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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학교 공연예술학과 폐과. 배제대학교 칠예과, 공연영상학부, 연극영화과 폐과, 동아대 무용과 폐과. 계명대 서예과 폐과. 루터대 공연예술학과 폐과. 순천향대 무용과, 영화과 폐과계획.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부터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들을 평가하면서 '폐과' 결정이 내려졌거나 내려질 예정인 예술계열대학들이다. 순수예술대학을 표방하는 추계예술대학교는 낮은 취업률로 인해 지난 9월 '부실대학'으로 선정되어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에 포함되었다. 여기서 '취업률'은 직장건강보험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

실용음악과 소속 전국 51개 대학 성명서 발표   

 3일 교육과학기술부 인근 라이브 카페 '광화문 나무'에서 장기호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가 교과부의 예술계열 대학 취업률 평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 인근 라이브 카페 '광화문 나무'에서 장기호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가 교과부의 예술계열 대학 취업률 평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 홍현진

3일 광화문에 위치한 교육과학기술부 인근의 한 라이브 카페. 장혜진, 장기호, 손무현, 박선주, 김세황 등의 뮤지션들이 공연이 아닌 기자회견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전국 대학 실용음악 교수 연합회(회장 이정선, 이하 전실연) 소속인 이들 뒤편으로는 '문화예술 경시하고 예술교육 핍박하는 교과부의 취업평가 백지화를 요구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취업률을 기준으로 예술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예술의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나는 가수다> 자문위원단장인 장기호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전실연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취업률 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장 교수는 "교과부는 분야별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한 대학졸업 1년차만을 취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용음악분야는 졸업생들이 예술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과부의 '취업'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교과부 기준의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전국 모든 예술학과 졸업생들이 전공을 포기하고 일반직장에 취업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교육 발전을 위한 교과부의 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장 교수는 "얼마 전 반발에 못 이긴 교과부는 국세청 DB에 근거하여 1인 창업자 및 프리랜서 또한 '취업'으로 인정하겠다고 제시했다"면서 "하지만 이 또한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실용음악분야를 포함한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며, 현실적으로 졸업 후 이제 막 시작한 다양한 프리랜서 활동이 국세청 DB를 통해 얼마나 실질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

장 교수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과부가 예술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할 예술활동의 가치와 동떨어진 '취업률'을 여전히 평가의 기준으로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는 중견예술가가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작품의 질에는 관심이 없고, 사회 초년병 예술인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에 따라 예술가로서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개탄했다.

이어 장 교수는 "교과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예술관련 졸업생의 취업률을 올릴 방법이 없는 대학들이 관련학과 폐지, 통폐합, 인원축소에 나서는 등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교과부의 계획대로 매년 부실대학을 터무니없는 '취업률' 기준에 맞추어 선정한다면 실용음악과를 포함한 예술관련 학과는 모두 부실한 학과로 낙인 찍혀 대학교육 현장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우리는 교과부가 실용음악을 포함한 예술계열 학문을 '취업률'이라는 옳지 못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하며, 예술관련 대학교육의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정책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한다"면서 "그런데도 교육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실용음악과뿐만 아니라 전국 예술계열 학과는 물론, 문화예술계 전체의 거센 비판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실용음악과를 포함한 예술계열학과의 취업률 평가 폐지 ▲전 예술인들과 예술학도들에 대한 교과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책임 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실용음악 관련학과가 있는 전국 58개 대학 가운데 51개 대학, 총 285명의 교수가 지지서명을 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연극학과교수협의회, 전국미술디자인계열대학장협의회, 전국예술계열대학생연합 등 16개 단체도 연대했다.

마도원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서명에 참여하지 못한 대학들은 학교의 만류와 제지에 가로막혀 참여하지 못한 경우, 지난해 부실대학에 들어 이런 저런 이유로 교과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장혜진 "제자에게 음악 포기하고 돈 벌라고 가르칠 수 없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 인근 라이브 카페 '광화문 나무'에서 장혜진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가 대중음악인을 대표해서 교과부의 예술계열 대학 취업률 평가에 대한 입장문을 읽고 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 인근 라이브 카페 '광화문 나무'에서 장혜진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가 대중음악인을 대표해서 교과부의 예술계열 대학 취업률 평가에 대한 입장문을 읽고 있다. ⓒ 홍현진

취업률 평가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에 대해 손무현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2년제 대학의 경우, 교육역량강화사업이라고 해서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이 있는데, 취업률 평가 잣대를 들이대기 전까지는 저희 학교가 매년 수혜를 받았다"면서 "그런데 취업률을 학교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서 상위권이었던 랭킹이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손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졸업생 60명 가운데 단 2명만이 취업을 했고, 모두 음악과 무관한 일반 직장에 들어갔다고 한다.

손 교수는 "실용음악과는 입시 때 마다 100대 1, 200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하는데 그 수많은 입시생들이 취업만 보고 저희 학과 선택할까요, 절대 아니다"라면서 "입시 때는 학교에서 VIP로 대접받는 실용음악과가 취업률 평가 때가 되면 학교에서 천덕꾸러기 학과로 낙인찍히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탈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교육도 대학서비스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만족도"라면서 "학생들에 의한 평가를 데이터화해서 학교를 평가하는 게 가장 합당한 평가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장혜진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준비해 온 원고를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취업률이라는 잣대는 예술가들이 겪어야 하는 지난한 성장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노래하는 것이 좋아서 지금까지 노래하고 있고 음악이 좋아서 뒤늦게 미국유학까지 다녀온 제가 어떻게 제자들에게 스스로 배워서 익히고 부딪치면서 깨달아야 하는 음악인의 길을 포기하고 1년 이내에 빨리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음악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때로는 멍하니 있는 듯이 보이고, 때로는 베짱이처럼 놀고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헛되어 보이는 시간들을 통해 응집된 감정의 덩어리들이 노래를 타고 흘러나와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음악도 기계화된 산업처럼 빨리빨리 돈이 될 수 잇게 자극적으로 되어간다면 몇 년 안에 음악은 아무런 감동 없는 기계음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습니다. 감동이 있는 음악이 푹 익어서 향기가 가득하도록, 자꾸만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음악인입니다."

기자회견 이후, 전실연은 교과부를 방문해 이날 발표한 성명서와 15개 대학 실용음악 관련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전달했다.

 3일 전국 대학 실용음악 교수 연합회가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교과부의 예술계열 대학 취업률 평가 폐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3일 전국 대학 실용음악 교수 연합회가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교과부의 예술계열 대학 취업률 평가 폐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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