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중고 책을 기부하면 공부방 아이들에게 새 책을 선물합니다. 오마이뉴스는 CJ도너스캠프,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함께 오는 11월 30일까지 '책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나의 애독서'는 이 캠페인 가운데 하나로, 명사들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재 기사입니다. 친필 사인을 담은 명사들의 추천 애독서는 책 나눔 캠페인에 참여했던 기부자 분들께 추첨을 통해 선물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 김동환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자세가 몸에 익어 있으면 인생에서 별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경쟁이 치열하니까 누구나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실패의 경험을 가질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뭘 배우고 넘어가지 여기서 뭘 향상시킬수 있을까 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인생 전체를 성공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한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평소에 무슨 책을 읽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고자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만나기 전, 그녀에게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서 추천 도서를 골라 기부해달라고 부탁하자 예상대로 제 교수는 경제 도서들로 가득 찬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등장했다. 그러나 그녀가 '책 나눔 캠페인' 독자들에게 첫 번째로 추천한 책은 경제 도서가 아니었다.

제 교수는 일본의 저명한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자전적 고백을 담은 <학문의 즐거움>을 첫 번째로 추천하고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그녀는 인생의 전환기에서 이 책을 통해 적지 않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며 "헤이스케처럼 실패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지 고민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언제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학문의 즐거움> 이외에도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로버트 라이시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박현찬의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를 추천했다.

"한국 시민들, 경제 판단력 가져야 할 때"

- MBC가 고정 출연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사실상 검열하는 '고정출연제한 규정'을 사규로 확정하자, MBC 라디오 출연 거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하차한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하여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할 경우 MBC 시사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는데 저는 이 조항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서 MBC 출연을 않기로 했지요. 덕분에 생활에 여유가 생겼는데 나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매일 들어서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이나 써야 하는 칼럼의 소재들이 가장 뜨거운 최신 사회 현안들이다 보니 날카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를 해야만 하지요. 그래서 어떤 때는 '이건 좀 노예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니 왠지 어려운 경제 서적들이 떠오릅니다. 최근에는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우리가 처한 경제적인 상황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고, 이런 상황들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들입니다. 전공 수업과 라디오에서 제가 얘기하는 것도 그런 현실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에 관한 얘기들이고요. 그렇다보니 읽는 책도 거의 그런 쪽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소득분배에 관한 최신 저작들을 주로 읽고, 소설이나 역사 전기같이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학교 방학하면 읽어야지 하고 쌓아놓고 있지요."

- 경제 전문가의 관점에서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의 공유입니다. 지금 신자유주의가 막다른 길에 부딪혀 붕괴되고 있는 시점인데 이런 전환기일수록 사회 피라밋의 아랫부분에 있는 99%의 사람들에게 좀더 많은 경제지식이나 정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상위 1%는 가만히 있어도 굉장히 많은 고급정보들을 접할 수 있거든요. 99%의 사람들이 현실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정보들이 굉장히 접근이 어렵고 그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 하는데 많은 대중매체들이 광고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에 유리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치우쳐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방송,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 진보언론 모두 하는 말이 다른데 사람들이 냉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 정책이나 방향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판단력을 길러주는 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경제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최근 한국에서 복지에 대한 담론들이 많이 나오면서 여러 주장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복지에 돈을 펑펑 쓰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부자로부터 돈을 많이 걷으면 복지에 돈을 많이 써도 괜찮다'고 말하지요. 이때 민주주의 사회에서 99%가 판단을 잘못 내리면 정책의 실패와 서민의 고통을 낳게 됩니다. 이럴 때 기자들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경제 전문가들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분석을 내놓아야지요."

- 경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쉽게 경제공부를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겁니다. 그리고 쉬운 경제 서적부터 읽어나가면 됩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경제학 입문서입니다. 300여 년 동안의 경제 사상을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놓은 책이에요. 복잡한 도식이나 수식을 빼고 당대의 경제사상에 대해서 핵심을 잘 설명해준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경제에 대해 별로 개념이 없는, 중·고등학생 수준의 성인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토드 부크홀츠는 미국 공화당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제학자입니다. 다소 친 신자유주의 성향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의 성향이 별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이론적 워밍업을 하기에는 매우 적합합니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도 추천할 만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라이시는 미국 민주당인 클린턴 정부 하에서 노동부 장관을 한 사람이에요. 신자유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진보적인 학자지요. 그는 경제 위기가 왜 반복되는가에 대한 핵심적인 이유로 소득 불평등을 지목합니다. 정치가 보수화되고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금권정치가 강력해지면서 모든 정책이 자본을 가진 소수를 위해 펼쳐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더욱 심해졌다는 얘기지요.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구제금융, 부양책, 등을 써봐야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식의 정책이 지속되는 한 세계는 가망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부딪치고 있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우 쉽고 흥미롭게 쓰여 있으니 우리 사회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이외에 경제를 접할 때 좋은 도구 중 하나가 신문 기사인데, 우리나라 언론 중에는 경제 기사도 정파적으로 왜곡해서 다루는 신문들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집에서 구독한다고 해서 그 신문의 경제기사를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어떤 매체가 믿을 수 있는 매체인지 잘 선택해서 경제기사를 읽어야 경제에 대한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가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 서명하고 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가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 서명하고 있다. ⓒ 김동환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 <학문의 즐거움> 읽길"

- 오늘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할 책 역시 경제 서적인가요?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경제 서적도 좋겠지만 저는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지은 <학문의 즐거움>을 기부하려고 합니다. 이 사람은 일본에서 뒤늦게 성공한 유명한 수학자입니다. 유년학교 시험에도 떨어지고 나름대로 좌절도 여러 번 겪었던, 젊었을 때는 더없이 평범했던 사람이지만 우연히 자기가 정말 잘하는 것이 수학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공부를 거듭해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드상'까지 수상했지요.

'우리가 왜 공부를 해야 하지?', '우리가 왜 점수경쟁을 해야 하지?'라는 자문들을 자주 하는데 이 사람은 자기 인생을 통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의 답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인데요, 우리가 지금 배우는 공부가 나중에 하나도 소용이 없을 수 있지만 자기도 몰래 판단력과 사고력을 길러준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학교에서 몇 등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찾아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자기가 목표하는 최고지점까지 갈 수 가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지은 헤이스케는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자세가 몸에 익어 있으면 인생에서 별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책을 기자를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공부하러 들어가던, 개인적으로는 불안한 시기에 읽었는데 심정적으로 많은 위안을 얻었어요. 지금 우리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니까 누구나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실패의 경험을 가질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뭘 배우고 넘어가지 여기서 뭘 향상시킬 수 있을까 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인생 전체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레미 리프킨이 쓴 <노동의 종말>은 1994년 초판이 나오자마자 읽고 지금까지도 학생들에게 꾸준히 추천하는 책입니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기술발전과 세계화 때문에 노동자라는 사람들의 처지가 얼마나 어려워지고 있는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90% 이상은 모두 노동자지요. 일하는 사람들의 처지가 정치적인 변화에 따라서 얼마나 퇴보하고 위협당할 수 있으며 거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끝으로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는 논술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과 언론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어떻게 인용하고 어떤 방법으로 전달해야 글쓴이의 의도가 독자에게 설득력있게 전달되는지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론을 소설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 성실한 추천 감사합니다. 끝으로 '책 나눔 캠페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주세요.
"저는 이 캠페인이 가장 좋은 점이 자기가 읽던 책을 기부한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어떤 사람이 한 번 읽은 책은 그 사람에게는 검증이 된 책이잖아요. 출판시장이 커지면서 읽어야 하는 책과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점에서 단순히 금전적인 나눔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양서의 순환에도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 [클릭] '헌 책 줄게 새 책 다오!' 책 나눔 캠페인 바로가기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 김영사 | 2001
끈기 하나로 천재들과 경쟁하여 최고의 수학자가 된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자전적 기록. 저자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의 두뇌는 인간 특유의 폭넓은 사고의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는 힘, '지혜의 깊이'가 키워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로버트 라이시 지음 | 김영사 | 2011
진보적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시가 세계 경제에 대한 대전망과 9가지 위기 탈출 제안을 서술한 책. 미국 출간 직후부터 미국의 전반적인 사회 현상이 이 책에서 라이시가 서술한 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 김영사 | 2009
어려운 경제학에 대한 쉽지 않은 물음들을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풀어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멜서스의 인구론, 앨프리드 마셜의 수요공급 곡선, 로버트 루커스의 합리적 기대인론,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까지 경제학의 전체 흐름을 어렵지 않게 두루 설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동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 민음사 | 2005
세계가 노동자 없는 세계로 진행하고 있음을 지적한 제레미 리프킨의 저작. 이 판본은 1996년 발표된 초판의 개정판으로 초판 출간 이후 많은 변화가 진행된 노동에 미래에 관한 리프킨의 통찰이 담긴 서문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
연암 박지원식 글쓰기를 소재로 소설과 교양서적의 만남을 시도한 책이다. 연암의 글에 얽혀있는 비밀을 추적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는 형식의 소설로, 소설의 구성이나 서술에 있어서 철저히 연암식 글쓰기를 따라하고 있다.


#제정임#나의 애독서#책 나눔 캠페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