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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는 너무 무겁고 뮤지컬은 좀 가볍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세미-오페라는 어떠세요? 세미 오페라(Semi-Opera)의 장르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국내 창작 오페라 <테이크 아웃>이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11월 5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국내 최초의 창작 세미 오페라 <테이크 아웃>은  이현수가 대본과 작사를  담당하고 200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4년 KBS 국악대상 작곡 및 지휘지 부문 대상 수상, 2002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최우수 그림책인 CD-BOOK <노란 우산>의 작곡자인 신동일 교수가 작곡을 맡아 4년간 작업을 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는 '안경점'과 커피전문점인 '테이크 아웃'이고 주인공인 두 쌍의 남녀는 각각 주인과 여직원이다. 주인공 중 한명인 안경점의 진이는 어딘지 모르게 <쉘부르의 우산> 속 까뜨린느 드뇌브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시골에서 올라 온 처녀 역할 경이 역시 자판기 커피식의 손쉬운 사랑이 아닌 순전한 사랑의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주인인 라아태도 자신의 사랑을 밀어내기 위해 1년이나 여행을 하며 방황을 하지만 끝내 자신의 사랑을 밀어내지 못하고 진이의 곁을 맴도는 순수한 청년이다.

 

두 쌍의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야기인 오페라 <테이크 아웃>은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지만 유행가처럼 진부하지도 애상적이지도 않다.

 

안경점에 근무하는 진이는 주인인 안기영을 속으로만 사모하고 커피전문점을 경영하는 라아태는 진이를 몰래 사모하지만 고백할 용기가 없어 그저 스카우트 제안만을 거듭한다. 기영을 짝사랑하고 있는 진이는 두 배의 월급을 주겠다는 아태의 제안을 거절하고 안경점에 남는다.

 

어느 날  배운 것 없고 기술도 없어 복조리를 팔며 여기저기 다니던 경이가 안경점으로 복조리를 팔러 온다. 진이가 복조리를 사라는 말을 거절하자 자신은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다며 울음을 터트리는 경이에게 커피전문점을 소개해 준다. 경이는 아태의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게 되고 경이를 만난 기영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기영은 경이를 만나기 위해 매일 커피전문점에 들러 바닐라 라떼 두 잔을 테이크 아웃해 간다. 어느덧 경이도 기영에게 관심을 가지며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둘은 서로의 마음을 모른 채 마음만 졸이며 지낸다.

 

기영이 커피전문점 직원과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된 진이는 기영이 안경점을 비우지 못하도록 안경점을 그만둔다. 아태의 커피전문점에  찾아간 진이는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한다. 이미 경이를 채용한 아태는 망설이지만 사랑을 위해 경이를 해고하고 진이를 선택한다. 경이는 진이에게 기영에게 전해 달라며 쪽지를 남기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경이를 만나러 커피전문점에 들린 기영은 진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 진이에게서 쪽지를 받아 읽으며 경이의 마음을 알게 된 기영은 경이를 쫒아가 사랑을 고백한다. 아태도 진이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진이는 아태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연상시키지만  간결하고 담백한 가사와  음악은 의외로 전혀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기존 형식의 오페라나 뮤지컬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음악극을 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오페라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기성 오페라단의 위촉이 아닌 자발적 오페라 작업이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본 초고는 빨리 나왔는데 틈틈이 작곡을 하다 보니 속도가 붙지 않았고 작곡 속도가 붙을 즈음엔 대본 수정이 늦어져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기왕 독자적으로 시작한 작업이니 각자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업을 하자고 마음 먹었더니 4년이 지난 지금 무대에 올리게 됐다."

 

제작과 작곡 지휘를 맡은 신동일 교수가 털어 놓은 말이다. 신 교수는 "코믹 오페라 <테이크 아웃>은 제작 프로덕션 없이 온전히 예술가들 개인적인 노력으로 만들어 낸 독특하고 즐거운 오페라며 자본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해 고도로 훈련된 예술가들의 기술이 집약된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오페라 <테이크 아웃>은  기존 오페라의 장황하고 무거운 느낌을 줄이고 뮤지컬의 가벼움을 넘어서면서 고도로 절제되고 아름다운 연주를 바탕으로 성악가와 전문 안무가의 전문성이 만들어내는 감동과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오페라보다 꼼꼼한 드라마, 뮤지컬보다 정교한 음악 세미 오페라라는 작사자와 작곡가의 자부심에 손을 들어 주고 싶은 유쾌한 표정들이다. 젊은 예술인들의 열정과 새로운 실험 형식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하세요'라는 앵콜 송처럼 기분 좋은 오페라 <테이크 아웃>을 통해 아름다운 음악과 사랑과 행복을 가슴 속 가득 테이크 아웃해 오는 가을밤은 어떨는지.

 

작곡가 신동일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고과 및 New York University 대학원 졸업(작곡 전공)

2004 KBS 국악대산 작고 및 지휘 부문 수상

문화관광부 2003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2004 한국안데르센그림자상 특별상 수상

2002 뉴욕타임즈 선정 올해의 최우수그림책 CD-BOOK <노란우산> 작곡

 

주요작품: 피이노곡집<푸른자전거>, <즐거운 세상>

          영화음악 <꽃을 든 남자>, <이태원 살인사건>

          노래극 <이야기 할아버지의 이상한 집>, Classic Music Drama <FROGS>

          이야기콘서트 <시리동동 거미동동> Edu-Concert 페페의 꿈> 등 작곡 제작

          <안숙선과 떠나는 민요여행> 작곡 및 편곡 담당(국립극장 제작)

          현 작곡마당 및 톰방 대표, 한국민족음악인협회 이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및 전통예술원, 서울교육대학교 및 동대학원 출강

 

덧붙이는 글 | 코믹 오페라 테이크 아웃은 10월 28일(금)부터 11월 5일(토)까지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펼쳐집니다.


태그:#신동일 교수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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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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