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난 황금벌판에는 볏짚을 말아 놓은 하얀 덩어리가 유빙처럼 여기저기 서 있습니다. 오늘(10월 30일) 아침엔 안개가 끼어서인지 볏단은 꼭 거대한 빙산에서 둥둥 떠내려 오는 얼음덩어리처럼 보입니다. 안개에 덮인 산은 흰 빙산처럼 보이고, 산 밑에 여기저기 흩어져 서 있는 흰 볏단은 빙산에서 떨어져 내려온 얼음조각처럼 보입니다.
이 하얀덩어리 물체를 곤포사일리지라고 부릅니다. '곤포(梱包)'란 거적이나 새끼 따위로 짐을 꾸려 포장한 짐을, 사일리지(silage)는 사료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볏짚의 무게는 하나에 300~700kg 정도 된다고 합니다.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나면 볏짚이 남습니다. 볏짚은 대부분 한우의 되새김질 사료로 쓰이기 위해 롤로 감겨집니다. 더러는 양송이버섯의 배지 또는 인삼밭의 퇴비로 이용되어 결국 다시 퇴비로 농경에 환원이 됩니다.
트랙터로 짚초 작업을 하고 나면, 원형 베일러가 볏짚을 둥그렇게 말아 올립니다. 둥그렇게 말려진 볏단은 래핑기를 이용하여 한쪽으로 치워 놓거나 트럭에 실어 올립니다.
예전에는 낫으로 벼를 베어 볏단을 지게로 날라다 대부분 집에서 탈곡을 하였지요. 그리고 볏단을 쌓아 두었다가 작두로 썰어 소에게 먹이는 여물로 사용을 하였는데, 요즈음은 이 일을 모두 기계가 하고 있습니다.
곤포사일리지는 두 달정도 발효를 시킨 뒤 배합사료에 섞어 겨울철 소먹이로 사용됩니다. 사일리지는 단백질과 섬유질, 젖산균이 많아 소에게 먹이면 소의 육질향상과 소화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