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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통합 로드맵', 무탈하게 진행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다. 손 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은 3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진보진영 제 정당·정파 대표자 연석회의 → 민주진보통합정당 추진위원회 구성 → 민주진보통합정당 건설'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통합정당 건설 시한은 12월 말까지로 정했다.

 

논란이 됐던 '독자 전당대회냐, 통합 전당대회냐' 문제도 거칠게나마 합의점을 찾았다. 통합정당의 민주당 몫 지도부도 선출해야 하는 만큼, 해당 지도부 인사를 뽑는 민주당만의 전당대회도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장시간 토론을 진행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등 긴박한 국회 상황에서도 지도부들은 늦은 시간, 무릎을 맞대고 로드맵을 논의했다. 시민정치세력을 기반으로 한 '혁신과 통합'보다 먼저 '야권의 맏형' 민주당이 중심이 돼 통합 논의를 이끌겠다는 급박함이 엿보였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과 통합'보다 먼저 통합 로드맵을 제시했다. '혁신과 통합'은 오는 6일 '혁신 정당의 모델'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긴급히 진행하며 챙기지 못했던 당내 여론부터 다독여야 할 필요성이 기자회견 당일 대두됐다.

 

'통합 로드맵' 발표에 혼란 빠진 민주당... 지도부 사퇴 요구도 제기돼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해서 민주당·여러 시민사회단체·진보단체·노동단체를 전부 아우르는 진정한 민주진보진영의 통합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손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의 모두 발언 이후 보좌관들마저 내보낸 채 진행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오히려 지도부의 사퇴 요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10.26 재보궐선거 결과와 선거 과정에서 추락한 당의 위상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며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한미FTA 비준안 처리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의총을 연 것으로 안 의원들이 많았는데 지도부가 갑작스레 통합을 얘기해 당혹스런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권 도전 의사를 굳혔던 의원들은 따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이미 통합과 전당대회를 투트랙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전당대회를 통해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기자회견에 대한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김부겸 의원은 좀 더 직설적으로 "당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지도부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는 "10.26 선거패배의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있는 결단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지도부에 서글픔을 느낀다"며 "통합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열정을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예상가능한 정치일정과 자신들의 거취문제를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지도부의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를 비롯한 민주당의 혁신 프로그램은 어디에도 없었다"면서 "당이 문 닫을 때까지 자신들이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의 통합 로드맵을 지지하는 그룹도 있다. 원내·외 지역위원장 50여 명이 참석해 총회를 연 민주당 '진보개혁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가 민주진보진영의 대통합에 대한 방향과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대통합의 실현을 위해 당 지도부가 중심이 돼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즉, 사퇴 요구에 직면한 당 지도부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

 

다만, 이들은 "당 지도부는 향후, 전당대회 등을 포함한 구체적 일정을 조속히 확정하여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 지도부 체제 하에서 통합을 주도하되, 전당대회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 불필요한 당내 논란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셈이다.

 

'지분 협상' 우려하는 민주당... 주도권 다툼 정말 없을까

 

통합 국면에서 '지분 나누기'에 들어갈 것이란 우려도 돌출되고 있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개인 성명을 통해 "민주당 밖의 인사인 문재인 이사장이 통합협상이 논의되기도 전에 '다 버리라'며 통합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혁신과 통합' 공동상임대표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일 생활정치연구소 초청 강연에서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와 헌신을 주문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장 의원뿐만 아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혁신과 통합'이 통합정당의 지분 절반을 요구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지난 10월 간담회를 열어 "민주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일정을 포함해 민주당의 진로와 통합에 이르기까지의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원외 지역위원장이나 호남 의원 쪽에서 지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부·당직·공천 등을 당의 지분으로 볼 수 있는데 현재 통합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는 지분은 지도부나 당직 정도"라며 "원외 지역위원장 등이 우려하는 공천 문제는 통합정당이 건설된 뒤에나 다룰 수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김기식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혁통은 민주당과 주도권 다툼에 신경쓸 일도 없다"며 지분 및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 자체를 부인했다.

 

김 대표는 "누가 누구를 압박해서 하는 통합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혁통은 11월 말 추진기구 구성 및 연내 통합정당 건설을 일관되게 주장한 만큼 민주당이 최고위원회 차원에서 연내 통합정당 건설 입장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식 '통합'에 시큰둥한 진보정당... "힘 있는 통합진보정당부터 건설"

 

진보정당이 통합 논의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내홍 끝에 독자노선을 선언했던 진보신당은 물론, '비(非)민주연합'을 기초로 한 통합진보정당을 추진 중인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이날 손 대표의 '통합 로드맵'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이날 손 대표의 제안에 대해 "민주당 중심의 무리하고 일방적인 통합제안에 응하기 힘들다"며 "지금은 힘 있는 진보정당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또 "힘 있는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반MB·반한나라당 야권연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갈 것"이라며 진보통합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모처럼 구체적인 제안을 해왔지만 우리 당은 현재 진보통합을 추진 중"이라며 "그 연장선상에서 민주당의 제안에 대해 당의 입장을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혁신과 통합이 오는 6일 통합정당에 대한 안을 낸다고 한 만큼 그를 검토하고 당내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을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즉각 대응하기보단 당내 의견을 모아 다음주 초쯤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당 대 당 통합' 부결로 한동안 주춤했던 진보통합 논의도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보신당을 탈당한 노회찬·심상정·조승수 등 '통합파'가 주축이 된 '새진보통합연대'는 이날 오후 전국 대표자 회의를 열고 12월 10일까지 통합진보정당 창당을 결의하고 창당준비위원회로 전환해 진보통합 논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국민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일단락됐다. 새진보통합연대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총 등 진보대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을 포괄한 통합진보정당 건설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보통합 논의에서 핵심 논쟁 사안이 이 같이 정리되면서 민주당의 통합 로드맵에 맞선 진보통합 논의도 발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양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세력들의 참여를 상대방보다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정당 건설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날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까지 '원샷'으로 12월 초까지 통합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야 내년 총선 공천이 가능하다"며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11월 13일에는 통합진보정당 건설 로드맵이 발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태그:#야권통합, #손학규, #혁신과 통합, #진보통합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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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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