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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3월부터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는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형 혁신학교 이야기입니다.... 기자말

혁신학교에 대해서 학부모들이 하는 말 가운데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하나요?", "혁신학교는 시험은 안 보나요?", "혁신학교에서는 경쟁을 안 한다는데, 경쟁을 해야 발전이 있지 않나요?"  다음으로 많이 하는 말이 "혁신학교 아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요"입니다.

"혁신학교 아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요"

이 말은 혁신학교 이전에 대안학교 아이들을 보고 어른들이 많이 하던 말이기도 합니다. 왜 어른들은 대안학교나 혁신학교 아이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렇게 생각하게 된 첫 번째 까닭은, 교사들이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혁신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이 하는 말을 충분히 귀담아 듣습니다. 또는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댄스동아리에서 아이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 아이들의 의견을 듣는 회의 모습 댄스동아리에서 아이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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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말이 없던 아이들도 점점 말을 하게 되고, 혁신학교의 또다른 오해 또는 괴담인 '혁신학교는 시끄럽다'는 말이 나오게 된 원인이기도 합니다.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 교실에서 보면 말을 하지 않고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말합니다. 그러니 교실이 시끌시끌할 수밖에요.

시끄럽고 힘들지만, 혁신학교는 아이들의 입을 막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게 합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이 어른들이 보기에는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할 테지요.

어른들은 어른들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아이를 '버르장머리가 있다', 또는 '예의가 바르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니 어른들에게 꼬박꼬박 할 말 다 하고 '말대꾸'를 하면 바로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가 되는 거지요.

혁신학교 아이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또다른 이유는, 혁신학교에서는 다른 학교보다 교사와 아이들 사이가 가까워서 매우 친하기 때문에 교사와 함께 어울려 놀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가끔 교실을 지나다 보면 누가 교사이고 누가 학생인지 모를 정도로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볼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은 교사들이 체신머리가 없다고 여길 때가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3학년 아이가 급식실에 자신의 의견을 써붙였습니다.
▲ 급식실에 써붙인 의견 3학년 아이가 급식실에 자신의 의견을 써붙였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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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르장머리는 없어도 할 말은 다 하는 아이로 키우기!

혁신학교 아이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어른인 교사와 아이들을 엄격하게 구분하면서 교사들이 어른이라는 권위로 아이들이 할 말을 막는 것과 달리,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서 놀고 학급운영을 할 때도 아이들 의견을 존중하면서 충분히 들어서 하는 모습을 보고 오해한 때문입니다.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골고루 참여시키기 위해 우리학교에서는 전교어린이회 임원과 학급 임원을 뽑지 않고, 돌아가면서 활동합니다. 대표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을 때는 아이들이 서로 충분히 의논해서 그에 맞는 아이를 스스로 뽑습니다. 

 4학년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 4학년 어린이들의 다모임 4학년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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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도 다하면서 예의까지 바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동안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많이 요구해 왔던 '예의'와 '예절'이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를 깊이 생각해 봤을 때, 할 말을 다 하면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버르장머리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 여겨지기에 '그' 버르장머리까지는 바라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하게 하기 위해 차라리 버르장머리는 없어도 할 말은 다 하는 아이를 키우자는게 혁신학교인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뜻입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혁신학교, #혁신학교에대한오해,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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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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