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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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지음 | 우리글 | 2008 이생진 시인은 바다와 섬을 소재로 인간의 고독에 대한 시를 써온 것으로 잘 알려진 섬 시인이다. 시집 <먼 섬에 가고싶다>로 윤동주 문학상을, <혼자사는 어머니>로 상화 시인상을 받았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제주와 제주 바다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전남사회운동협의회, 황석영 지음 | 풀빛 | 19855·18 광주 민주화항쟁에 대해 처음으로 다룬 책. 전남사회운동협의회에서 항쟁 참가자와 목격자들을 통해 조사한 사실을 소설가 황석영이 엮었다. 초판 인쇄당시 제본 과정에서 정부 당국에 발각돼 전량 압수당했으나 야간을 틈타 인쇄소에서 소량씩 찍어내어 수작업으로 제본하는 방식으로 5천부를 만들어 대학가 서점에서 은밀히 판매해야 했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전태일 평전> 조영래 지음 | 전태일 기념사업회 | 2009열서넛 된 평화시장 여공들이 착취당하는 모습에 마음아파하다 그들을 위해 1970년 11월 13일에 평화시장 앞길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스물 두 살에 분신한 청년 노동자 전태일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 <전태일 평전>은 1983년에 초판이 출간되었으며 이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태일의 삶이 전달될 수 있도록 형식과 내용을 수정하여 개정판이 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